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한국은 물론 동남아 여러 국가들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다. 시집온 지 2개월 만에 자살한 ‘베트남 신부’의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가정폭력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던진 이 비극적인 사건은 국제결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물론,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가차원의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07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여성결혼이민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이 결혼 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외로움(22.3%), 문화차이(14.6%)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 신분 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돈 주고 사온 신부’라는 인식 때문일까.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일방적인 적응을 요구하는 한국사회 특유의 야만성이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각 사회단체에서도 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돈 처음뵙겠습니다’란 프로그램은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행복한 이주민센터’ 등 불교계도 지원 나서
그 속에서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1~2년 사이, 불교계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해 왔다. 먼저 경기도 용인 대각사가 안산에 마련한 ‘행복한 이주민센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은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매주 3회에 걸쳐 한글학교를 진행하며, 요리와 발마사지, 컴퓨터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신라문화원(이사장 진철 스님)도 시니어클럽과 함께 경주에서 결혼이주여성 한국적응프로그램 ‘어르신들에게 배우는 신(新)한국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지역 어르신들이 강사로 나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오랜 관습과 예절 등을 지도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이주여성과 자매결연하고, 친정어머니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도 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김천 직지사는 지난 4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열고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말공부방, 한국사회 이해ㆍ적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입국한 지 1년이 되자 않았거나 아기를 키우는 여성이민자를 위해 방문교육도 실시한다. 전문교육을 받은 방문교육지도사가 정기적으로 찾아가 한국어와 문화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꽃마을사람들도 지난 4월 밀양에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아시아문화센터를 개원했다. 밀양을 비롯해 산청과, 함양 의령 등은 국제결혼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베트남에서 온 여성의 비율이 높다. 때문에 아시아문화센터는 특히 베트남여성을 대상으로 한글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우리나라 예절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결혼이주여성의 보호시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해왔던 마하 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회장 보림 스님, 이하 ‘마주협’)도 국제결혼이주여성들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마주협 2008년 사업계획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및 자녀지원 정책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은 국제결혼이주여성을 위해 자립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주여성 불자 대다수 … 자녀를 미래불교 동량으로
자비의 종단인 불교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불교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행자부(현 행정안전부)가 200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제결혼이주자 중 52.4%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으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시아가 23.7%로 2위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는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이 주를 이뤘으며, 베트남의 경우 2003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 국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교문화권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불교와 유교, 도교문화가 혼재돼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아 예불을 올리고 있으며, 베트남 역시 국민의 70%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이다. 이런 수치로 보아 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주여성의 대다수가 불자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들에게 불교는 친근한 종교이다. 만약 타국에서 단절된 문화 때문에 고생하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불교가 문을 연다면, 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불교계는 그들의 가족까지 포교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불교계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전국의 여러 불교단체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지역에 지나지 않고, 한글교육 등에 치중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이주여성과 그를 받아들인 가족들 간의 의사소통이나 문화이해 등을 위한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변화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주여성이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이제는 가족들 간의 상호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사찰들이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법회를 열고, 이들이 서로의 문화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다문화가정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2007년 발표된 국제결혼 가정자녀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어린이가 4만4258명이며 이 가운데 6세 이하가 59.8%이고, 12세 이하는 32.5%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민족’의 개념을 강조해 온 한국사회에서 ‘혼혈’로서 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짐작한다면, 이들을 위한 정책이 절실함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 한글이나 한국문화가 서툰 어머니 밑에서 익히다보니 또래보다 한국어나 한국문화습득이 늦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사찰이 취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회를 열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비롯해 한글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외국인 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후원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은 이제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올바른 모습으로 정착하고, 또 이들의 자녀가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불교계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어현경/불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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