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통인사가 서로 손을 맞잡는 악수이다. 손을 활짝 펴고 내보이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평화와 우정과 믿음의 제스처다. 소리를 잃은 이들에겐 수화라는 의사소통 수단이 있다. 손자의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던 할머니의 약손, 정한수를 떠놓고 가족의 무병장수와 복을 간절히 비는 어머니의 손 등 손은 감정, 의사를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제2의 언어수단이라 할 수 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을 보고 있나.’ 불가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는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일침이다. 두 손을 마주 대는 ‘합장’은 하나의 근본으로 돌아가고 너와 내가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는 불자들의 ‘인사법’이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은 일체중생의 고통을 헤아리고 어루만져주는 자비심의 표현이다. 불·보살이 깨달아 얻은 것(內證) 자기의 맹세(本誓), 서원 등을 손의 위치나 손가락의 맺음으로 표현한 것이 수인(手印)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시무외인이나 선정인,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고 아미타부처님은 구품인을 취하고 있으며 비로자나부처님은 지권인을 취하고 있듯 수인은 불보살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합장
합장은 원래 고대인도 사람들의 인사법의 하나였다.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는 인도 사람들의 아홉 가지 절하는 방법 중에 불자들은 합장을 경례로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합장은 곧 이것과 저것이 하나이고, 중생과 부처가 하나이고, 선과 악이 하나이며, 너와 내가 하나이고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가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관음의소·觀音義疏』에 의하면 ‘손이란 본래 두 쪽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것을 합쳐 하나가 되게 하였으니 이는 산만하고 허망한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지극하게 한마음이 되는 것을 표시한 것이며 한마음으로 서로 맞닿는 까닭에 이것으로 공경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합장은 근본으로 돌아가고 원천으로 돌아가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며, 방편도 아니고 실상도 아닌, 현실과 진리가 완전히 합치된 경지에 들어가게 되는 까닭에 두 손을 합치는 것이라고 경전에서는 설하고 있다.
차수
절에 가면 차수(叉手)라 하여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다녀야 한다. 차수는 두 손을 자연스럽게 마주잡는 것이다.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 쥐는 자세가 원칙인데 오른손을 왼손으로 쥐어도 상관없다. 오랜 법문을 들을 때나 스님 앞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 법당 앞 경내를 걸을 때 차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수는 사찰 내에서 취할 수 있는 보편적인 자세이다.
천수관음
손은 또 자비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에서 그 불법의 극치를 이룬다. 천수관음은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최대한 강조한 모습의 표현이다. 『천수경』에 의하면 천수관음보살은 과거세에서 미래세의 일체중생을 구제한다는 『대비심다라니』를 듣고 천수천안이 생기길 발원했다. 이러한 발원으로 천수천안이 된 관음보살은 천개의 눈으로 중생을 보고 천개의 손으로 육도의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 하여 ‘대비관음’으로도 불렸다. 『천수경』에는 관세음보살 사십수진언이 있다. 사십수란 관음보살의 마흔 개의 손을 말하는데 감로수(甘露手), 총섭천비수(總攝千譬手)가 더해진 사십이수를 가진 관음은 사십이수관음이라 불린다. 신라 향가 ‘도천수관음가(禱千手觀音歌)’는 천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원하는 관세음보살에게 두 손을 모아 광명을 기구하는 내용이다.
일지두선(一指頭禪)
‘한마디 하시면 방갓을 벗겠소.’ 마조선사의 제자 실제스님의 이 물음에 대답을 못한 구지스님은 훗날 천룡화상에게 이 뜻을 묻는다. 물음을 받은 천룡화상은 단번에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였고 그 순간 스님은 대오 각성했다. 이후 구지스님은 도를 묻는 모든 이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였고 그의 일지두선(一指頭禪)은 선객들 사이에 유명하게 되었다. 구지스님이 세웠던 손가락은 이미 손가락이 아닌 불법에 다름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지이야기는 이로 끝나지 않는다. 후일 스님을 모시는 사미승이 외출했다가 구지스님은 어떤 법을 설하는가는 질문에 손가락을 하나 세워 보였다. 그 상황을 사미승으로부터 들은 스님은 단번에 사미의 손가락을 잘라 버렸다. 아픔에 놀라 도망가던 사미는 스님의 부름에 뒤를 돌아본 순간 다시 손가락을 들어 보인 구지스님에 의해 크게 깨우쳤다는 이야기이다.
박소은/ MBC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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