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등록 마감결과 총 5명이 입후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범여스님)는 “18~20일 후보등록을 받은 결과 총 5명이 입후보해 기호 1번에 자승스님 2번에 보선스님 3번에 대우스님 4번에 장주스님 5번에 혜총스님이 각각 선거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등록 마감일인 20일 제15대 중앙종회의원에 당선됐다가 무효로 직을 잃은 전 약천사 주지 원조스님도 총무원장 후보 등록을 접수하려 했으나 구비서류 미비로 반려됐다. 원조스님은 피선거권에 해당하는 자격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아 등록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오문도회에서 추대키로 했던 전 포교원장 도영스님은 등록이 시작된 18일 총무원장 출마의 뜻을 접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로써 조계종단 승가사회의 선거문화로 표현되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수읽기’가 시작됐다. 여의도 정당정치와는 달리 문중·계파·학연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승가의 정치적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중무진’[僧僧無盡]은 초반부터 난해한 ‘암호 풀기’였다.

▲ 제34대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한 접수증을 들고 자리를 함께 한 각 선거진영 관계자들.

선거국면으로 접어 든 8월 중~9월 중반 가장 큰 암호는 역시 자승 현 총무원장의 재임포기냐 아니면 재선도전이냐로 이목이 집중됐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사부대중연대회의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이 나서 지난 해 백양사 도박사건 파문 당시 재임포기는 물론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압박했다. 백양사 도박 파문 때 해체선언했던 계파가 어느 틈에 버젓이 간판을 내세워 등장한 것도 선거국면이라서 가능했다. ‘중중무진’의 첫 수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현실이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나선 자승과 보선스님은 자타공히 인정하는 절친한 도반관계다. 둘의 경쟁은 14대 중앙종회 전반기 의장을 선출할 때도 이루어졌다. 당시 자승스님은 절친한 도반인 보선스님과의 경합을 안타까워하며 후반기 종회의장직을 보선스님이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실제 후반기 종회의장을 자승스님 지원으로 보선스님이 하게 된다.

이렇듯 가까웠던 두 스님의 우정은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금이 갔다. 서로가 상대방을 향해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해놓고 약속을 깼다”고 날 선 비방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전국선원수좌회가 단식 묵언정진에 곁들여 9월 12일 ‘자승원장 재임포기 약속 엄수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회 및 사부대중 촉구대회’를 개최하며 압박했고 16일엔 3자연대 소속 스님들이 <신동아>10월호에 나온 ‘적광스님 폭행사건’기사를 내세워 자승스님의 재임의도 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자승스님은 이날 오전 불교광장의 추대결정을 받아들였고 오후 3시 이를 수락하는 수락사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수락사에서는 “종단 역사를 새로 쓴 소임자로 남도록 혼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신에 관한 의혹들에 대해선 “종도들을 실망시킬 어떠한 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중중무진’다운 결정이자 일반 기대와 상식을 뛰어넘는 반전의 수였다.  "자승 원장 등록시 전국승려대회불사" 운운하며 재임저지에 의지를 불태웠던 수좌회도 이날 전격 철수를 선언, 중중무진의 어떤 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숱한 의혹은 물론 지난 해의 재임포기 약속, 출마선언이 가져올 예기치 못할 후폭풍 등이 예상돼 설마 재임출마선언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16일 상황은 역시 ‘중중무진’의 수 가운데 한 수를 여실하게 보여줬다.

‘중중무진’의 또 다른 수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셈법이다. 이는 자승·보선스님과 대별되는 관계설정으로 3자연대의 법등·영담스님이 여기에 해당한다.

영담스님은 1999년 고산스님의 총무원장 부존재지위확인소송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을 계기로 고산스님이 아닌 다른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지자 이 배후에 직지사단이 있다고 보고 “직지사단은 그 씨부터 발라버려야 한다”는 말로 적개심을 표출했었다. 직지사단은 다름아닌 원융회로 이어져 현 무량회를 구성하는 중심세력이다. 따라서 전 호계원장 법등스님과는 적대적 관계였으나 이번 선거에선 무차회를 더해 3자연대로 동지적 관계로 돌아섰다.

승가사회의 ‘중중무진’은 양강구도에서만 수가 놓여지는 것이 아니다.

9월 12일 법주사에서 소집된 금오문도회의에서는 전 포교원장 도영스님을 총무원장 후보로 내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금오문도 본사 3사(불국사 금산사 법주사)의 주요인사들은 이미 불교광장에 발을 담고 있는 상황. 그들은 그럼에도 왜 도영스님을 후보로 내세웠을까? 그리고 도영스님은 막상 등록이 시작된 당일 후보의 뜻을 접었을까? 여전히 중중무진의 수로 남고 있는 장면이다.

여기에 종단 고위직 16인 승려의 도박 건을 폭로한 장주스님도 후보로 등록했다. 또 32대에 4표, 33대에 2표 등 고작 수 표밖에 얻지 못하면서도 네 번째 도전하는 대우스님. 선거국면 당시 어떠한 언질이 없다가 등록한 혜총스님도 어떠한 ‘중중무진수’가 감춰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어쨌든 향후 20일간의 선거운동기간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국면에 펼쳐질 중중무진수가 종단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뜨리는 암수로 작용하기 보다 새로운 희망의 기름으로 타오르길 종도들은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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