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에 종교를 이유로 차별이 이루어지는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사장 박광서)이 ‘민주사회와 종교’를 주제로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개최한 2013 만해축전 학술세미나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세미나에 앞서 진행된 ‘종교 및 차별금지법 관련 여론조사’ 결과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불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36.1%로 개신교 12.3%에 비해 가장 높은 선택을 했다. 종교적 가르침과 사회법이 다르다면 불교는 ‘사회법의 입장’이 47.4%를, 개신교는 ‘종교적 가르침’을 47.9%가 선택해 성향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종교와 파시즘, 그 역사적 고찰-정연복 편집위원(한국기독교연구소) △민주주의와 종교정치-강인철 교수(한신대) △중·고등학교에서의 종교에 의한 차별실태와 그 개선방안-송기춘 교수(전북대) △민주주의와 종교의 사회적 기능-유승무 교수(중앙승가대)가 발표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발제 두 가지를 정리한다.

‘민주주의와 종교정치’
강인철 교수(한신대 종교문화학과)

‘종교정치’란 종교의 정치적 중요성과 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종교인들이 정치 주체로 나서거나 종교 쟁점이 정치화되거나, 국가 정치사회가 종교적으로 유의미한 결정을 내리고, 그런 와중에 종교의 정치적 중요성 힘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현상과 관련된다.

지난 30년 동안 종교인구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고, 무종교인구 비율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1983~1995년에 현저히 드러난 현상이다. 1995~2005년에도 같은 방향의 추세는 지속되었지만 그 속도는 둔화되었다.

해방직후 한국의 종교지형은 대종교 유교 천도교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6대 종교 병립 구조’였으나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이르면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3대 종교 정립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1983년 10월 당시 3대 종교에 속한 종교 인구는 전체 종교인구의 90%이상을 차지한다. 불과 30~40년만에 ‘전형적인 다원주의 종교지형’에서 ‘준독점적-과두적 종교지형’으로 변화된 것이다. 3대 종교의 종교인구 점유율은 1985년 95.4%. 1995년 97.5%, 2005년 98.1%로 더욱 증가했으며 ‘3대 종교 정립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1983~2005년 3대 종교 신자 수는 1천만 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인구가 18.6% 증가하는 동안 3대 종교 신자 수는 네 배에 가까운 69.7%가 증가한 것이다. 3대 종교의 급격한 몸집 불리기, 이와 대조되는 군소 종교들의 교세 위축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종교적 양극화의 급격한 심화’가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3대 종교 내부에서도 1980년대 중반에 ‘그리스도교-불교의 인구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지배종교의 교체’가 진행된 것이다. 1983년에만 해도 불교 인구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친 그리스도교 인구보다 57.9만 명 많았다. 그러나 1985년에는 그리스도교 인구 비율이 역전됐다. 이후, 그리스도교 인구-불교 인구 간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됐다. 불교-그리스도교는 ‘한국 최대종교’ 지배종교의 지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에서는 양상이 또 다르다. 1985년 전국적으로 불교(19.9%)와 그리스도교(20.7%)의 인구점유율이 비슷했지만, 수도권에서는 불교(17.6%)와 그리스도교(28.5%) 인구점유율 격차가 이미 10% 이상으로 벌어져 있었다. 2005년에는 불교 인구 비율은 16.5%인 반면, 그리스도교 인구 비율은 35.6%로 증가해 불교 인구 비율의 2배 이상이 됐다. 영남의 경우 1985년 불교의 인구점유율이 28.7%에서 1995년에는 35.2%로, 2005년에는 37.3%로 급격히 상승했다. 제주도 역시 불교신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인구센서스를 통해 드러난 불교도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영남 지역에 거주하는 중간 및 중하의 계층적 지위를 갖는 장년 노년 연령집단”이다. 그리스도교는 수도권 전체 및 부유층 거주 지역들에서, 불교는 영남 제주 지역에서 상당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거대종교들은 ‘사회적 활동범위의 점진적 확대, 사회적 영향력의 점진적 증가’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의 주요 종교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시민사회 안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해왔다. 대학, 병원, 사회복지기관, NGO, 언론 등 시민사회에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한 주요 종교들은 지역정치 특히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 선거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잠재력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세력으로 성장한 3대 종교의 방대한 자원과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혹은 그것의 악용을 막을 것인가는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민주화라는 정치변동은 ‘탈정치화’라는 종교변동으로의 구조적 압력을 고조시켰지만 1990년대 이후 3대 종교 모두 ‘정치화’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1994년 종단권력의 극적인 교체에 성공한 불교(조계종)의 경우 1995년부터 총무원이 앞장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해 ‘참여불교’라는 단어에 익숙해져갔다.

종교 주도세력의 정치참여 전환이 기정사실이라면 이제 ‘어떤 정치참여인가?’ 혹은 ‘어떤 종교정치인가?’를 물어야한다.

종교인들의 성공적인 정치참여는 ‘최소(보편적)요건’들을 반드시 충족하고 다양한 기회구조들을 지혜롭게 활용하고 헤쳐 나갈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종교에 의한 차별실태와 그 개선방안’
송기춘 교수(전북대)

학교 내 종교 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살펴보면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4.5%, 불만이라는 응답자는 34.5%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2배 이상 많이 나왔다. 종립학교가 국공립학교나 비종립학교보다는 만족 비율이 높고, 불만 비율이 낮았다. 국공립학교는 만족 4.3%, 불만 47.5%, 비종립학교는 만족 4.5%, 불만 43.4%, 종립학교는 만족 22.4%, 불만 25.5%였다.

개신교계 종립학교 재학생은 만족(24.3%)보다는 불만(26.3%)이 많았고, 불교계 종립학교 재학생 역시 만족(16.1%)보단 불만(23.9%)이 다소 많았다. 이에 비해 천주교계 종립학교 재학생은 만족(30.9%)이 불만(16.9%)보다 높았다.

학생들이 학교 내 종교 활동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원하지 않아서’(66.1%)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흥미 없고 지루해서’(48.2%), ‘종교가 달라서’(22.4%),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므로’(17.4%) 등으로 나타났다.

불교계와 천주교계 종립학교 재학생들은 ‘원하지 않아서’(57.6%, 54.5%)와 ‘흥미 없고 지루해서’(63.6%, 72.7%)를 주로 꼽았고, 개신교계 종립학교 재학생들은 ‘원하지 않아서’(66.7%)와 ‘흥미 없고 지루해서’(57.7%), ;종교가 달라서‘(29.9%)도 중요한 이유로 거론했다.

학교의 종교 이념과 학생 자신의 종교가 일치하는 경우 학교 내 종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불만은 낮아졌다. 천주교계 종립학교 내 종교 활동은 학생들의 종교와 무관하게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반면 개신교계 종립학교는 종교가 일치하는 학생의 불만도 다른 종립학교에 비해 높고, 종교가 다른 학생들의 경우는 학교 내 종교 활동에 대한 불만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불교계 종립학교 내 종교 활동은 천주교계 종립학교에 비해서는 만족도가 낮고, 개신교계 종립학교에 비해서는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내 종교교육이나 의식은 반대(35.1%)가 찬성(24.9%)보다는 높게 나타나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 종교적 사유에 의한 차별행위는 종립학교에서 주로 나타나며 개신교계 학교가 불교나 천주교계 학교보다 빈도가 높았다. 종교선택의 자유를 원하지만 종립학교 입학당시 종교교육에 대한 설명이나 고지가 이뤄지지 않거나 이뤄지더라도 추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종교과목의 대체교과가 개설된 경우가 적고 개설됐어도 실질적으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교육에서의 종교 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종교교육 선택을 보장하고, 공식행사에서 종교의식을 배제하며 종교문제 상담실을 운영하고, 학생의 종교적 요구에 따라 학교배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걸쳐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종교인의 양성은 학교가 아니라 종교단체의 몫이다. 종교교육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종립학교로서는 매우 내키지 않는 일이겠지만, 종래의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방식은 학생읙 ㅣ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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