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교의 전통에서 이상적인 치자(治者)는 ‘전륜성왕(轉輪聖王)’으로 형상화되어 왔다. 전륜성왕은 글자 그대로 수레바퀴를 굴려 세상을 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을 의미한다. 여기서 수레바퀴를 굴린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고, 동시에 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통일하여 평화롭고 풍요로운 정치를 이루겠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어떤 의미가 되었든 ‘다스림’이라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담겨 있는 조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륜성왕의 개념은 불교에서만 존재하는 배타적 개념이 아닌 정치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를 설파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듯 전륜성왕으로 형상화 된 이상적인 치자의 모습은 단지 고대 인도의 설화나 기원전 3세기 인도의 아소카왕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다. 근대적 국민국가의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 시대가 여전히 고민하는 이상적인 정치와 정치인의 모습이 여기에 담겨있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고민하는 정치 문제의 핵심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생산하고, 다양한 이익이 상충하는 정치의 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전륜성왕은 권력의 획득을 무력이 아닌 정법(政法)에 의해서 이룬다. 정법을 현대적 정치의 개념으로 환언하면 바로 ‘국민’ 그 자체 혹은 ‘국민의 뜻’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정치세력이나 지도자도 ‘국민’적 합의, 즉 정법이 없이는 정당성을 가진 권력이 될 수가 없다.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위임받은 권력이기에 바로 강력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전륜성왕의 수레바퀴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 소외되는 사람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고 풍요로운 정치를 의미한다. 이렇듯 전륜성왕은 현대정치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치를 담고 있는 이상적 치자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 ‘과연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늘 고민스러운 문제이다.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위임받은 권력, 국민을 대리하기에 강력함을 가질 수 있는 권력은 다시 환류하여 그 지향이 국민으로 향해야 한다. 정치인은 단 한시도 그 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갈등과 분열을 슬기롭게 봉합하고 치유하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정치, 우선적으로 약자를 살피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정치가 바로 지표가 되어야 한다. 비록 정치인으로써 내 자신이 전륜성왕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전륜성왕을 이념형으로 삼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는 내 자신 뿐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정치인의 의무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이 국민을 정법으로 삼는 정치, 통합을 이루고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정치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하고 정진하고 성찰하며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최재성/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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