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수련문화가 소비문화에 흡수되면서 상품화되고 파편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교의 수련문화까지도 이윤창출의 목적을 위해 가공되고, 포장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90년대 들어 소위 ‘기 신드롬’이 확산되면서 중국으로부터 다양한 기공관련 테크닉이 유입되고, 무엇보다 수많은 자생적 기수련 단체들이 등장하였으며 이들 중 일부 - 단학선원, 수선재, 도화제 - 는 기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단학선원(현 단월드)의 경우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여 다양한 명상/수련제품을 국내외에 성공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후반부터는 서구에서 유입된 아바타 코스(Avatar course)가 국내에서 그 입지를 굳히면서 이에 고무되어 일련의 국내 단체들 - 마음선원, 동사섭, 명상세계 - 이 이와 비슷하게 전통적인 동양종교의 세계관과 심리치료요법을 접목시킨 단기 자기완성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명상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규모의 명상 복합문화단지를 구상 내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불교계 또한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명상산업이 동시대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2008년 6월 28일과 29일) 강화군이 개최한 ‘제1회 마니산 기축제’는 기 수련문화와 같은 전통 종교문화가 관광상품화 되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 강화군은 장기적으로 마니산에 기 수련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여 지자체들이 명상산업에 갖고 있는 높은 기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문화상품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이유는 문화상품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높은 이윤창출의 가능성을 지니는 것 외에도 현 한국의 지방자치제도가 가지고 있는 재정적 열악성에 기인한다.
경상북도와 문경시는 2004년 대규모 ‘명상웰빙타운’을 2008년도에 완성한다는 기획을 발표하였다. 경상북도는 "최근 웰빙 마인드를 우리 정신문화인 명상과 연계해 새로운 여가문화인 명상문화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면서 이 ‘타운’을 명상문화의 메카로 조성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사업은 전국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독창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특수시책사업으로 주5일 근무제 등으로 달라진 여가 패턴 및 관광패턴에 대응하는 체험형 문화관광단지라고 말한다.
이 타운에는 ‘명상문화체험센터’, ‘명상자연치유센터’, ‘명상문화콘텐츠 종합개발원’, ‘명상테마 죽림온천’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중 ‘명상문화체험센터’에서는 요가, 참선, 태극권, 선무도 등 각종 명상수련과 함께 명상음악, 명상춤, 전통무예 등이 공연되고 세미나와 강연이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전라남도의 영암군도 월출산 자락에 ‘기 문화 콘텐츠 센터’의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이 ‘센터’는 ‘기 과학 연구소’, ‘기 체험관’, ‘기 수련관’, ‘전시관’, ‘교육관’, ‘상품관’ 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한다. ‘기 체험관’에서는 초감각 체험, 기 체험, 경락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기 수련관’에서는 전통무예, 단전호흡, 기체조, 명상수련 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영암은 예로부터 기의 고장으로 알려졌고, 월출산 또한 영험한 산으로 유명하다며 “월출산의 기를 상품화함으로써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앞으로 기건강센터, 삼림욕장 등이 만들어져 이 지역이 "휴식과 피서, 명상과 치료를 겸한” ‘친환경적 웰빙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불교계 또한 지자체와 협력하여 명상복합단지 설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국대가 경주시에 2004년 제안한 ‘명상문화산업단지’의 조성이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불교문화의 전통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인 명상문화단지의 설립을 목적으로 경주의 전통문화를 살리면서 타 지역과 차별화된 관광산업으로 웰빙과 명상을 결합시킨 명상센터의 건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명상센터는 선, 명상 등을 통한 정신치료를 위한 치유센터, 온천, 삼림욕장 등이 구비되어 복합문화단지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범어사가 부산시와 공조하여 2005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하였던 세계 최대의 '禪문화 체험타운' 설립 또한 거대 프로젝트 이다. 기본 기획안에 따르면 범어사 주변 금정산 기슭 100만평 부지에 발우공양, 묵언, 참선, 단식 등을 하는 ‘선문화체험공간’, 서예, 다도, 차밭경작에 참여하는 ‘전통체험공간’, 채식전문식당, 온천욕, 전통놀이마당 등이 있는 ‘웰빙체험공간’, 그리고 기공, 요가, 단학수련 및 체험의 ‘명상체험공간’의 4개 지구를 두고 전통문화, 심신단련, 명상수련, 테마파크, 테마길, 문화거리 등이 조성된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특정 종교문화가 소비의 대상인 종교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파편화(fragmentation) 과정을 필연적으로 걷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깃이 된 특정 종교문화는 그 역사적, 문화적 맥락이나 전통으로부터 분리되고 부분화되어 시장에 제공된다. 앞서 살펴본 복합문화단지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다양한 명상 관련 상품들 또한 웰빙이던 치유이던 특정 목적을 위해 해당 전통으로부터 분리되어 파편화된 부분 품목들인 것이다.
이렇게 일부 지자체가 기획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대규모 명상 복합문화단지가 과연 모두 실현될 것이며 또 기대한 이윤창출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는 현재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존재는 문화사업 특히 명상산업이 지방정부에 의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이러한 지자체의 명상 복합문화단지는 현 한국에서의 웰빙, 대체의학에 대한 높은 관심 그리고 수련 내지 명상에 대한 저변인구의 확대라는 새로운 문화환경에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고자 기획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복합문화단지는 방문객들이 한 장소에서 명상/수련이나 대체의학과 관련된 되도록 다양한 상품들을 실험, 체험할 수 있도록 구축된 공간이며 동시에 휴식과 (공연 등을 통한) 엔터테인먼트가 제공되면서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체험과 소비를 극대화시키고자 기획된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수련문화는 상품화된 체험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종교성을 담보하기 보다는 현대의 관광산업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불교의 전통적 수련문화는 그 통일성이 해체되고 그 내용은 파편화되며 고유한 종교적 맥락 또한 상실됨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불교계 역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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