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온거사(龐蘊居士, 740~808)는 형주(衡州)의 형양현 사람이요, 자(字)는 도현(道玄)이다. 대대로 유교의 도로써 업을 삼았으나 거사는 어릴 적에 이미 사는 것 자체가 고뇌임을 깨닫고 참된 진리를 구하려 힘썼다.
당나라 정원(貞元) 초(705)에 석두희천(石頭希遷, 700~790) 화상을 만나서 선지(禪旨)를 얻은 다음, 마조도일 선사에게 2년 동안 참학하였다. 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 등 여러 선사들과 많은 문답을 주고받는 탁월한 기용이 있었다.
그는 일생동안 승려가 아닌 거사로 마쳤지만, 독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얻어 중국의 유마(維摩) 거사라고 불렸다. 또 전 재산을 배에 실어 강물에 던져 버리는 등의 기행도 전한다. 양주 자사 우적(于?)을 만나 입적할 때도 그의 무릎을 베고 입적했다고 한다.

방거사(龐居士)가 마조스님께 물었다.
“만법(萬法)과 더불어 짝하지 않는 것이 어떤 사람입니까?”
“그대가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셔 없앨 때를 기다려 말해 주겠노라.”
다시 방거사가 물었다.
“본래인(本來人)을 어둡게 하지 말고 스님께서는 안목을 높이 하십시오.”
이에 마조스님께서 눈을 아래로 흘깃 하셨다.
거사가 말했다.
“일등 가는 줄 없는 거문고를 스님만이 오묘하게 뜯으십니다.”
스님께서 이번에는 위로 흘깃 보시니 거사는 크게 절을 하였다. 스님께서 방장실로 돌아가자 거사가 뒤따라가면서 말하였다.
“조금 전엔 잘난 체하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물은 근육도 뼈도 없는데 만 섬 실은 배를 이깁니다. 이 이치가 무엇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는 물도 없고 배도 없는데 무슨 근육과 뼈를 말하는가.”

위의 내용은 유명한 방거사가 마조스님을 쉽게 여겨서 뼈있는 질문을 하다가 마조스님으로부터 선검(禪劒)의 날카로움을 체험하게 된 것을 요약한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문답의 내용을 분석해서 사량하지 말고 부딪쳐 바로 대응하는 이치로 살핀다면 마조와 방거사의 진면목이 선명해질 것이다.

혜거 스님/금강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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