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일제 강점기에 자신을 불살라 스스로 민족의 빛이 되어주신, 만해 한용운 대선사님!

스님께서는 절망의 시대에서도 우리 민족과 겨레의 앞날에 희망이 되고 지남(指南)이 되어 주셨습니다.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으로 3.1독립운동을 주도하신 민족의 대표이자, 한국 현대 시문학의 금자탑으로 일컬어지는 ≪님의 침묵≫등을 발표하신 위대한 시인이었습니다.

또한 불교의 유신(維新)을 주창한 불교사상가이자, 자유와 평등을 높이 외치고 실천하신 사회계몽가였습니다.

일제의 칼날 앞에 많은 사람들이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훼절(毁節)할 때 민족의 자존(自尊)과 지조(志操)를 끝까지 지키신 민족의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계시던 그 자리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치도록 남아 있는 가 봅니다.
오늘 우리는 만해스님 입적 69주기를 맞아 맑은 차와 꽃을 영전에 올리고 향을 사루며 선사의 업적을 추모합니다.

하지만 선사를 높이 기리는 사모의 정보다 생전 보여주신 가르침과 그 정신을 현실 속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더욱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특히 스님께서는 우리 선학원의 설립조사로서 지대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선학원에서 펼친 큰 원력은 민족의 독립을 위한 우국지사와 민족불교를 수호하려는 많은 승려들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민족정기로 일제에 맞섰던 스님께서는 선학원에서 신간회 창립 발기인으로, 또 중앙 집행위원과 경성지회장으로 활약하시며 6.10만세운동을 주도하시다 이곳에서 연행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으며, 불교지 발간, 선원지 발간 경허집 발간 등의 집필활동도 바로 이곳에서 하셨습니다.

따라서 이곳은 선사께서 겨레의 얼과 독립의 정기를 심어놓으신 역사와 민족의 성지입니다.

또한 해방이후에는 선사의 유지(遺志)를 계승하여 일제불교를 청산하고 민족불교의 정통을 지켜내고자 정화의 횃불을 높이 들어올린 정화불교의 산실(産室)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선학원 곳곳에 배어있는 스님을 비롯한 설립조사들의 업적과 사상을 후손들이 바르게 계승하지 못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다짐합니다.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스님의 높은 가르침과 실천행을 가슴 깊이 새겨 놓고 있습니다. 어떠한 유혹과 회유,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올곧은 수행의 길, 지사의 길, 자유와 평화와 화합의 길을 가셨던 선사의 뜻이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호법신장의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올해 우리 재단은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기념관 건립을 위하여 국고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지원을 위하여 노력하여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만해 선사를 비롯한 설립조사들의 뜻을 더욱 선양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후학들은 스님의 예순 아홉 번 째 추모일을 맞이하여 다시한번 옷깃을 여미고 스님의 숭고한 정신과 업적을 보전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기 2557년 6월 29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法眞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