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연구.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는 승려화가인가? 안휘준 교수(서울대)가 《한국미술사연구》에서 제기하는 의문이다. 솔거는 작품조차 남아있지 않고 전설처럼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화가다. 그럼에도 안휘준 교수는 ‘솔거’를 한국 회화사의 3대가 중 한 명으로 꼽는다. 또한 솔거가 8세기 중엽에 활동한 서예가 김생과 쌍벽을 이룬 전채서(신라 때 그림 일을 맡아보던 관아) 화원이었다고 안휘준 교수는 잠정 결론을 내린다. 작품도 없는 화가를 규명해내는 안휘준 교수의 연구는 역사 연구가 결국 상상력에서 출발한다는 ‘기본’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안휘준 교수는 “그것이 1세대 연구자로서……짊어져야 할 책무”(본문 256쪽)라고 말한다.
전공 분야인 한국 회화사에서는 미개척 분야인 백제 회화, 솔거의 화풍, 겸재 정선의 정체, 조선시대 무덤벽화 등을 다루며 새롭게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한국미술사연구》는 2013년 우수학술도서 가운데에서도 최우수도서의 하나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가 2012년 3월 1일~2013년 2월 28일 국내에서 초판 발행된 4백57개 출판사의 도서 4천89종 가운데 221종을 선정해 2013년 우수학술도서를 발표했다. 철학, 예술, 종교, 사회과학 등 총 11개 분야 ‘우수학술도서 선정·지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학술 출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출판 진흥 정책사업의 일환이다. 올해는 총 26억 원을 투입해 총 10만2천여 권의 도서를 구입해 배포할 계획이다. ‘2013 우수학술도서’ 목록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www.kpi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학술도서 가운데 불교 분야를 다룬 서적은 《한국미술사연구》 외에도 《불교와 무의 근대》 《고려후기의 불교》 《한국의 석등》 《생·몽·사의 의식구조》 《우리문화재 반출사》가 있다.

불교와 무의 근대.
중국 청대 학술의 대가이자 혁명가였던 장타이옌의 생애와 그의 사상을 집중조명한 《불교와 무의 근대》는 장타이옌과 중국근대혁명에 관한 본격 연구서다. 동국대 김영진 HK연구교수는 장타이옌이 ‘무(無)’를 무기로 삼아 어떻게 전통과 근대를 비판하고 국가와 자본주의에 반할 수 있었는지를 살핀다.

고려후기의 불교

고려 후기 중에서도 원 간섭기에 부각된 불교 사원에 주목한 윤기엽 전임연구원(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의 《고려후기의 불교》는 무인정권기의 사원 동향에서부터 원 간섭기 고려에 세워진 사원은 물론 원나라에 세워졌던 고려인 관련 대도사원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한다.

한국의 석등.
《한국의 석등》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조성된 석등에 대한 상세한 양식 분석과 특성에 대해 기술했다. 탑이나 승탑에 대한 연구에 비해 석등 연구가 미진한 점이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석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사진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작성된 실측 도면까지 함께 수록했다.

생몽사의 의식구조.
불교의 유식사상을 다룬 《생·몽·사의 의식구조》는 생명체의 의식구조, 꿈의 의식구조, 사후의 의식구조로 나눠 의식 전반을 세밀하게 다룬다. 전5식에서 제8 아뢰야식까지 유식을 샅샅이 해부하고, 꿈의 생성원리부터 해석까지 꿈의 의식을 철저하게 해부했다. 저자는 사후 환생과 윤회문제까지 다룬다.

정규홍의 《우리문화재 반출사》는 일제강점기를 고적조사 시기별로 나눠 꼼꼼하게 문화재 반출 역사를 정리했다. 관권 및 기증 헌납의 형태로 반출되거나 상인 수집가들에 의한 반출, 박물관으로 반출된 문화재 소장품 목록까지 섬세하게 정리했다. 현직교사인 저자 정규홍 교사가 30여 년간 국립도서관 박물관 사찰 등을 다니며 수집하거나 조사한 자료들로 우리문화재 수난역사를 정리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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