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는 내일의 희망.’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준비되어야 현실이 된다. 막무가내로 손놓고 있는데 누가 교육하여 ‘내일’을 만들어 주겠는가? 안타깝게도 우리 불교계의 어린이 포교는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만 컸지 현실적인 준비에는 소홀한 양상이다. 내일의 희망을 심는데 소홀하다는 얘기다.
스님이나 불자들은 한결같이 “불교의 미래를 위해 새싹포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말로는 그렇게 중요하다는 어린이 포교가 현실에서는 잘 실천되질 않는 것 같다.

올해 초 조계종 포교원 어린이·청소년 팀이 자체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1,717개 사찰 가운데‘어린이 법회’를 진행하는 곳은 180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할의 노력이 불교의 미래를 얼마나 담보해 줄지 결코 희망적이라 말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는 교구본사의 수가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놓고, 불교계는 “지역불교의 중심인 교구본사마저 어린이 포교를 외면한다면, 말사에서도 그렇지 않겠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에서 개신교나 천주교의 어린이·청소년 인구가 늘고 있는데 반해 불교의 어린이·청소년 인구는 줄어드는 현상을 부연해주기에 충분이다. 또 불교계 어린이·청소년층이 얇아지는 것은 미래 불교의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유추도 가능하게 한다.

어린이 포교 전문가들 역시 “이대로 가다가는 불교 존립 자체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종단 차원의 체계적 전략 수립,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 이런 저런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말잔치’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어린이 포교를 말잔치의 ‘구두선’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현재의 모자람을 들춰낸 후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미래의 희망심기를 해야 한다. 보다 큰 틀 속에서 어린이 포교를 위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어린이 포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방법이나 프로그램에 문제는 없는지’,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등의 원인에서부터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각 사찰의 성공적인 어린이 포교 사례를 ‘모데링’해 ‘홍보’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많은 사찰에서 어린이 포교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 매주 토요일 ‘생일잔치·한자공부·우리장단’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병행한 어린이 법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사찰도 있고, ‘어린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발빠르게 도입해 어린이들이 불교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는 사찰도 있다. 또 ‘원어민 생활영어와 영어뮤지컬’ 등 특기 교육을 실시하는 ‘어린이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사찰도 있다.

그 사찰 수는 적지만, 불교계 어린이 포교의 불씨로서는 손색이 없을 것이다. ‘불교계 모두가 나서 그 불씨를 키운다.’는 전제 하에서 이미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현실을 알고 함께 한다는 것은 도약할 방향을 알고 그 힘도 있다는 뜻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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