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감독 곽경택)가 ‘불교비하’ 내지 ‘조롱’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불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현재 ‘친구2’(감독 곽경택)는 2백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월 22일 현재 14일 개봉 이래 누적 관객 수 186만 4383명을 기록하며 관객몰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를 본 관객 중 불자들 일부는 “(불자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고 비애감이 들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영화 내용 중에는 절을 무대로 폭력이 행사되고 돈과 욕설이 난무하다. 마치 올해 불교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절뺏기 사건의 무대 ‘자장암’을 연상케 한다.

곽경택 감독은 한 영화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독실한 불자는 아니지만 ‘업(業)’을 메시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곽 감독은 “주인공들이 좋은 업을 쌓지 못했기 때문에 (조폭) 신분에 머물게 된다”고도 말했다. 특히 곽 감독은 조계종 모 교구본사 부주지 ㅈ스님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ㅈ스님은 ‘친구2’가 나오자 불자 감독이 만든 것이라며 교계신문을 통해 영화관람을 강력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사이에서 곽 감독이 올해 조계종 지도부를 흔들며 불교계를 시끄럽게 했던 ‘자장암’ 얘기를 모르진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극 영화 방송 등 대중문화에서 불교가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고대사회부터 있어온 것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처럼 ‘비하’ 또는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조선시대 승려의 타락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안동하회탈춤이 거부감 없이 공연되고 있는 실상과 똑같기 때문이다.

‘친구2’에서 주인공 성훈(김우빈 분)은 친구가 승려로 있는 양산의 한 사찰을 차지하려 폭력을 휘두른다. 비록 친구지만 스님(지승현 분)에게 던지는 욕설과 도량에 침을 뱉고 담배를 아무 데나 집어던지는 모습이 눈을 거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하는 한 대중평론가는 “지난 해 백양사 도박사건 이후 불교계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과거 해학과 희화를 넘어서 조롱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텔레비전 방송, 특히 패러디를 활용하는 코메디 방송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백양사 도박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5월 26일자 tvN ‘코미디 빅리그’ 3회차 ‘개파르타’ 코너에서 개그맨 박휘순은 불공들이다 찬송가를 흥얼거려 쫓겨 난 유기견으로 분장한 캐릭터로 나왔다. 그는 “사실 제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얼마 전 스님들이 치매를 예방하자며 카드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돈 잃은 경준스님이 밑장빼기 하는 것을 보고 미친 듯이 짖는 바람에 죽비로 엄청 두들겨 맞았어요.”라고 말하며 서당 개 3년 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을 “절 개 3년이면 포커를 칩니다”란 대사로 웃음을 유발했다.

MBN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공화국>에선 ‘달마야 놀자’를 패러디해 ‘달마야 웃자’를 방영했다. 여기엔 말귀를 못알아 듣는 ‘오티스님’이 주인공이다. 세상의 소리에 귀를 막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타락한 승려를 빗댄 캐릭터다.

과거 불교폄훼의 자극적인 내용이 있다며 교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영화는 2008년 ‘영화는 영화다’와 ‘미인도’가 대표적이다.

화가 신윤복의 일생을 그린 영화 ‘미인도’(감독 전윤수)는 불공을 하러 온 양반집 여인이 스님과 잠자리를 하는 내용에서 불자들의 불만을 샀다. 또 ‘영화는 영화다’(감독 장훈)는 불자들에게 귀의 대상인 불상을 살인도구화하는 데서 불교폄훼의 원인을 제공했다. 즉 인사동 고미술품 가게에서 청도자기 불상을 들고 나오는 조폭 박사장(한기중 분)을 만난 이강패(소지섭 분)가 불상을 빼앗아 박사장 목덜미를 수십차례 내려치고... 피범벅된 불상을 장수타(강지환 분)에게 넘기는 장면 등이 불자들로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저항을 샀던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984년작 김지미 주연 ‘비구니’다. 이 영화는 비구니를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접근해 전국 비구니 스님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상영되지 못했다. 당시 감독의 명성과 불교계의 어정쩡한 대처로 비구니 상영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비구니 대본을 전국 비구니 사찰에 돌렸고, 가사 장삼을 수한 비구니가 아닌 벌거벗은 맨몸의 비구니란 사실에 격분한 전국 비구니 스님들이 몰려 와 결국 이 영화는 상영을 못한 채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전국비구니회가 이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것도 한 비사다.

▲ 영화 '달마야 놀자'의 한 장면.
이번 ‘친구2’처럼 조폭과 스님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 영화로 ‘달마야 놀자’(2001년작 감독 박철관)와 ‘달마야 서울가자’(2004년작 감독 육상효)가 나와 상영됐지만 블랙코미디 성격으로 희화하는데 그쳐 이렇다 할 반발은 사지 않았다.

이렇듯 과거 대중문화가 불교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희화에 있었다면 최근에 이르러선 사전 이해와 상식의 바탕에서 ‘훈계’와 ‘조롱’을 겸하고 있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원인은 교계가 제공하고 있는 꼴이다. ‘희화’는 패러디로서 한 번 웃음으로 배설될 수 있는 문화지만 ‘조롱’은 대중의 조소와 질책이라는 점에서 해당 집단과 조직의 자성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한국불교가 예사로이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작년 백양사 도박과 올해의 종단 지도부 억대 도박혐의 폭로건 등은 언제 어떤 대중문화의 수단으로 불자들을 당혹케 할는지 모른다. 지금도 인터넷상엔 한국 승려들이 카드나 화투놀이를 즐기는 것을 꼬집은 월광병(月光病), 카지노 원판 돌리기를 빗댄 윤반병(輪盤病)에 걸려 있다는 비난 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대중문화의 속성을 비난하기 앞서 교계 자체의 성찰과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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