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르 켄체 린포체는 "이제 과학자들이 불교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신에 매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행복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적게 갖는 것이 풍요로운 것이라고 하는 것도 한 예가 되겠지요. 한국에서는 학위를 따기 위해 학교를 가는 거라 가르치는 것 같은데 ‘학위’는 취직자리를 갖게 해주겠지만 매우 좁은 소견입니다. 수많은 영민한 한국 아이들이 학위 취득에 시간 낭비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학위를 받기 위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학위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입니다. 위정자들이 이런 저의 얘기를 들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티베트의 큰스승 종사르 켄체 린포체가 《우리 모두는 부처다》를 내고 5일 인사동 뉘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종사르 켄체 린포체의 행보 관련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행복’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한다”는 켄체 린포체는 “어딜 가나 행복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겠냐”며 “우리 세대가 할 일은 아이들에게 바른 행복과 바른 풍요로움을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가 비구가 아닌 재가법사인 종사르 켄체 린포체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돌려지자 “영화를 통해 포교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적은 없지만 익숙했던 환경 속에서 익숙한 장면을 담아보니 첫 영화 ‘더 컵(The Cup)’이 탄생했다”고 고백했다.

‘최고의 티베트 불교 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더 컵’은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는 등 관심이 집중됐던 작품이다. 또한 부탄 최초의 장편영화이자 티베트어로 만들어진 첫 영화로 영화사에 기록된 영화이기도 하다. “스님들이 축구경기 보는 영화”라는 켄체 린포체의 간단하지만 애정이 묻어나는 설명이 뒤따른다.

켄체 린포체는 영국 유학 당시 불교수행과 영화제 공부를 병행할 정도로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리틀 부다’에서 불교 자문을 담당하며 영화 제작에 한층 가까워졌다.

2003년 개봉한 두 번째 영화 ‘나그네와 마술사’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세 번째 영화 ‘바라, 축복(Vara, a Blessing)’도 곧 개봉 예정이다. ‘바라, 축복’은 인도를 배경으로 카스트(계급) 간 투쟁과 여성의 용기를 다룬 로맨스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은근 내비쳤다.

왜 로맨스 영화일까? “인간이니까”라는 간단한 답변 뒤에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불교 관점에서 사바세계의 모든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영화 가운데서 ’올드보이‘를 “판타스틱(fantastic)”하다고 표현한 켄체 린포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언급하는 등 한국 현대 문화에도 관심을 표했다.

봉은사에서 한 법문 중에 ‘마작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마작패가 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아름답다’는 법문을 듣고 종사르 사원에서는 스님들이 도박을 하는지, 처벌은 어떻게 하는지 묻자 켄체 린포체는 “스님들이 도박하다 걸리는 일이 없어서 어떤 벌 받을지 모르지만 보통 사원서 그런 경우 참회하기 위해 등을 켜라고 벌을 내린다”고 답변했다.

고향인 부탄의 국민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현대문명이 많이 전파되지 않았고, 외진 곳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부탄사람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인 건 자랑스럽지만 이것이 스스로 노력한 성취인지, 우연의 결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교가 이 세상 어떤 종교보다 이성적이라고 지적한 켄체 린포체는 “이 세상 어떤 종교도 설법하는 것을 의심하고 분석하고 공부하게 하는 종교는 없다”며 이런 이성적인 측면이 서양인들이 불교에 매료되는 이유라고 추측했다.

선교사가 문 두드려가며 개종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켄체 린포체는 억지로 개종을 강요하는 방식 보다 좋은 방편은 ‘이성’임을 강조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금 세공할 때 자르고 살피고 깨끗이 닦아서 보듯 나의 가르침도 그렇게 보라’는 말씀이 있듯 그렇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불교는 창조주를 믿지 않는데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을 만든 게 사람인데 오히려 신이 나를 만들었다고 거꾸로 믿는다”며 “이제 물리학 철학 등 서양 과학에서 교류를 통해 이제는 과학자들이 불교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라고 밝힌 켄체 린포체는 “매번 올 때마다 일정이 빡빡해 정말 한국 국민들과 마주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한다.

달라이 라마는 영적으로 가르침을 받았지만 근본스승은 아니라는 켄체 린포체는 2~4일 봉은사, 유나방송, 상도선원에서 ‘마음의 자유’ ‘일상의 명상’ ‘현대인을 위한 불교의 지혜’를 주제로 법문을 펼치며 한국불자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다. “한국 사람들은 고유의 문화유산을 좀 더 귀중히 여겨야할 것이고 문화와 불교는 상호의존적인 부분이 있지만 다른 것”이라는 법문을 남겼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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