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화석연로에서 발생한 탄산가스가 대기를 가득 메우고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더워진 지구에서는 이상기후가 발생해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연안도시들은 수몰된다. 신종 바이러스와 환경호르몬이 수많은 종(種)들을 멸종시킨다. 곡물수확량과 어획량은 점점 줄고, 인구도 급격히 감소한다. 이것은 미래 인류가 직면하게 될 ‘지구 오염’의 결과다. 환경위기는 바로 인류가 꼭 풀어야 할 화두다.

지구 온난화
엘니뇨현상은 지구오염의 실증적 발현이다. 병든 지구를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는 순풍우조의 기후를 다시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인류가 삶의 편리만을, 재물의 이익만을 생각한 채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생존이냐 멸망이냐’하는 절박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미 콜로라도대 윌리엄 그레이 교수 등 기상전문가들은 “카리브해와 미 대서양 연안 인구밀집지역은 더 많은 허리케인이 발생하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기상학자들은 허리케인의 발생을 엘니뇨 현상과 연결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악영향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을철 남한강에는 홍수가, 겨울철 낙동강에는 가뭄이 두드러지는 등 우리나라 강수량의 지역적·계절적 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의 ‘지구변화 예측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2배가 될 경우 남한강 충주댐 유역에는 저수용량 81%에 달하는 연간 22억3천4백만톤 하천유량이 증가하며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의 빙하도 녹이고 있다. 남·북극과 그린란드지역 빙하들이 모두 줄고 얇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50∼70년후면 미 몬태나 빙하국립공원의 빙하들도 모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전인구의 31%가 거주하는 연안도시의 침수도 불가피해진다.

열대림 감소·사막화
영국 에딘버러대학의 과학자들은 2050년을 전후해 아마존이나 동남아 등지의 열대우림이 급격히 황폐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의 허파’격인 열대우림이 머지않아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목한 열대우림 파괴 주범은 지구온난화 현상.
연구팀 관계자는 “온도가 높아지면 강수보다 증발량이 훨씬 많아진다. 2050∼2070년에는 이런 현상이 뚜렷해져 이 시기에 열대우림은 초원지대나 심하면 사막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 지상주의'로 땅과 물이 몸살을 앓고 있다. 건축 폐자재가 땅 속에 묻혀져 토양을 오염(그림 위)시키는가하면, 각종 폐수로 물도 오염되고 있다.
열대우림은 육지면적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열대우림의 면적은 앞으로 1백년도 못돼 1%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열대우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가장 평화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열대우림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허파의 상실과 함께 많은 ‘동료’ 생물들을 잃어야할 처지다.

종의 멸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팜리코강 하구지역에서 물고기들이 동전크기만한 상처를 입은 채 죽어 떠올랐다. 범인은 나중에 피에스테리아로 밝혀졌다. 라틴어로 ‘물고기 킬러’. 물고기의 면역체계를 파괴해 ‘물고기 AIDS’로 통하는 피에스테리아는 깨끗한 물에서는 말썽없이 지내지만, 물이 독성 화확물질로 오염되면 독소를 내뿜게 된다.
▲ 지구 온난화는 북극의 빙하까지도 녹인다.
PCB, DDT 등의 화학물질은 백로와 같은 조류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려 바이러스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생명도 빼앗는다. 또한 화학물질은 성의 변이를 가져오고 기형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으로도 작용한다. 일본 다마강 유역에 서식하는 수컷잉어의 약 30%에서 생식기능 이상현상이 발견됐다는 사례가 보고됐다.
인류가 만들어낸 화학물질이 지구 생태계의 ‘종’들을 다 죽이고, 급기야 인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인류에게 새로운 식량,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해택을 주는 생물종의 멸종은 생태계의 안정성과 자정능력 감소를 의미한다.

불교적 해법
이같은 진단과 전망들은 ‘자연계 순환의 고리가 끊겨나가면서 자연은 복수와 재앙의 칼날을 인류에게 휘두를 것’이라는 공통적인 견해를 담고 있다. 증지부 아함경 주석서인 『비숫디막가(Visuddhimagga)』의 한 구절은 인류가 직면한 환경위기의 원인을 분명하게 짚어준다.
“인간의 욕망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굶주림의 시대가 온다. 인간의 분노와 증오가 가라앉혀지지 않을 때 학살과 파괴의 시대가 도래한다. 인간의 무지가 한계를 넘어서면 나쁜 유행병의 시대가 열린다.”
환경위기는 바로 ‘욕망’ ‘분노와 증오’ ‘무지’ 등과 같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자연환경 즉, 생태계 전체의 근본 원리는 상호의존, 공생, 상호연관과 보완의 측면이 훨씬 강하다. 상호연관된 존재에서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논리는 나올 수 없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도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도 멸한다’는 연기법이었다. 인류가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그레이 스나이더(미국·문인)는 “지금의 환경문제를 야기한 자기중심의 개발 페러다임을 모든 생명이 공존 가능한 지구환경 페러다임으로 전환토록 하기 위해선 불교의 무소유 정신과 생명존중 정신을 시대적 요구이다”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이 더 나아가면 데이비드 봄(영국·환경운동가)의 “나누어지지 않은 전체”로 이행하며, 리타 그로스(미국·환경운동가)에서는 “세계는 나의 신체이다”로 진행한다. 또 폴 세퍼드(미국·환경운동가)는 “사물의 관계는 사물만큼 실재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오늘의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동·서양의 환경전문가들은 지금 투쟁과 경쟁이라는 ‘다윈니즘’의 자연관에서 벗어나고 있다. 고도의 정화기술 보다는 자연의 근본을 통찰하며 생활양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환경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에게 ‘균형잡힌 생활습관’은 환경보호의 첫 걸음이다. 그래서 불교의 수행에 관심을 갖는다. 수행은 바로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나’와 세상을 함께 이롭게 하는 최고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제레미 레프킨교수(미국 코넬대)는 『엔트로피』에서 “부처님의 생활방식 즉, 소비를 최소한 줄이고 검소한 삶을 살리는 생활방식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최대한도로 억제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삶의 방식이며, 앞으로 인류 생활의 방식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서양의 환경전문가들은 스스로 소비수준을 낯추는 과정에서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발적 빈곤, 이것은 바로 ‘물질적으로 청빈하게, 정신적으로 풍요롭게’라는 불교의 본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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