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보니 그곳에는 한국에 불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교민들 사이에 불자가 거의 없는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불교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가 큽니다”

현재 조계종 교수아사리이자 서울대, 홍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명법스님이 2007~2009년 동안 미국 유학 생활의 경험을 모은 책《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를 최근 출간했다.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미국생활을 통해 미국불교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제공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30일, 명법스님은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학 생활과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명법스님은 “불교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미국 풍토에 맞게 변화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가불교 중심, 출가승단의 부재’이다. 미국불교는 한국불교가 응용할 소재들이 많다. 그것은 재가 중심이기 때문이다”며 “우리의 전통을 깨뜨린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창조적 시각에서 분명히 배울 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1970년대 미국에 불었던 ‘선(ZEN)’ 열풍은 이미 퇴색됐다. 지금은 달라이라마라는 슈퍼스타를 가지고 있는 티벳불교가 대세”라면서 “달라이라마는 그동안 아시아 종교지도자들과 다른 친근한 이미지와 티벳 문제를 불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등 불교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활동 등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인들은 불교를 통해 어떻게 내가 치유 받는지, 불교의 사상을 어떻게 사회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불교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며 “그들이 보기에 선불교는 어렵고 모호한 불교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부처님은 몇살입니까'를 출간한 명법스님.

명법스님은 “스미스칼리지에서 관음보살에 대한 강의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며 “미국인들은 형이상학적인 선불교보다 오히려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느꼈다. 합리적이라야만 서구에 불교가 전파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미국에 가보니 한국불교보다는 비구니승단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많았고 오히려 나를 만나고 한국에도 불교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며 “미국인들 주위에 한국인(교민)은 대부분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한국 불교는 존재하지 않거나 세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미국 교민들이 우리 불교를 많이 접하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중국·일본불교를 구분한 것은 서양에 일본불교를 전파하려는 일본불교의 전략이었다. 동아시아의 불교권 국가들은 저마다 고유한 특성도 있지만 ‘공통점’이 더 많이 있었다”며 “국가성을 내세워 한국불교를 강조하는 것보다 ‘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명법스님/아름다운인연(조계종출판사)/18,000원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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