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완스님(왼쪽)이 김일엽선사의 삶과 만공선사의 삶을 소개하며 김일엽선사의 문학세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 심포지엄 ‘1930년대 한국불교와 한국문화’이 9일 오전 10시 서울대학교 신양인문학술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잡지로 보는 한국현대문학과 불교’를 발표한 박현수 교수(경북대 국문과)는 1910년대 불교 잡지의 주요 필진인 박한영과 한용운의 문학관을 살폈다.

박 교수는 “박한영은 문학의 골자 문학의 본질이 바로 ‘달리(達理)’에 있다고 인정했다”며 “날카롭고 난해하게 하는 것은 참다운 문학이 아니며, 삶의 깊은 이치를 전달하는 것이 문학의 목적이기에 ‘달리’는 도덕적, 존재론적 의미를 지닌 ‘리’에 바탕을 둔 본질론적 문학론을 불교로 귀일시키는 논리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박한영의 문학적인 관점은 ‘시선일규(詩禪一揆)’의 시론으로 규정된다.

이에 반해 한용운은 시론이나 문학론으로 부를만한 글을 남긴 바가 없다. 박 교수는 “한용운의 진면목이 ‘혁명가와 선승과 시인의 일체화’에 있다는 평가는 과장이라 할 수 없다”며 “한용운의 문학관은 예술의 자율성과 장인적 전문성을 거부하는 전통적인 패러다임 안에 놓인다”고 주장한다.

“박한영과 한용운의 문학관은 문학의 절대적 자율성을 부정하고 문학을 상위 혹은 인접 범주와 연계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하는 반근대적인 문학관”이지만 “박한영과 한용운의 연속적인 세계관에 바탕을 둔 문학관은 미적 자율성의 강조로 인해 협소해진 근대문학의 근원적인 문제를 성찰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문학의 폭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는 것이 박현수 교수의 결론이다.

‘1930년 전후 김일엽선사의 문학과 불교 성찰:만공선사와 인연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경완스님은 “기독교 목사의 딸로 태어나 개화기에 여성 문인이자 선각자로 문명을 날리던 김일엽선사는 제1세대 신여성이라 불리던 김명순, 나혜석이 정체성을 잃고 불우하게 생을 마감한데 비해 불교와의 인연으로 성찰로 일관한 삶의 완성을 보여줬다”고 김일엽선사의 삶을 평가했다.

1930년대 만공선사가 시대적 억압에 적극 대항하며 조선의 선불교를 진작시키려던 시기가 김일엽선사의 불교입문 시기와 교차 합치되는 지점이다. 김일엽선사는 선학원에서 만공선사에 귀의해 보살계를 수계하고, 금강산 서봉암에서 만공선사를 법사로 이성혜 비구니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만공선사의 수행행적을 그대로 뒤따른다.

“1933년 조선일보에 발표한 김일엽선사의 ‘나의 노래’는 만해의 ‘님의 침묵’에 버금가는 절창”이라고 규정한 경완스님은 “이 무렵 쓴 시와 소설을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감수성을 담담하게 문학이란 장르를 빌어 그려내면서 불교를 만나 출가를 감행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자기가 먼저 ‘완인’이 되는 것이 우주의 완성이라는 깨달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일엽선사의 손상좌 월송스님은 “일엽이라는 이름은 그의 아내 허영숙 여사와 결혼에 이르게 한 러브레터를 써준 친구 김원주(일엽스님의 속명)의 글 솜씨가 당시 최고로 뽑혔던 일본의 작가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와 비견될 만하다며, ‘당신은 한국의 일엽이 되시오’라며 춘원 이광수 선생이 붙여준 것”이라고 일엽스님과 이광수의 인연을 회고했다.

이외에도 △1930년대 이광수 텍스트와 불교-서여진(서울대) △김동리와 혜화전문-김동리 문학사상의 형성과 혜화전문의 연관성을 중심으로-신정숙(연세대) △불교와의 접속, 구원의 문학적 의미:김동리의 초기소설을 중심으로-양진오(대구대 교수) △김동리 문학과 대칭성 사고-이경재(숭실대 교수) △한국현대시와 불교-김달진, 조지훈, 서정주를 중심으로-김옥성(단국대 교수) 등이 발표됐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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