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람마다 근기에 맞춰 제도했다는 대기설법(對機說法)은 매우 훌륭한 교육방법으로 평가된다.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맞춤형’ 교육이고 또한 ‘눈높이’ 교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대기설법에 가깝게 제자들을 제접한 선사는 누가 있을까?

이와 관련 정운 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 동국대 강사)은 25일 불교학연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당대(唐代) 선사들의 교육방편>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마조도일의 교육관을 살펴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정운 스님은 마조의 교육관을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언구를 사용한 교육방편’, ‘즉심시불(卽心是佛) 언구를 사용한 교육방편’으로 크게 나누어 고찰했다.

‘조사서래의 언구를 사용한 교육방편’에서 정운 스님은 마조선사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간명직절한 답변을 내세웠던 사례, 또 조사서래의를 묻는 제자의 질문에 별안간 뺨을 후려치는 폭력적인 사례, 스스로 자각하도록 일깨워주는 사례, 심인을 깨닫도록 폭력에 가까운 거친 행동으로 일깨운 사례 등 그 때 그 때 상황과 상대의 근기에 따라 지도한 방법들을 소개했다.

또 ‘즉심시불 언구를 사용한 교육방편’에서는 마조선사가 분주무업(汾州無業), 대주혜해(大珠慧海), 대매법상(大梅法常) 등 훗날 선풍을 드날린 제자들과의 기연(機緣)으로 즉심시불이 마조의 선사상으로 구축된 기반들을 살폈다.

정운 스님은 그 외 마조의 다양한 교육방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선 침묵[良久]으로 일관한 예다.
“마조는 법좌에 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때 백장은 좌복을 개어 한 쪽에 두었다. 마조는 법당을 나갔다.”

둘째로 순간의 즉흥성과 직관력으로 제자를 지도한 예로 석공혜장(石鞏慧藏)과의 만남이다. 사냥꾼인 석공을 만난 마조는 화살 하나로 사슴 몇 마리를 잡는지 물었다. 한 마리를 잡는다고 하자 마조는 화살을 쏠 줄 모른다고 핀잔을 주었다. 이에 석공이 되묻는다. “스님께서는 화살을 쏠 줄 아십니까?” “쏠 줄 알지.” “그러면 화상께서는 몇 마리나 잡습니까?” “화살 하나로 떼거리를 잡는다.” “저들도 생명이 있는 법인데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떼거리로 잡으십니까?” “그대가 그런 것은 알면서 왜 자신은 잡지 못하는가?”

셋째는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활용해 제자를 교육시킨 경우다. 백장이 마조의 시자 소임을 살 때 대중공양 때마다 백장은 호떡이 담긴 그릇의 뚜껑을 열어 마조에게 보이곤 했다. 어느 날 마조가 재빨리 호떡을 하나 들고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호떡이 무엇인지 몰라 물은 것이 아니라 물체를 통해 불성을 자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마조문하엔 교를 버리고 선으로 들어온 사교입선(捨敎入禪)한 제자가 많았다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또 마조가 행동이나 집기를 이용해 제자를 제접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한다.

정운 스님은 마조가 다양한 방편을 제자들에게 활용한 의도는 제자 스스로의 자각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의사의 처방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을 나으려는 환자의 의지라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지만 달을 보는 능력은 제자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운 스님은 마조선사야말로 부처님의 대기설법을 도입해 이런 저런 방편으로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이끈 훌륭한 교육자였다고 평가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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