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조계종’이라고 입력하면 자동완성기능으로 ‘조계종 술판’, ‘조계종 음주’ 같은 것들이 나온다. 승가대 스님들이 벌인 술판이 단시간에 조계종을 대표하는 사건으로 누리꾼들에게 인식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 보도된 지 14시간 만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국문화연수원장 초격스님을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동작 참 빠르다. 재빨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파문 확산을 막으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물의를 일으킨 핵심인물을 해임조치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임의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SBS의 ‘궁금한 이야기 Y’ 제182회 방송과 <신동아> 9월호의 주인공 아닌가. 해외 원정도박으로 방송과 월간지를 장식했던, 바로 그 인물이다.

술판에 이어 지난 토요일 MBC 뉴스는 불승종 현불사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보도했다. 양측에 동원된 용역들이 폭력으로 절 뺏기를 하는 모습이 방영돼 또다시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문제는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이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1994년 2월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날 관악산 연주암 신임주지로 발령받은 자승스님측이 전임주지 종상스님측과 1시간여 동안 몸싸움을 벌인 소동 끝에 사찰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국일보는 2012년 2월3일자 신문에서 “서울 강남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스님은 ‘자승스님이 연주암을 차지하려고 용역들에게 10억 원을 줬다는 말을 그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0년 전의 10억 원이 지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거듭 말하지만, 나는 ‘조계종 술판’을 옹호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보도된 내용이 ‘가감 없는’ 사실이라면 욕을 먹어도, 징계를 받아도 싸다. 그렇지만 그렇게 신속하게 연수원장을 해임한 자승 스님이 왜 자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종단 지도자의 덕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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