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암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한 재조명, 불교문화재의 재정비와 새로운 사원구조의 조정과 공간 활용에 대한 규명 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할 때다.”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천 영월암 학술세미나 ‘이천 영월암과 전통문화공간의 활용방안’에서 문명대 교수는 이처럼 기조발제에서 밝혔다.

이어 △영월암 중창주인 조선후기 영월낭규대사에 대한 자료 발견을 바탕으로 영월암 관련 역사 자료 발굴 △영월암 대웅전은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신앙 공간으로 활용할 새 법당 신축 △영월암 창건을 뒷받침하는 불상대좌와 광배, 삼층석탑 등은 지방문화재로 재지정해 보호각을 지어 보존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은 고려시대 유가법상종 사찰의 주불인 미륵불로 보는데 이 가설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불상 주변 발굴, 실측과 탁본을 통한 체계적인 연구 △영월암 소장 법화경은 17세기 법화경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만큼 문화재 지정 통해 보존 △영월암은 지역 문화와 연계된 문화벨트의 구심점이 될 동선 구축 및 콘텐츠 개발 등 여섯 가지 방법을 제안하며 후속연구와 복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문명대 교수는 지적했다.

가장 주목되는 발표는 ‘영월암과 이천지역 문화클러스터 연계를 통한 문화관광 활성화 방안 모색’. 복원불사에 필요한 학술적 기반을 역사와 건축사, 마애불, 영월암 소장 법화경 연구 등을 통해 앞으로의 연구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실제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해 어떻게 영월암이 이천지역 문화거점이 될 것인지를 조망했다.

발표에 나선 김유신 팀장(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영월암 개산대제의 고유 축제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도입 및 운영 등을 제안했다.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월암 템플스테이와 지역문화체험 연계 상품 개발 △사찰음시고가 이천 특산물 연계 상품 개발 △설봉공원 내 전통등 테마공간 조성 △영월암 나옹선사 설화를 스토리텔링화한 설봉산 산책로 조성 △역대 도공 위패 봉안 및 천도재 설행을 제안했다.

김유신 팀장이 영월암에서 주목한 것은 또 있다. 보물 제822호 이천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을 비롯한 석조문화재와 50권의 법화경, 나옹화상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은행나무는 문화원형콘텐츠로 봤다. 여기에 마애여래입상과 나옹화상 전설은 나옹화상을 목련존자와 동급으로 보이게 한다며 영월암이 우란분절의 원형사찰로 주목받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기존의 설화와 문화재 등을 제대로 가공한다면 우란분절 원형사찰로 영월암을 조명할 수 있다는 것.

김유신 팀장은 “영월암의 브랜드화가 필수”라며 “사찰 정통성 강조를 위해 개산대재를 개최하고 이천시 지역축제와 연계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등 지역문화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영월암 근처를 방문하는 사람을 어떻게 영월암까지 인도할 것인가?’ ‘영월암의 문화관광자원을 어떻게 이천지역의 문화유산과 결합할 것인가?’를 화두로 제시했다.

전자는 불교적 색채의 아이템을 개발하거나 이천시 또는 이천지역 문화단체들과 연계해 영월암과 설봉공원까지의 거리를 심리적으로 좁힐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설봉산과 설봉서원, 체험관련 프로그램들과 영월암의 문화적 자산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설봉산 산책로는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 등의 콘텐츠로 특화시키는 방법과 이천 지역 각종 행사에 영월암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방법이 제시됐다. 후자는 템플스테이, 성지순례, 문화답사, 석불선양모임 구성 등으로 기존 사찰과 다른 특화된 아이디어 창작을 성공의 열쇠로 꼽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천 설봉산 북악사와 영월암의 고찰-역사와 인물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학과)는 이천부읍지를 검토해 영월암의 전신 북악사와 영월암을 거쳐 간 인물들을 조명했다. 고영섭 교수는 “영월암의 이름은 영월 낭규대사가 명명했다기 보다 1911년 영월암을 중건한 영월 보은스님이 영월암이라 불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이천지역의 문화적 구심은 종교적 기능과 문화적 기능이 살아있는 불교문화일 수밖에 없다”며 “종교적 기능이 살아있고 문화적 기능이 활발발한 영월암이 북악사의 사명을 복원하고 사격을 드높여 불교문화의 구심으로서 이천지역 문화의 원심을 이끌어가야만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손신영 박사(동국대 강사)는 ‘영월의 가람배치와 건축 분석’을 통해 “일주문이 없는 대신 전각의 고저로 구획을 나누고 있다”며 “천년고찰이라는 영월암의 역사를 입증하는 석조광배와 대좌, 3층 석탑의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사 뒤편으로 영월암의 사격을 알 수 있는 유적이 있을 수 있어 발굴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실을 밝혔다.

‘이천 영월암 마애불상과 불교미술’을 발표한 유근자 책임연구원(한국미술사연구소)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마애불들과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을 설명하며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은 민머리처럼 보이는 머리 위에 비록 마멸됐지만 육계가 새겨진 흔적을 찾을 수 있기에 조사상이나 지장보살상이 아니라 불상이며 고려 초 유가법상종 사찰에서 주불로 봉안했던 미륵불상”이라는 가설을 전개했다.

김현정 책임연구원(한국미술사연구소)은 “영월암 소장 법화경은 판본의 간기를 비롯해 인경시주실 등 다양한 기록이 담겨져 있어 17세기 법화경 제작과 관련한 중요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며 “1606년 귀신사간본을 시작으로 1669년 고방사간본까지 7종의 판본을 갖추고 있고, 법화경 영산회상도 도상을 통해 조선 초기 판화의 유려하고 세밀한 표현 양식에서 투박하면서도 직선에 가까운 묘사방식으로 전개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