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집 앨범 '구도의 길'을 발표한 심진스님.
경주 삼릉에 선 스님은 솔향기 가득한 숲길을 거닐며 삶을 관조했다. 눈물 나도록.

심진스님 4집 ‘구도의 길’은 스님의 고백이다. “꽃 피면 꽃 핀다고 그대 생각, 꽃 지면 꽃 진다고 그대 생각”하는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노래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어요. 외로울 때면, 힘들 때면 나무 그늘 아래서 부르던 노래가 사문의 길을 걸으면서도 버릴 수가 없어 시절인연으로 무대에 서게 됐죠.”

‘구도의 길’에는 ‘사는 일 눈물 나면’ ‘아버지의 노래’ ‘귀천’ ‘소녀 아리랑’ ‘무상’ ‘구도의 길’ ‘무소의 뿔처럼’ 등 12곡의 노래가 수록됐다.

“황청원 시인이 거동이 불편한데도 저와의 인연을 귀히 여겨 직접 써준 ‘사는 일 눈물 나면’과 ‘아버지의 노래’를 들어보면 제가 이 앨범을 만든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심진스님과 노래는 이렇게 떼어놓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이다. 그런데 왜 11년 만에 앨범을 들고 나왔는지 궁금했다.

“나는 수행자이고 싶지, 노래 잘하는 가수이고 싶지는 않다”는 심진스님은 “고담사에 갈 때도 행복했지만, 9년을 살고 떠날 때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밝힌다. 하지만 고담사를 떠나오니 삶이 너무 편했다. “일하기 위해서 음반을 냈다”며 웃은 스님은 “고담사를 떠나지 않았다면 다시 앨범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한다.

“제 노래를 듣고, 듣는 그 순간만이라도 스님이 부르는 노래여서 마음을 깨끗하게 세정하는 역할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서일까. 스님의 노래에서는 세속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즈넉한 산사의 공기가 감도는 것만 같다.

 
요즘 심진스님은 천수다라니기도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7시간씩 혼자 하는 기도에 신도들이 알아서 동참한다. 벌써 70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스님과 함께 천수다라니 독송에 빠져들었다.

나답게 여기서 멋지게 살다 가고 싶다는 게 스님의 작은 바람 중 하나다. 스님에게는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바로 나눔 밥차다.

중앙승가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스님은 나눔단체를 결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따뜻한 가슴과 맑은 영혼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스님. 스님은 효봉스님의 말씀 “상대방이 쏜 화살을 맨손으로 받는다는 기분으로 시주 받아라”를 가슴에 늘 새긴다. 시주 받고 사는 승려이니만큼 삶의 회향은 나눔으로 하고 싶은 것.
기금 마련이 되고 단체가 결성되면 심진스님은 탑차를 사서 ‘작은 것이지만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새기고 전국을 누비며 따뜻한 먹거리를 나눠주며 살 계획이다.

1976년 불암사서 입산 출가한 스님은 1990년 서울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슬기둥과 스님들의 만남’을 기획 출연한 이래 1991년 1집 ‘그대를 위한 시’, 1994년 2집 ‘옥아의 꽃신’, 2002년 3집 ‘바람 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를 출시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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