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불교는 할머니들께서 자식들의 복을 기원하며 믿는 종교라는 생각을 가지곤 한다. 하지만 불교는 성불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수행을 통해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스스로의 마음속 불성을 찾아가는 종교다. 기복의 종교가 아니며, 수행은 한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라고 얘기하지만 불교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절에서 어린이가 법회를 보고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은 낯설기만 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실시한 어린이법회 현황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법회에 참가하는 어린이는 6000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약 100만 명 정도의 어린이가 불교를 믿는다고 했다.

“99만 여 명의 어린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과연 불교라고 대답을 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젊은 불자들이 부족하고, 인재가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지 않을까? 어린이 법회를 열고 싶어도 선생님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어린이 법회를 졸업한 어린이가 자라 어린이 법회 교사나 사찰 신도로서 사찰의 활력을 불어 넣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적극적인 인재 불사가 필요할 때다.

불교 포교의 문제를 제쳐두고서라도 우리 사회는 어떤가. 사회범죄와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아이들은 입시교육과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여가 생활이라고 해봤자 컴퓨터 게임이 거의 전부인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컴퓨터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6.43시간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을 정도니 얼마나 심각한 문제에 처해있는지를 돌이켜 볼 때다.

어린이 포교는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시기인 어린이때 부처님과 만나게 하는 중요한 대작불사인 것이다. 불교와의 만남을 통해 마음속 불성을 깨닫고, 그러한 깨달음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바른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사찰에서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고 싶은 원력이 있지만, 어린이들을 모으고 정기 법회를 이끌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등교하지 않는 2·4주 토요일(이하 ‘놀토’)을 활용하여 체험학습을 실시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맞벌이 학부모 가운데 52%의 부모가 주5일 근무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는 문을 닫고, 부모님은 일터로 가고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인성, 심성, 예절, 창의성 교육 등을 사찰에서 실시하여 공교육의 공백을 보충할 수 있고 새로운 어린이 포교 방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놀토에 절을 찾는 어린이의 40% 정도는 무교이거나 타종교인이라고 한다. 가끔은 절에 온 아이들이 스님과 얘기해 봤다며 자랑하곤 한다.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은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치유하고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절에서의 체험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교실과 학원, 아파트 숲에서 느낄 수 없는 무한한 즐거움을 주고 그러한 즐거움 속에서 다양성을 느끼고, 세상에서 재밌는 것이 컴퓨터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많은 어린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잘 전할 수 있을까?

첫째 준비가 필요하다. 선생님과 스님께서 부단한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을 받고, 인근 사찰을 참관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
둘째. 어린이를 부처님처럼 대하자. 1980년대 후반 함양 안의 법인사의 철오 스님은 혼자서 400명이 나오는 어린이 법회를 운영했다고 한다. 안의초등학교 전교생이 600명 이었다고 하니 가히 놀랍다. 그런데 스님의 포교 전략은 너무도 단순했다. 등하교 길에 학교 앞에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아픈 곳이 있으면 어루만져주고, 같이 기뻐해준 것이 전부였다. 스님에게 어린이들이 부처님이었던 셈이다. 어린이를 지도하다 보면 순수한 천진불들에게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음을 느낀다. 그들은 순수한 몸짓으로 우리 어른들에게 법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포교 어렵게 생각 하지 말자.
셋째. 선생님의 신심을 배양할 수행이 필요하다. 어린이 법회를 1~2년 정도 지도하다 보면 그만두는 선생님이 거의 대부분이다. 어린이 법회는 그 자체로서 수행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수행을 통해 부처님을 키우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찰의 특색을 살리자. 사찰은 전통의 프로그램을 많이 가지고 있다. 108배, 명상, 발우공양, 다도, 선체조 등의 프로그램과 대부분이 자연 속에 위치하고 있어 절에 있는 그 자체로 많은 위안과 안정을 가져다준다. 교회에서 다도, 요가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어린이들이 별로 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의 말로는 교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가기가 좀 그랬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부족한 인성, 심성, 예절 교육은 기와의 선이 멋지고, 단청이 예쁜 사찰에서 하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어린이 포교는 불교의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어린이 포교를 통해 그들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고, 그러한 밝은 미래가 모여 이 사회는 불국토에 조금씩 가까워질 것이란 희망이 든다. 불국토를 위한 첫 발걸음. 그것은 어린이 포교인 것이다. 그 단초로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어린이법회가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열렸으면 한다. 고즈넉한 산사에 풍경소리 보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어울릴 날을 기대해 본다.

정일훈/ (사)동련 사업부 팀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