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수좌회 촉구대회에서 '자승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하는 순간 전국 승려대회도 불사하겠다'던 수좌들의 호기는 쇼맨십에 불과했던 것일까? 

전국선원수좌회 대책위원회(위원장 석곡스님)는 자승 총무원장이 불교광장이 추대하는 후보로 결정되던 16일 당일 묵언정진과 단식 정진을 중단하고 산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수좌회 대책위는 자승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선거 후보자로 나서는 것이 확정되자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원각·정찬스님과 수좌회 복지회 이사장 의정스님, 석곡스님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에서 단식과 묵언정진을 중단하고 산문으로 돌아갈 것을 결의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한결 같이 자승스님이 약속을 이행하길 기다렸으나 오늘 재임 의지를 확인한 이상 정진은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선사(禪社)로 돌아가 수행과 깨달음이 무엇인지 다시 반추하고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한 참신한 세력이 종단의 수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라고 밝혔다.

▲ 전국선원수좌회 대책위의 묵언·단식정진을 하는 모습. 중단을 선언한 16일 기준으로 묵언정진은 19일 동안, 단식정진은 11일 동안 이뤄졌다.(출처:불교저널DB)

또 대책위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오늘은 조계의 해가 빛을 잃어버린 암울한 날이 되고 말았다. 자승 원장은 끝내 양심을 포기하고 약속을 저버리는 후안무치로 재임의 마각을 드러내고야 말았다”며 “불교광장이라는 어용의 거수기를 발판으로 만장일치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재출마라는 자폭수를 두었음을 사부대중께 전해드린다. 자업(自業)의 인행(因行)은 자득(自得)의 과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본분(本分)의 대기(大機)에 충실하기 위해 다시 산문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용맹정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며 “언제 어디서라도 조계의 일탈에 준엄한 호법의 주장자를 준비할 것이고 두 눈 부릅뜨고 마(魔)의 종언과 원(願)의 회생을 함께 지켜볼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자승 총무원장 재임 포기 선언 △계파정치 혁파를 통한 종단개혁 △도박, 폭력에 연루된 스님 엄벌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선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운영과 재정투명화 △계율에 의거한 은처승 문제 척결 △부패, 비리, 폭력, 비방, 폭로 등 비승가적 행위 근절, 수행과 교육 통한 청정승가상 회복 △출가 수행자 수행, 교화에 매진 할 수 있는 제도, 장치 마련 등 8개 사항을 거듭 촉구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우리의 입장

우러러 고하옵고 발원하옵니다.
석가세존과 삼보자존께서는 자비의 거울을 비추시어 제자 등의 미미(微微)한 참회와 발원을 살펴주소서. 견성성불(見性成佛), 요익중생(饒益衆生)의 종지(宗旨)를 계승하여 계수발원(稽首發願)하오니 명훈(冥熏)의 가피를 내리시어, 불조의 정법(正法)이 천하총림(天下叢林)에 다시 떨치게 하시고 조계(曹溪)의 혜일(慧日)이 만천하(滿天下)에 거듭 빛나게 하시옵소서.

오늘은 조계의 해가 빛을 잃어버린 암울한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승원장은 끝내 양심을 포기하고 약속을 저버리는 후안무치로 재임의 마각을 드러내고야 말았습니다. 불교광장이라는 어용의 거수기를 발판으로 만장일치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재출마라는 자폭수를 두었음을 사부대중께 전해드립니다. 자업(自業)의 인행(因行)은 자득(自得)의 과보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희 납자들은 도박이 횡행하고, 폭력이 난무하며, 권모술수와 계파정치가 판을 치며, 부정부패로 오염된 종단의 중심인 자승원장과 기득권층을 향해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멈추려 함)의 무모함으로 약속엄수와 청정승가를 웅변하였습니다. 아울러 조계사 천막선원에 앉아 단식과 묵언정진으로 생사대사(生死大事)의 본분사(本分事)를 물음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종단이 바로 설 수 있는가를 고뇌하였습니다. 이제 정의와 비판을 뒤로한 채, 시비(是非)의 대용(大用)을 접고 본분(本分)의 대기(大機)에 충실하기 위해 다시 산문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오리까. 오늘의 조계종은 비록 출가는 하였지만 도를 닦지 않고 무리를 이루어 이권을 나눠가지고, 계율을 지키지 않고 자신들은 권력과 명리에 탐착하여 도둑질을 일삼으면서도 올바른 출가자를 비웃는 오도사문들이 기득권을 행사하는 부패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백수의 왕 사자가 스스로 키운 사자충에 의에 죽어가듯 우리 조계의 고목도 안으로 곪은 부패로 인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천년의 사법(嗣法)은 단절되고, 명안의 종사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 되어 조정(祖庭)은 황폐하고, 종문은 주인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었습니다. 아! 누가 있어 조종의 적자라 하겠습니까?

지구에 아마존이 있어 청량한 기운을 만들듯이 그나마 조계에도 수행도량이 있기에, 청정의 향기를 피우기 위해 선사(禪社)로 돌아가, 수행과 깨달음이 무엇인지 다시 반추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한 진정한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고 미래지향적 비전과 불교중흥의 바탕을 세울 참신한 세력이 종단의 수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거대한 종단정치 앞에 성패를 불문하고 항거함이 족탈불급(足脫不及)임을 알고 시작한 일이기에 자승원장이 국민과 모든 종도를 속이고 재임의 마각을 드러낸 이즘에 이만 묵언 · 단식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용맹정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조계의 일탈에 준엄한 호법의 주장자를 준비할 것입니다. 그리고 두 눈 부릅뜨고 마(魔)의 종언과 원(願)의 회생을 함께 지켜볼 것입니다. 일상의 납자로 돌아가면서 신심과 원력으로 변함없는 우리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다시 한 번 천명하고자 합니다.

― 아 래 ―

一. 자승원장은 약속을 지켜 조건 없이 재임 포기를 선언하라.

一. 계파 수장을 중심으로 한 종회 세력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파정치 혁파를 통해 종단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一. 도박, 폭력에 연루된 스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一.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화합승가를 이루어야 한다.

一.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운영과 재정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一. 계율에 의거해 은처승 문제가 척결되어야 한다.

一. 부패, 비리, 폭력, 비방, 폭로 등 비승가적 행위를 근절하고 수행과 교육을 통해 청정승가상이 회복되어야 한다.

一. 출가 수행자는 돈을 떠나서 수행과 교화의 본분에 충실케 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불기 2557년 9월 16일
자승원장 재임포기 약속 엄수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 수좌회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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