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임명 문제로 조계종이 시끄럽다. 불교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봉은사 후임 재산관리인으로 원학스님이 내정됐다고 한다. 이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 11월 18일 불교광장 모임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결정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드러났다.

불교포커스는 익명을 요구한 불교광장 소속 스님이 “봉은사 주지 추천권한을 종상스님에게 약속했고, 종상스님은 원학스님을 주지로 추천했다는 총무원장스님의 말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소문으로 떠돌던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물밑거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직영사찰법 제6조에 따라 직영사찰 재산관리인 임명은 총무원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그냥 임명해버리면 그만일 텐데 총무원장은 뜻밖에도 추천인과 피추천인을 밝히면서 불교광장에 ‘결정’을 요청했다. 불교계에서 반발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총무원장은 왜 그랬을까. 불교광장에 요청한 내용이 밖으로 새지 않을 거라고 믿었을까.

아마 이건 정치 9단인 총무원장의 의도적 노림수일 것이다. 반발을 불러옴으로써 종상스님과 원학스님측에 봉은사 주지를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명분을 갖게 됐고, 자신의 측근을 심게 된다면 실리는 실리대로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무원장의 결정 요청에 지홍스님이 반발하고 나서는 것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보이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홍스님이 자승스님과 종상스님의 밀약을 몰랐다는 것인데, 그걸 누가 믿겠는가.

이후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첫째 포인트는 원학스님에게 과연 봉은사를 줄 것인가이다. 둘째는 만약 종상스님과 원학스님이 봉은사를 받지 못한다면 이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이다. 셋째는 봉은사를 결국 누가 차지할 것인가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총무원장이 몸소 증명할 것인지 눈여겨봐도 좋겠다. 같은 맥락에서 임기가 다 된 선본사와 보문사 주지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도 눈여겨보시길.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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