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전문성의 저하는 불교학이라는 학문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불교학계 학술지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교수(동명대학교 불교문화학과)는 불교학 관련 학술지가 인근 학문분야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학술적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교학연구회(회장 ‧ 조은수 서울대 교수)가 25일 주최하는 춘계학술대회에서 박교수는 제5발표자로 나와 ‘국내 불교학계의 구성적 특징과 연구 현황’의 주제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2012년 개정된 국가과학기술 표준분류체계에 의하면 이제 불교학은 더 이상 독립된 학문분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국가과학기술 표준분류체계를 들어 박교수는 “불교학은 대분류 항목엔 포함되어 있지 않고 ‘철학/종교(HB)’분야의 하위 종목에 보인다”면서 “이 의미는 불교학은 독립된 학문분야가 아니라 철학이나 종교학의 연구영역 가운데 하나의 소재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불교학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불교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철학자이거나 종교학자일 뿐이라는 의미다. 이 분류체계가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박교수는 “국내의 모든 학술연구자가 정부의 연구과제를 신청하거나 채용과정에서 반드시 자신의 학문영역을 명시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불교 학술지의 위상에 대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언급했다.
박교수는 “학회의 연구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는 학술지와 논문현황이다.”고 전제하고 “(연구성과를 계량화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적지 않지만) 국내 학술지와 관련해 계량화된 지표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운영하는 학술지인용색인(KCI)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술지인용색인에 의하면 2012년 12월 기준 국내 학술연구기관은 총 7,619곳, 이들 기관에서 내는 학술지는 모두 4,842종으로 이 가운데 2,168종이 등재(후보)학술지다. 학술지의 질적 평가 항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영향력 지수(IF)다. 박교수는 이 지수를 놓고 봤을 때 “다른 인문학 분야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불교학 연구자들이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학술지 게재 연구결과를 눈여겨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구분

학술지명

발행기관명

보정영향력지수

(자기인용제외 IF)

영향력지수

(IF)

1

대각사상

대각사상연구원

0.21

0.33

2

동아시아불교문화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0.11

1.16

3

불교연구

한국불교연구원

0.48

0.58

4

보조사상

보조사상연구원

0.17

0.22

5

불교학보

동국대불교문화연구원

0.42

0.51

6

불교학연구

불교학연구회

0.35

0.44

7

선문화연구

한국불교선리연구원

0.10

0.10

8

인도철학

인도철학회

0.34

0.45

9

정토학연구

한국정토학회

0.04

0.07

10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

한국교수불자연합회

0.00

0.00

11

한국불교학

한국불교학회

0.36

0.51

12

한국선학

한국선학회

0.29

0.40

13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국제불교문화사상사학회

-

-

평균

 

 

 

 

0.24

0.40


박교수는 나아가 불교학 관련 학회의 전문성과 학문적 위상이 약화된 배경에 대해서도 살폈다. 우선 ‘학계’라는 개념과 상당히 다르게 구성돼 있는 점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즉 불교학과 불교계가 혼재돼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불교를 학문적 대상이 아니라 개인적 관심과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전문학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한 예다.

박교수는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학문분야별로 다양화 차별화하는 것을 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인도대승불교학회, 초기불교학회, 불교사학회, 불교철학회, 응용불교학회 식의 형식을 취하자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면 학술적 진정성과 종교적 진정성을 서로 강요하지 말 것도 제안했다.
어쨌든 박교수의 주제발표는 현 불교학회와 학술지가 처한 현실적 문제점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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