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설하는 모든 경이 중생들을 불도에 인도하기 위한 가르침으로 이루어진다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열반경』도 붓다열반이라는 중요한 소재를 가지고 중생의 무지를 깨우치고, 일체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불성을 발현시켜 성불케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대부분의 경들의 구성에 대해서는 서분, 정종분, 유통분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이 경은 예로부터 그 분과(分科)에 대한 이론이 분분하였다. 바수반두[세친]가 7분과로 나눈 것을 비롯해서 양무제는 2분과로 나누었고, 수나라 정영사 혜원(慧遠)은 5분과로 나누는 등 20여 학자들의 견해가 달라 그 내용을 나누는데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대열반경소(大涅槃經疏)』(수나라, 관정스님)의 분과를 따라 5분과로 내용을 나눈다.

첫째, 열반의 대중을 불러 청하는 「서품」은 ‘서분’에 해당한다. 둘째, 열반의 법문을 펴는 법회로 제2 「순타품」부터 제17 「대중소문품」까지는 ‘정종분’에 해당한다. 셋째, 제18 「현병품」부터 제22 「고귀덕왕품」까지는 열반의 행을 시현(示現)하는 내용이다. 넷째, 제23 「사자후품」은 열반의 뜻을 문답으로 설하는 부분이다. 다섯째, 제24 「가섭보살품」 이하 제25 「교진여품」까지는 열반의 법문에 의하여 외도들을 절복하는 내용을 설하는 부분으로, ‘유통분’에 해당한다.

이 경의 서분에 해당하는 「서품」에는 붓다가 열반에 임하면서 대중들을 부르고 여기에 참여한 대중들의 위덕을 통하여 『열반경』을 설하게 된 인연을 밝히고 있다. 「서품」의 형식은 여느 경들과 마찬가지로 ‘통서’와 ‘별서’로 구성되어 있다.

‘통서’는 모든 경에서 보이는 오성취(신성취 • 문성취 • 주성취 • 처성취 • 중성취)에 따라 설하는데, 처성취는 사라쌍수(꾸시성 아이라발제의 강가)이고, 대중들은 대비구 80억 백 천이며, 시성취로 󰡔열반경󰡕을 설하는 때는 2월 15일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라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보통 다른 경에서는 ‘별서’에서 그 경만의 교설을 뜻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여기 『열반경』에서도 이 경의 교설이 붓다가 열반을 맞아 마지막으로 중생들에게 설할 유촉의 대법문임을 암시하는 서막의 법문이 「서품」에서 나타난다.

법문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열반경󰡕을 설한 뜻이 이 「서품」에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품」에서는 먼저 붓다열반을 알려 대중들을 부르는 것을 통하여 붓다가 열반을 맞아 설하는 대법문의 대강을 보여준다. 『대열반경소』에 의하면 대중을 부르는 데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음성으로 내어 대중을 부르고, 둘째는 광명을 내어 부르고, 셋째는 진동을 통하여 대중을 부른다고 한다. 이 세 가지 ‘부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대열반경소』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음성을 통하여 붓다가 열반에 들겠다고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다. 『열반경』에서는 부처님께서는 자신의 신통한 힘으로 큰소리를 내시는데, 그 소리가 두루 퍼져 유정천에 이르고 여러 가지 음성으로 중생들에게 외친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생들에게 의심나는 데가 있으면 모두 물으라고 한 것을 말한다. 이는 구업으로 열반을 알림을 뜻한다.

열반에 들 때가 2월 만월인 보름(15일)인 것은, 『열반경』에서 설하는 이 법이 중도의 원만한 법임을 뜻하며, 붓다가 열반에 들려는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은 붓다 입멸의 도로써 중생들의 근기를 성숙시켜 멸도에 들게 할 때가 무르익었음을 의미한다. 또 신통력으로 큰 큰소리를 내는 것은 공혜(空慧)를 근본으로 하고, 일체종지를 근본으로 하며, 실상을 근본으로 하여 열반에 들게 함을 뜻한다. 소리가 유정천 및 일체 중생에 미침은 이 법문이 종횡(縱橫)으로 육도 삼계와 사생 삼승과 십계 등각에 이르게 하는 법문임을 나타낸다.

부처님이 여러 가지 음성으로 널리 외치고 중생들은 이 소리를 듣는데, 소리를 중생들이 근기에 따라 들음은 ‘감(感)’이고, 부처가 널리 알림은 ‘응(應)’이다. 『열반경』으로 ‘감응’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여래가 중생을 위하여 열반에 들려 하니 의심을 물으라고 한 것은 여래의 덕을 찬탄하여 숭상하고 귀의하게 함이다. 따라서 열반의 법문에서는 여래의 방편비밀법을 드러내어 열반상주의 법을 열어서 최후로 가르침을 펴므로 음성으로 중생을 부른 것이다.

둘째, ‘입에서 광명을 내어 부른 것’에 대해 살펴보겠다. 『열반경』에서 보여주듯 입에서 나온 육색광명을 육도에 비춤으로써 신업을 통하여 열반을 알리는 것이다. 광명을 내는 것은 지혜광명이 미혹의 혼침을 소멸하게 한다. 입의 육색광명은 장차 열반법으로 육도를 구제하고 육근을 청정히 함을 나타낸다. 이를 나누어 보면, 입의 광명은 중생의 근기가 움직여 수승한 행을 드러냄을 표시한다. 처음에는 부처의 광명을 만나고, 다음에는 말씀이 있고, 광명의 부름을 따르는데, 바로 중생들의 삼장(三障, 번뇌장 업장 과보장)의 번뇌를 깨끗이 하고, 신구의 3업이 좋아짐을 뜻한다.

셋째, ‘산과 땅과 바다가 진동하여 열반을 알리는 것’은 중생들의 무명과 애견이 엎어지고, (6종)진동하여 중생들의 삿된 번뇌들이 뒤집어져 견성하게 한다는 의미이며, 인연을 조복하여 속히 불도를 깨닫게 함을 뜻한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열반을 알리는 세 가지 청을 알아 챈 대중들이 꾸시성에 모여 대법회가 이루어진다. 대열반 법회에 참여하는 대중은 염부주 대중, 중간 대중, 상계의 대중 등 셋으로 나누는데, 이를 52대중이라고 한다[비구중 2, 보살중, 이항하사부터 천항하사중, 증수대중(增數大衆) 21, 동수대중 8, 무수대중 1, 중간대중 4, 육천중(六天衆) 6, 범천 대중 1, 수라 1, 마천(魔天) 1, 대자재천 1, 사방(四方) 4]. 이렇게 󰡔열반경󰡕의 가르침을 본다면, 우리 법계를 제도하시고 반열반에 드시는 위대한 열반의 법회로서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여기에 참여하게 된다.

이기운/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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