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제자로 사는 것도 대단한 용기 필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조동종의 과거 행적에 대해 참회하는 참사문비를 군산 동국사에 건립하고 이어 ≪조선침략참회기≫(동국대출판부)를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치노헤 쇼코(一戶彰晃)스님.

그는 25일 불교평론 4월 열린논단에서 평화실현을 위한 내용의 ‘원점으로 돌아가다’란 주제의 발제자로 나와 “참회를 하는 것도, 불제자로 살아가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치노헤 스님은 자신을 인권 ‧ 평화 ‧ 환경활동을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최근 자신이 펴낸 책에 대해선 “한일의 경색 국면을 한일의 불교인이 협력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테마”라고 말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조선침략을 부정하는 발언과 관련한 답변인 셈이다.

▲ 불교평론 열린논단에서 발제하고 있는 이치노헤 쇼코스님. 옆엔 통역을 맡은 장옥희씨.

특히 군산 동국사에 참사문비를 건립한 것과 관련 “불교의 기본은 끊임없는 참회에 있다”면서 “참회란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주저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종교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참회는 최대의 용맹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향해 아직도 진정한 참회를 하지 않고 있는 일본 불교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대목이다.

일본불교엔 共業 교리 없어

이치노헤 스님은 사회와의 관계에 소극적인 일본불교의 한 단면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세상사에 관련되면 고통이 생긴다며 경전의 가르침을 오해해 독선과 탈속에 빠진 일본 불교계는 ‘공업(共業)’이란 불교 교리가 없는 것이 충격적이다”고 밝히고 “현 일본불교의 낙후는 사회참여에 소극적이며 감동을 주는 내용과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라 진단했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한일 불교계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국가와 종파, 교의의 다름을 뛰어넘어 불교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어떠한 조직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라는 사실을 인식해 꾸준한 민간교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통역은 ≪조선침략참회기≫를 옮긴 장옥희씨(한일 NGO 교류협력을 위한 코디네이터로 활동중)가 맡았다.

다음은 열린논단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난 부처님께 월급받는 사람, 위축될 일 없어"

-김광식 박사(근현대 불교사학자)=1992년 조동종의 참사문이 있었지만 계승이 안되고 있다. 따라서 군산 동국사 참사문비도 일본 조동종의 공식적인 참회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다른 질문은 스님의 저술과 관련 일본의 전문학자들은 스님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시 참사문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의제기가 있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으로서도 난 그 정신을 온전히 저버리지 않고 있다. 동국사 참사문비는 진심과 진정을 갖고 만든 것이다.
학자들은 소속된 학교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학교에 거슬리는 역사관을 피력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난 한 사찰의 주지로서 부처님으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따라서 이런 책을 낼 수 있다. 학자라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 이치노헤 쇼코스님이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재근(문학평론가)=아베 총리가 최근 일본의 침략행위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이웃국가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본이 극우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현상인데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계속하는데 문제없다. 미디어란 센세이션이 생명이라서 긴장감을 조장하는데 일조한다. 정치는 더 그렇다. 물론 난 신사참배 등이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정치인은 지위와 명예를 우선시한다. 사상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박영준교수(성신여대)=러 일전쟁을 반대한 우치야마 구도(內山愚童)를 제사지내고 있다는 말씀을 반긴다. 난 붓다를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이해하고 있다. 스님의 혜안과 용기를 높이 산다. 동아시아 평화에 스님의 역할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합장으로 인사하며)감사하다. 과거에도 인권 환경활동을 펼쳤던 스님들은 많았으나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이들을 찾아 기록을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불교가 저지른 일을 기록한 책도 있다. 이것을 찾아내는 일은 금광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 인권 평화운동을 했던 스님들의 자료를 발굴해 후대에 전하고 싶다. 내가 처음 책을 냈을 때 일본의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날 현대의 우치야마 구도라고 소개했다. 나 역시 불교가 아나키스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영근(불교사회 활동가)=일제 강점기 시절 한국 내 일본에 대한 협력자(친일) 및 승려도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시대 어쩔 수 없는 정황과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 친일의 문제에 대해 한국내 인식의 변화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탁류’를 쓴 채만식 작가와 관련해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과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어느 누가 친일이다 아니다라는 흑백논리로 접근할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 밝히는 검증이 필요하고 이를 기록해 후대에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흑백으로 정해버리면 배울 게 없다.

-홍사성(불교평론 주간)=동국사 참사문을 저작권 위반이라며 조동종단이 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아직도 (조선침략의 동조행위)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동종의 철거 요구는 그다지 높게 평가할 게 아니다. 일본 내 우익세력이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생각없는 처신이었다. (어떤 일에 대한)신념이 없으므로 우익의 공격을 받고 무서워 그런 철거 요구를 한 것이다. 비불교적인 행태를 하는 걸로 봐서 달라진 게 없으니 (질문자의 지적이) 옳다고 본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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