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스님 열반 1백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님의 평전이 책으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술에 취해 꽃밭에 누운 선승, 경허』는 지난 2002년 세납 46세로 입적한 일지스님이 생전에 수년 간 경허스님과 관련한 현장을 답사하고 자료를 수집해 완성한 전기다.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불리운 경허스님은 수많은 기행을 남기고 있다. 그 중 제자 만공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배낭이 무겁다고 만공이 투덜대자, 느닷없이 아낙에게 입맞춤을 하고서 동네 남정네들에게 쫓겨 줄행랑을 친 후 “지금도 무겁다고 느껴지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해지는 일화는 백미의 가르침으로 꼽힌다. 또한 문둥병에 걸린 아낙을 방에 끌어들여 품에 안고 잤다는 일화 역시 기행이면서도 뭉클한 가르침으로 남고 있다.

이러한 경허스님은 그의 말년 평안북도와 함경남도로 자취를 감췄다. 들리는 말로는 머리를 기르고 서당을 열어 후학을 가르치는 소박한 촌로(村老)로 남아 있었다. 경허스님의 열반도 아직 여러 의문이 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경허는 막행막식의 기행을 일삼은 파계승, 선문의 이단자로 외면당해 왔다”면서 “하지만 경허는 봉건적 잔재를 깨부수고 오염된 조선불교를 깨끗이 씻어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특히 “경허의 문하에서 배출된 고승들이 주도한 1954년 이후 불교정화운동에 의해 현대 한국불교가 그 목소리를 가진 것을 생각해보면 한국불교는 선구자 경허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허스님의 제자 만공스님은 선학원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일제시대 왜색불교의 척결에 앞장 섰으며 해방 이후 그 문하와 제자들이 정화운동의 선두에 섰다. 책 제목도 만공스님이 선사의 입적 소식을 듣고 지은 시 구절 “선함과 악함이 부처와 호랑이보다 더하신 분/바로 경허선사이시다/돌아가셨으니 어느 곳을 향해 떠나셨는가/술에 취하여 꽃밭 속에 누우셨도다”에서 따온 것이다.

일지 지음/민족사/값 13,000원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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