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란 부처님에 귀의한 중생으로서 삶 자체를 불세계에 맡긴 이이다. 귀의란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모든 것을 버리고 큰 어른[大雄], 곧 부처님께 의탁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자신도 부처님과 같은 그러한 인물, 그릇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절에서는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는 복(福)이란 부처가 되는 공부에 있어 잘못 상(相)이 되어 방일(放逸)과 만(慢)이 될 수 있으며 곧 전체를 여읜 자기 세계가 곧 족(足)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말이다.
그리고 상(相)을 여읜 경지는 곧 힘이 공(空)이 되고 모든 인연이 빈 것이 되니, 무외(無畏)도 곧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천하가 곧 자신의 고향이 될 수 있는 바탕을 얻으니 삼의일발(三衣一鉢)의 여유가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살의 마음이란 자기[我]를 여읨이니 오직 밖을 좋게 하는 불사(佛事)요, 오직 이를 끝없이 행함이 관음이요, 이에 결국 마(魔)가 뜻을 잃을 때까지 이를 놓치 아니함이 지장이니, 이는 상(相)없는 불세계의 일이 된다.
이렇듯 주는 것, 받는 것도 무한하지만 결국 빚보다 공덕이 월등히 많아 모든 마음이 평안히 귀의하니 이것이 곧 부처이고, 그 길을 가는 이가 불자(佛子)가 된다. 모든 것은 다 특질이 있기에 이는 말을 여읜 본질의 세계 그것이 되며, 이 또한 공(空)한 것이니 부처의 길이다. 한생각 일어나기 전 그것이 곧 부처이니 곧 반야의 도리이며 해탈이며 자재(自在)인 것이다.
마음이 청정하고 진리를 쫓으면 이는 곧 수행의 길이며 세상의 고(苦)와 그 원인[因]마저 없게 해 나가면 이것이 곧 불자요, 이것이 항시적으로 행해지는 곳이 곧 도량이 된다. 불보살의 굳건한 ‘서원’처럼, 언제나 자신의 본심을 지키고, 어떤 일이든 원만하게 꾸려 나가 결국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는 이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니 우리 모두 꾸준히 애쓰자.

보현보살의 십대행원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거룩한 공덕을 찬탄하고 나서 보살들과 선재동자에게 말했다. “부처님의 공덕은 시방세계 부처님들이 무량겁을 두고 계속해서 말씀할지라도 다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공덕을 이루려면 열 가지 큰 행원(行願)을 닦아야 합니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다(禮敬諸佛願). 둘째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이다(稱讚如來願). 셋째는 여러 가지로 공양하는 것이다(廣修供養願). 넷째는 업장을 참회하는 것이다(懺悔業障願). 다섯째는 남이 짓는 공덕을 같이 기뻐하는 것이다(隨喜功德願). 여섯째는 설법해 주기를 청하는 것이다(請轉法輪願). 일곱째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이다(請佛住世願). 여덟째는 항상 부처님을 본받아 배우는 것이다(常隨佛學願). 아홉째는 항상 중생을 수순하는 것이다(恒順衆生願). 열째는 지은바 모든 공덕을 널리 회향하는 것이다(普皆廻向願).”(『40화엄경』)

지장보살의 대원
그때, 지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백천만억 세계에 두루 이 몸을 나타내 모든 업보중생을 제도하오니 만일 부처님의 크나큰 자비의 힘이 아니시면 곧 이와 같은 변화를 짓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이제 또 부처님의 부촉을 받았으니 미륵 부처님이 성불하실 때까지 육도 중생을 제가 다 해탈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중략)… 그때 부처님께서 정자재왕보살에게 이르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해 분별하여 말하겠다. 지나간 세상 이루 말할 수 없는 무량겁 전 그 옛날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은 일체지성취여래이셨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육만겁이니 출가하기 전에 작은 나라 왕이 되어 한 이웃나라 왕을 벗으로 삼아 함께 열 가지 선을 행하여 중생을 이익케 하였다. 그런데 그 이웃 나라 백성들이 여러 가지 악한 일을 하므로 두 왕이 의논하고 널리 방편을 베풀기도 하였다. 한 왕은 원을 발하되 ‘내가 일찍 불도를 이루어 이러한 무리를 남김없이 모두 제도하리라?’ 하였고, 한 왕은 원을 발하기를 ‘만일 죄받는 중생을 먼저 제도하여 그들을 편안케 하고 보리도에 이르지 못하면 나는 끝까지 성불하지 않으리라’ 하였다.”(『지장보살본원경』)

승만부인의 삼대원(三大願)
이때에 승만 부인은 다시 부처님 앞에서 세 가지 큰 서원을 세우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진실한 서원으로 한량없는 중생들을 편안케 하려 하오니, 이 선근으로써 어느 세상이고 날 적마다 정법(正法)의 지혜를 얻어지이다. 이것이 첫째 소원이옵니다. 제가 정법의 지혜를 얻은 뒤에는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위하여 연설하겠습니다. 이것이 둘째 큰 소원이옵니다. 제가 정법을 받아 가지고는 몸과 생명과 재산을 버리어서라도 정법을 보호하여 유지하겠습니다. 이것이 셋째 큰 소원이옵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승만의 세 가지 소원을 평론하셨다. “마치 온갖 빛깔이 허공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이 보살의 한량없는 소원이 모두 이 세 가지 원 속에 들어 있으니, 이 세 가지 큰 원은 진실로 넓고 크니라.”(『승만경』)

약사보살의 십이대원(十二大願)
이곳으로부터 동쪽으로 십 항하사만큼의 불토를 지나서 세계가 있다. 정유리(淨琉璃)라고 이름한다. …(중략)… 그 불세존이신 약사유리광여래는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할 때 열두 가지 대원을 발하여 여러 유정이 구하는 바를 모두 얻게 하였느니라. 첫째 대원은 …(중략)… 광명이 치연(熾然)하여 무량하고 무수하고 무변한 세계를 남김없이 비추고, 삼십이 대장부의 상(相)과 팔십수호(八十隨好)로서 그 몸을 장엄하며, 일체의 유정이 나와 다름이 없도록 할 것을 원한다. 둘째 대원은 …(중략)… 광명은 광대하고 공덕은 높고 높아 몸이 안주하여 염망(焰網)으로 정엄하기가 해와 달을 능가하여 유명(幽冥)의 중생은 모두 이 빛을 받아 뜻하는 바를 따라 모든 사업을 성취할 것을 원한다. 셋째 대원은 …(중략)… 무량하고 무변한 지혜의 방편으로서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모두가 다함없는 수용할 물건을 얻게 하고, 소유가 빈약하지 않도록 할 것을 원한다. 넷째의 대원은 …(중략)… 만약 여러 유정이 사(邪)된 길을 행하면 그 모두를 보리의 길에 안주하게 할 것이며, 만약 성문과 독각승을 행하는 이가 있으면 그 모두를 대승(大乘)에 안주하여 서도록 할 것을 원한다. 다섯째 대원은 …(중략)… 모두에게 불결계(不缺戒)를 얻게 하고 삼취계(三聚戒)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설사 깨뜨리고 범하는 일이 있어도 나의 이름을 들으면 도리어 청정함을 얻어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을 것을 원한다. 여섯째의 대원은 …(중략)… 불구(不具)이거나, 추악하고 천하며 완고하고 어리석거나, 눈멀고 귀먹고 벙어리이거나, 손과 발이 비틀리고 앉은뱅이이고 꼽추이거나, 온 몸이 곪기고 미치광이이거나 하는 온갖 병고가 없을 것을 원한다. 일곱째의 대원은 …(중략)…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집과 권속과 재물이 모두 풍족하고 나아가서는 무상의 보리를 증득할 것을 원한다. 여덟째의 대원은 …(중략)… 나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일체의 여자를 변하여 남자가 되게 하고 장부의 상(相)을 갖출 수 있고 나아가서는 무상의 보리를 증득할 것을 원한다. 아홉째의 대원은 …(중략)… 모두를 이끌어 거두어서 정견에 있게 하고 얼마 동안 여러 보살행을 닦게 하여 빨리 무상의 정등보리를 증득하게 할 것을 원한다. 열째의 대원은 …(중략)… 몸과 마음에 괴로움을 받음에 만약 나의 이름을 들으면 나의 복덕과 위신력으로 그 모든 근심과 괴로움을 해탈하게 할 것을 원한다. 열 한째의 대원은 …(중략)… 여러 유정이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괴롭힘을 받아 밥을 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악업을 짓는다 해도 나의 이름을 들을 수 있어 오롯한 마음으로 수지하면, 나는 마땅히 먼저 상묘(上妙)한 음식으로 그 몸을 배부르게 하고 뒤에 법의 맛으로 필경은 안락하게 하여 이를 세울 것을 바란다. 열 둘째의 대원은 …(중략)… 여러 유정이 가난하여 옷이 없고, 파리와 모기에게 물리고, 추위와 더위로 밤낮 괴로움을 당함에 만약 나의 이름을 듣고 오롯한 마음으로 수지하며 그 바라는 것, 즉 훌륭한 옷을 얻을 수 있고, 또 모든 보배로 장엄한 화만(華 )과 도향(塗香)과 고악(鼓樂)과 온갖 노리개를 얻을 수 있고 마음의 뜻하는 바를 따라 모두가 만족하기를 바란다.(『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법장비구의 48원
『무량수경』에서 법장비구(아미타불이 과거 세자재왕불 아래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이름)는 48원을 세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렸다. (1)제가 깨달음을 얻어 성불할 적에, 그 나라에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삼악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저는 차라리 깨달음을 다 이루지 않고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1)제가 깨달음을 얻어 성불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만약 성불하는 정정취에 머물지 못하고 필경에 열반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깨달음을 다 이루지 않고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1)제가 깨달음을 얻어 성불할 적에, 그 불국토가 한없이 청정하여, 시방 일체의 무량 무수한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모두 다 낱낱이 비쳐 봄이 마치 맑은 거울로 얼굴을 비쳐 보는 것과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깨달음을 다 이루지 않고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무량수경』)

최철환/전 동국역경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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