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라면 누구나 인류의 큰스승 부처님이 오신 날인 만큼 온 세상을 장엄하고 축하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 중 연등축제는 화려한 볼거리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4월 연등축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데 이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받기 위한 준비작업을 정부 부처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전개되는 연등 퍼레이드에는 해마다 해외 관광객이 몰려 와 관람합니다. 그 숫자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연등축제의 인기가 실감됩니다. 그러고 보면 연등축제는 불교포교를 위한 우수한 ‘문화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연등축제가 화려한 레이저 쇼나 지나친 외화에 치우쳐 고가의 상품성 행사로 가는 것에 대해선 한 번쯤 성찰할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정신을 전하는 일이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에 더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정신은 그래서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현우경≫에 나오는 빈자일등의 설화는 이렇습니다.

사밧티 성의 가난한 여인 난타는 어느 날 거리에 나갔다가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난타는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싶었으나 가진 것이 없었다. 그녀는 구걸을 해서 얻은 돈으로 초라한 등불을 밝혔다. 밤중이 되자 등불이 하나씩 꺼져갔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 자리한 난타의 초라한 등만큼은 오히려 밝게 빛났다. 이를 본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어찌하여 이 등불은 꺼지지 않는 것이옵니까?”
“아난다야, 그 등불은 가난한 여인이 깨끗한 마음으로 밝힌 등불이다. 그러므로 오래도록 어둠을 밝히는 것이니라.”

부처님은 ‘깨끗한 마음’으로 켠 등불은 오래도록 어둠을 밝힌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연등축제에 ‘부처님의 마음’을 담아내는 일도 화려한 연등을 밝히는 일 못지않게 소중하다고 여겨집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켜는 등도 좋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켜는 ‘보시의 등’, 각박해져가는 세상에 따뜻함을 나누는 ‘자비의 등’, 갈등과 대립을 사랑으로 갚는 ‘화합의 등’을 켠다면 부처님 오신날의 기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이 말씀하신 행복의 가치를 나누고 전하는 데 정진합시다. 그것이 곧 ‘꺼지지 않는 법등(法燈)’을 세우는 일입니다.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법진스님/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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