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인도에서 불교는 왜 사라졌는가?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공동주관하는 5월 열린논단이 2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려 조준호 박사(외국어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가 이를 주제로 발제했다.

인도에서 불교의 쇠망원인은 현 한국불교에도 커다란 교훈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잡은 주제다.

▲ 23일 불교평론 5월 열린논단에서 '왜 인도에서 불교는 사라졌는가'를 발제하고 있는 조준호 외국어대 연구교수.

조 박사는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게 된 원인에 대해 외부적 요인과 내재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우선 힌두교의 박해와 탄압, 그리고 이슬람교도의 무자비한 파괴를 꼽았다. 불교는 정교분리의 입장을 분명히 했던 데 반해 힌두교나 이슬람교는 정치권력과의 유착관계를 유지하며 불교에 대한 박해와 탄압을 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슝가왕조의 뿌쉬야미뜨라(Pushyamitra)왕은 불교를 박해한 대표적인 바라문교 신봉자로서 불교를 혐오하여 경전을 불태우고 불탑과 가람을 닥치는대로 파괴했으며 출가승려들을 대량 학살했다고 전했다. 불교승려의 머리에 상금을 걸기도 했던 뿌쉬야미뜨라는 인도역사에 있어서 경쟁종교와 결합한 정치권력 동원의 최초 불교탄압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986년부터 인도침략을 시작한 이슬람교도의 무자비한 불교유물 파괴도 불교의 쇠망을 재촉했다. 이슬람교도들은 신상이나 불상을 우상으로 간주해 극도로 혐오했다. 때문에 인도 원정에서 이슬람은 불교나 힌두교의 사원과 성지를 무차별하게 파괴하고 승려들을 살해했다. 무엇보다 8천여명의 승려가 거주했던 동인도 위끄라마쉴라 사원의 경우 1203년 이슬람교도의 춤추는 칼날에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철저히 파괴됐다.

조 박사는 내재적 요인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불교가 인도에서 사라지게 된 배경이 단지 이슬람의 살육 및 파괴 때문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힌두교나 자이나교도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유독 불교만이 재기하지 못한 이유는 외적 요인보다 내적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조 박사는 ▲불교는 성격상 조직 충성도를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믿음보다 지혜 중심으로 지식계급적 한계를 보였다는 점 ▲일반인의 생활의례 정착에 소홀했다는 점 ▲세속적 욕망에 반하는 냉혹한 무아(無我)교리는 대중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 ▲불교의 힌두교화로 인한 정체성 상실 ▲힌두교의 불교 박탈전략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 ▲거대한 승원 중심으로 민중과 유리된 점 ▲언어적인 면에 있어서 비대중적인 산스크리뜨어의 진행에 따른 대중과 유리된 점을 중요한 내재적 요인으로 지적했다.

특히 조 박사는 승원에 갇혀 대중과 단절되는 폐단을 강조했다. 출가승려는 원래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는 것보다 끊임없이 유행(遊行)하며 전법교화의 역할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함에도 왕과 부호들의 지원에 따른 승원불교가 되면서 견고한 벽돌로 이루어진 승원은 차츰 일반인의 차단과 외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후 대승불교 역시 처음 흥기했던 정신과 달리 자신들이 비판했던 이전의 불교를 빠른 속도로 답습하고 만 것이 불교쇠멸의 지나온 역사였다.

조 박사는 이러한 속에서 인도불교는 결국 출가교단을 적극 외호하려는 재가 세력이 없는 방치 상태에서 쓸쓸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부언했다.

조 박사는 그러나 인도에서 있었던 불교쇠망의 원인으로서 드러난 결점과 약점을 오히려 현대적 관점에서 장점과 강점으로 활용하길 기대했다. 과학의 발달과 열린 정보사회로의 진행, 그리고 민주적 정치사회환경은 오히려 불교의 세계관과 인간관과 부합해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조 박사의 주장이다.

▲ 발제에 이어 질의응답을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조 박사는 “인류역사에서 현대인은 세계와 인간의 문제에서 리얼리즘적인 지적 방향과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불교가 미래 인류의 대안적 삶의 내용과 방향이 될 종교로 선택될 가능성이 그 어떤 종교보다 크다”면서 끝을 맺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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