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민스님이 2010년 옥천사 청련암을 찾아 '야단법석'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왜 하버드대라면 난리죠. 그가 비리를 저지르는지 훌륭한 일을 하는지 현재 하는 일과는 상관없이 왜 명문대라면 무조건 환호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고, 능력과 상관없이 지방대를 나오면 인턴십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도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혜민스님, 한겨레 인터뷰에서)

혜민스님의 인기가 뜨겁다. 혜민스님의 현재 트위터 팔로워 수는 12만 3527명. 스님이 올리는 140자 이내의 한 마디 한 마디를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로 받아보고 있다는 말이다. 웬만한 소규모 언론사보다도 큰 파급력이다. 청와대 공식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수는 8만 2000여 명,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대표의 팔로워 수는 6만 2000여 명이다.

혜민스님(@haeminsunim)이 남긴 트윗들을 가만히 음미하면 사람들이 왜 스님에게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스님은 3월 21일 젊은이들에게 다음와 같은 글을 남겼다. “젊은 분들, ‘오리지날’이 되세요. 남들이 다 하는 거, 따라하지 마세요. 돈이나 시간 투자에 비해 남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고 심한 경쟁으로 마음 고생하게 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내 일을 찾으세요.” 짧으면서도 깊은 울림이 담긴 말이다.

22일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보세요. 다 똑같은 사람이다, 라는 느낌이 깊어질수록 힘 있고 돈 있는 사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앞에서도 친절하고 자비로울 수 있어요.”라는 트윗을 남겼다. 스님이 강조하듯 작은 평온과 소소한 깨달음을 전달하기에는 100여 자의 경구도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고 항상 진지하고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스님은 23일 오전엔 “혼자 밥을 먹을 때가 가장 적게 먹는다고 합니다. 세 명 이상 같이 밥을 먹으면 혼자 먹을 때보다 보통 두 배 이상 먹게 된다고 합니다.”란 평범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20일에는 “라벤더 향과 같은 편안한 하루가 되세요. 페퍼민트 향과 같은 조언을 주위 사람에게 주시고 커피 향과 같은 깊고 구수한 대화가 오가는 즐거운 하루가 되세요”라고 우리 12만 ‘트친’(트위터 친구의 줄임말)에게 ‘달달한’ 말을 건넨다.

▲ 혜민스님
‘영혼의 멘토’, ‘트위터 2030 멘토’로 유명한 혜민 스님(39)이 오는 24일(토) 오후 5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마음치유 콘서트'를 연다. 재직 중인 미국 햄프셔대학교의 봄방학을 맞아서 한국에 들른 혜민스님은 2주 일정으로 서울, 광주, 부산, 창원, 대구, 대전, 천안 등에서 잇달아 사인회를 열었던 바 있다. 혜민스님은 마음치유 콘서트를 끝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혜민스님을 유명하게 만든 힘은 ‘트위터’와 ‘책’에 있다. 혜민스님은 3년 전 자신의 청춘과 방황을 담담히 기록한 <젊은 날의 깨달음>(클리어마인드)을 펴낸 것에 이어 지난해엔 삶에 지친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에세이 <멈추면,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을 출간했다. 스님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묶어 잠언집으로 꾸민 이 책은 두 달만에 판매고 20만부를 넘기며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혜민스님의 마음치유 콘서트를 주최한 출판사 쌤앤파커스 측은 "이번 콘서트에 독자 1천명을 초청해 혜민스님의 강연과 가수 루시드폴의 노래 무대 등을 꾸민다"고 밝혔다. 또 스님은 콘서트에 대해 “책 나오자마자 도망치듯 미국 학교로 와서 미안했어요. 마음 치유 북 콘서트에 오셔서 저와 같이 눈도 맞추고 좋은 음악과 함께 이야기 나누길 바랍니다”고 전했다.

스님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화를 공부하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로 유학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삶의 의문을 풀고자 대학원에서 이후 전공을 바꿔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 대학에서 출가를 결심해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됐다.

혜민스님은 ‘청춘 콘서트’, ‘토크 콘서트’ 등이 인기를 끌기 이전에 이미 조계사와 안국선원 청년회에서 법회프로그램으로 이미 30여 차례나 ‘마음치유 콘서트’를 진행해왔다. ‘마음치유 콘서트’의 진행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마주 앉아 스님이 정한 설정에 맞추어 대화하고 서로에게 질문을 한 뒤 상대방의 답을 경청한 뒤 함께 노래를 부르는 방식. 지금 청춘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경청’과 ‘위로’라는 스님의 믿음이 잘 드러난 콘서트다.

물론 혜민스님의 엄청난 인기는 ‘글빨’ 덕분만은 아니다. 미국 최고 명문대인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석 ‧ 박사를 취득한 스님의 ‘스펙’, 단출한 가사장삼을 입고 있어도 숨길 수 없는 훤칠한 ‘미남’형의 얼굴도 스님의 인기에 큰 몫을 보탠다. 그러나 스님은 말한다. “저의 번뇌보다도,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투사하면서 번뇌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답은 스님이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 있다. 혜민스님의 ‘마음치유’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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