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194회 임시중앙종회에 상정된 비구니 호계위원 자격을 명시한 종헌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로 인해 25일 첫날부터 종회 운영이 파행을 겪었다. 비구니 의원들이 개정안 부결에 대한 항의 표시로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오후 2시 속개된 회의에도 불참했기 때문이다. 결국 종헌 개정을 위한 3분의 2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종회는 정회를 선포하며 비구니 의원 설득작업을 벌였다. 종회의장 향적스님은 급기야 비구니 의원스님들과 안건상정을 위한 사전조율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종단의 종헌종법상 남녀차별문제는 다름아닌 ‘승려’와 ‘비구’의 표현에 있다. 특히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그 자격을 ‘비구’로 묶어놓다 보니 ‘비구니’의 교역직 진출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호계위원 자격에 비구니를 포함시키는 사안도 ‘비구’를 ‘승려’로 바꾸는 표현상의 문제였다. 그러나 종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의 비구의원들이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일부 의원만이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현 사회에서 이 부분과 관련한 종헌개정을 지지하고 나섰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부결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비구들로선 좀더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솔직히 말해 종단의 법을 다루는 입법기구의 의원스님들마저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으니 실망스럽다. 승가공동체란 화합과 평등을 제일 원칙으로 한다. 승가가 분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화합과 평등이 지켜지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 이번 종헌개정안 부결은 하나의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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