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박사
“푸나지스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곧 심리치료의 한 형태로 현대사회 소개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올바르게 이해될 것’이라고.”

시인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큰사랑노인병원장)는 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연구소(소장 차차석)가 ‘불교와 상담’을 주제로 29일 개최하는 제2회 학술세미나에 앞서 공개한 ‘불교 상담치료에서 치료사의 자세’에서 푸나지스님의 발언을 인용하며 “붓다의 가르침에는 우리의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방식이 내포돼있다”고 불교의 심리치료사로서의 역할에 주목한다.

신승철 박사가 바라보는 불교 심리치료사는 ‘보살 정신 구현’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하는 존재이다. 선심리 치료로 유명한 데이비드 브레이져 박사의 “치료사는 내담자와 내담자의 세계를 깨어있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관찰할 뿐이기에 치료사는 하나의 거울”이라는 주장 또한 신승철 박사가 현대인들의 심리치료에 불교를 접목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불교명상에 기반을 두고 심리치료를 함께 병행하고자 할 때 검토해야할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나’에 대한 마음의 입장이 중요하다. 불교에서는 무아를 말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자아는 분명 부인할 수 없다. ‘자아’는 어느 선사의 말씀처럼 ‘충만한 공’이기에 현실에 존재하는 ‘나’와 자성이 없는 ‘나’의 유무와 무가 둘이 아닌 불이법문이 성립된다.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신승철 박사는 “심리치료든 명상치료든 궁극에 가서 ‘나’에 대한 마음의 입장은 내담자나 치료사 양측 모두 ‘해소’시켜야할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는다. 때문에 치료사는 ‘이 땅의 삶’에 근거를 삼고 있는 이 자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분별력을 아울러 키울 것을 권고한다. 불교 상담치료사는 의식의 보다 넓은 관점에서 상담을 열어가는 일이기에, 이 ‘나’에 대한 명확한 함의를 깨달을 것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사가 지녀야할 중요한 기본적 자세는 무엇일까. 신승철 박사는 내담자 중심의 치료를 창시한 인본주의 심리치료사의 원조 칼 로저스의 주장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칼 로저스는 심리치료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내담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 정확한 공감, 순수성 또는 일체감이라 부를 수 있는 자질을 꼽았다. 이를 불교적 관점에서 비추어본다면 “세상에 드러나는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하는 마음’은 우리의 심층의식에서 비롯된 마음의 투사현상”이라고 지적한 신승철 박사는 “무조건적 존중이란 쉽게 들리지만 실제 상담상황에서 이런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며 “상담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늘 깊이 참구해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칼 로저스가 제안한 필요충분조건 중 정확한 공감을 신승철 박사는 “내담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연민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라 내담자에 대한 세심한 경청, 치료사 자신의 마음 투사가 절제된 상황, 있는 그대로 내담자를 이해하려는 자세”라고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일체감 혹은 순수성은 “우리의 본성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마음이 지향한다”는 뜻이라며 “칼 로저스가 ‘개인은 생활하고 성장하는 총체적인 체제인 유기체로 기본적 심리적 실재’라고 한 말에서 실재는 바로 진여 혹은 진여불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실재의 가능성을 엿보게 될 때, 그는 분명 ‘보는 자’란 있을 법하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며 “자아의 투사가 없고, 무얼 본다고 할 때 거기엔 오직 신성한 빛의 비춤이나 광휘의 작용으로 모든 것이 ‘단지 그렇게’ 드러날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했어도 실제 상담에서는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정신분석에서는 저항, 전이, 역전이의 세 가지를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공통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승철 박사는 “내담자의 의식의 자연스런 흐름을 가로막는 심적 장애물을 뜻하는 ‘저항’은 내담자가 속내를 다 드러내는 것을 방해한다”며 “이는 내담자의 저항은 상담 시간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게 하는 하나의 방해물인데 불교는 매 순간마다의 완전한 경험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고 불교와 상담치료를 결부시킨다. 또한 “명상수행을 심화시키다 보면 더 큰 의식의 배경 하에 자신의 자아를 내다놓고, 이를 밀밀하게 비춰봐야 하는 상황이 마련될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 비로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고 강조했다.

전이는 자신이 품고 있는 일련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으로 내담자가 과거 어떤 중요한 사람에게 품었던 감정을 치료사에게서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불교명상에 익숙한 치료사라면 내담자의 반복되는 감정이나 행동에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것을 요구하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한 신승철 박사는 “깊은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속에서 두려워했거나 숨기고 싶었던, 그간 자신에게서 소외를 시켰던 감정의 덩어리 같은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 알아차리게 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이런 경험의 과정을 ‘교정적인 정서적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치료사 자신의 감정이 내담자에게 옮겨져,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역전이의 경우, “상담이론이나 테크닉을 배우는 일보다 치료사로서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우선 터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신승철 박사는 거듭 강조한다.

불교명상만이 심리치료의 해답일까. 신승철 박사의 대답은 “아니오”다. “‘있는 그대로’ 내담자를 바라보는 노력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우리의 덕목”이라고 지적한 신승철 박사는 “명상만으로 모든 문제가 온전히 다 해결될 수는 없다”며 “성숙한 불교 상담치료사라면 명상 치유에서 ‘부작용’을 겪거나 반복되는 개인적 갈등을 겪는 분들을 위해 치유를 해주는 기법과 자세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밝힌다.

저항, 전이, 역전이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불교상담치료사의 기본자세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신승철 박사는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스스로의 존재방식에 대한 깊은 참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신의 대한 변화를 경험해야 남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한편 백원기 교수(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박찬욱 박사(동국대 강사)가 ‘불교상담, 그 필요성과 적용 영역’을, 정미숙 박사(동방대학원대학교 강의교수)가 ‘아유르베다와 불교상담의 소통 가능성’을 각각 발표한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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