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얘들아 여름이다. 불교학교 열렸다.” 해마다 여름이면 흥겨운 찬불가 소리로 조용했던 우리 절을 깨우는 ‘흥국사 여름불교학교’가 열린지 올해로 25년째입니다. 흥국사는 충남 당진군 신평면 금천리에 위치한 사찰로 당진·합덕읍을 비롯하여 5개소의 면소재지와 40여 곳의 마을(리)사람들 중 불교신자들이 다니는 절입니다. 또한 근방의 8개소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지역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1984년 7월, 여름방학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여름불교학교가 처음으로 개최되어 여러 마을에서 버스로, 자전거로, 경운기로, 또 걸어서 온 420여명의 어린불자들과 2박3일 동안 절에서 함께 생활하며 법공 스님(흥국사 주지)은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심어주려 노력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열린 여름 불교학교는 성황리에 마쳤고 불교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다음해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였습니다.

이듬해(2회) 부터는 거리상으로 먼 어린이들의 어려운 교통편의를 돕고자 스님께서는 대형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어린이 포교에 더욱 힘을 기울이셨습니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길고긴 더운 여름날 방학이라고 해서 집에서 딱히 할 일도 별로 없었던 아이들은 여름불교학교만을 고대했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스님과 선생님, 그리고 신나는 율동과 게임, 맛있는 점심과 간식, 게다가 푸짐한 선물에 어린이들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었지요. 또한 이런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친목도모를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더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흥국사의 어린이 포교는 여름불교학교로 끝나지 않고 1997년 흥국사 부설 수미어린이집을 개원, 지역사회에서 사찰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어린이집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여름불교학교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진행으로 더욱 순조롭게 활발히 이어져 나갔고 어린이집 아이들 뿐 아니라 어린이집을 졸업한 초등학생들의 참여로 많은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꾸준히 이어져 올 수 있었습니다.

초창기 420여명으로 시작한 여름불교학교는 해를 거듭하면서 350명, 300명, 250명, 200명 등 점점 참여 학생이 줄었습니다. 핵가족화 되면서 자녀의 수도 급속히 줄었을 뿐 아니라 도시로 이동하는 가구 수도 늘어 초등학교의 학급 수는 현저히 줄어든 상황입니다. 또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활동적인 것보다는 컴퓨터 학습내지 게임 등에 몰두하여 집안에서의 생활을 즐기길 좋아하여 여름 불교학교의 어린이 참여도가 점점 줄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여름불교학교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린불자들이 있기에 그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더욱 다양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동심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름불교학교에 한 번 발을 디딘 어린이들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꾸준히 불교학교에 옵니다. 아이들은 시대가 변해도 그 순수함만은 그대로입니다. 혼자 놀기에 익숙해 져버린 어린이들에게 진정으로 따듯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스님과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불교학교를 애타게 기다리고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이들이라 할지라도 입정시간에는 한결같이 부처님이 됩니다. 작은 일에 감사해 하고 조그만 것에 웃고, 기뻐하는 순수한 우리 어린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일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사회는 착한 사람들도 많이 있는 반면에 정말로 온갖 나쁜 짓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잔인무도 한 범죄자들도 많습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사회적인 범죄비율이 좌우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그와 같은 일은 생각할 수 도 없는 일이겠지요. 부처님 말씀 중 에 “내가 남에게 맞는 것이 두렵고 아픈 것처럼 남도 나에게 맞는 것이 아프고 두려우니라.”라는 말씀을 늘 어린이들에게 전해줍니다. 이 뜻만 깊이 새긴다면 남을 헤치는 일은 당연히 없어지겠지요.

여름불교학교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사찰에서의 기본적인 예절 익히기 △반별 친목도모시간 △찬불가를 통한 교리 전달 △스님의 설법을 듣고 알아맞히는 OX 교리 퀴즈 △염주 만들기 △수계식 △신나는 레크리에이션(공동체놀이·물총놀이·사경·백일장·사생대회·장기자랑) 등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게 어린이들의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였습니다. 특히 신나는 찬불가는 노래로서 부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흥국사의 환경적인 여건은 작은 숲속에 둘려 쌓여 시원한 나무그늘과 산책로 뿐 아니라 넓은 운동장과 자연학습장, 그리고 2천여 평의 연꽃연못 등 어린이들이 실외 활동 및 심신 수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분하며,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은 넓고 웅장하여 많은 어린이들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공양 간 역시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흥국사의 신도회, 구도회, 학생회, 청년회, 합창부 그리고 여러 불자들과 지역사회 인사들의 성원과 협조로 여름 불교학교는 흥국사의 중요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여건들이 삼위일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흥국사의 끊임없는 포교의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흥국사 여름불교학교가 50회, 100회를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부처님은 우리 마음속에 있으며, 우리 모두 부처가 될 수 있고, 부처가 되기 위해 신행하며 살아가는 참된 진리를 깨우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탁영숙/ 흥국사 부설 수미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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