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스님의 도박 폭로가 결국 공중파 방송까지 타게 되면서 교단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SBS 시사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는 지난 19일 ‘자장암을 찾아 온 불청객, 그들은 왜 주지 스님을 내쫓았나’편을 방송했다. 내용은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이 국내 유명호텔 및 해외 원정을 통해 억대도박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해 백양사 도박 파문 이후 수그러들던 승가의 청규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조계종단은 즉각 반응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다음 날 기획실장 주경스님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는 “언론중재 및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등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또한 23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주간 브리핑에서 ‘궁금한 이야기 Y’에 대한 방영 내용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파장 확산을 경계했다. 중앙신도회에서도 같은 날 입장문을 발표하며 SBS를 성토하고 나섰다. 중앙신도회는 이번 방송이 “불교를 폄훼하며 불공정한 편파 왜곡보도”라고 규정하고 교계에 대한 사과와 제작진의 문책을 촉구했다.

우리는 종단과 중신회가 SBS 방송을 규탄하고 있는 상황을 십분 이해한다. 총무원이 주장하는대로 취재방식 및 편집조작도 개입됐을 충분한 단서도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위직 승려의 도박 문제가 전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점을 종단에서는 신중하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자장암에서 쫓겨난 주지가 사미라는 신분으로서 주지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전체 내용을 부정하거나 감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장주스님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더욱이 현직에 있는 고위 승려라는 점에서 그냥 감추고 갈 수는 없다. 종단은 방송의 잘못만 탓할 게 아니라 이런 유사한 일이 종단 내에서 재발되지 않게끔 특단의 묘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파장을 줄일 수 있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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