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을 역임, 1700년 한국불교 사상 처음으로 독자적인 수행 지침서 『선원청규』 편찬을 주도했던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스님이 참선 수행 입문서인 『친절한 간화선』(담앤북스 刊)을 펴냈다.

이미 저서 『간화정로』와 『돈오선』으로 어려운 간화선 체계를 풀어내어 간화선 대중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들은 월암스님이 이번엔 사부대중에게 한걸음 더욱 가까이 다가선 ‘간화선 교과서’를 펴낸 것. 스님은 북경대학에서 선종사를 전공하고 ‘돈오선 연구’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후학들에게 간화선을 널리 전파하는 선두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은 이 책 『친절한 간화선』의 추천사에서 “시대적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사부대중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편, 출가와 재가의 수행자에게 있어서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정진이며 무엇이 구경(究竟)을 향한 수증(修證)인지를 세세하고도 분명하고 체계적으로 논술했다”고 전했다.

『친절한 간화선』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용의 단계적 포괄성이다. 『친절한 간화선』에선 한국불교의 회통적 가풍에 입각해 간화선 수행을 화두 참구라는 방법론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발심으로부터 습인(習因)의 닦음, 정견의 확립, 화두참구의 방법론 및 보현행원의 회향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의미의 간화정종(看話正宗)을 수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월암스님
월암스님은 이렇듯 선수행의 정신과 실천, 두 측면을 아우르는 단계를 총 여섯 장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발심(發心m 마음 먹음), △습인(習因, 수행을 익힘), △정견(正見, 중도의 바른 관), △수증(修證, 선오후수 및 견성성불), △간화선(看話禪, 정념과 화두참구), △회향(廻向, 실천하기) 등이 이 책의 구성이다.

『친절한 간화선』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춘 서술 방식이다. 월암스님은 간화선을 둘러싼 이론적 ‧ 사상적 정초를 세밀하게 설명하면서도, 결코 ‘교과서를 위한 교과서’가 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단 교육원에서 펴낸 『간화선』의 딱딱하고 지시적인 문어체에 비해 독자들을 배려하는 구체적인 비유와 예시가 보다 생생한 느낌을 준다.

월암스님은 이런 글쓰기가 대중들이 간화선 수행에 입문하여 안심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집필의도 때문임을 밝히고 있다. 스님은 책을 펴내는 글에서 여러 스님들과 많은 신도들이 쉽고 친절한 참선 지침서 한 권을 펴내줄 것을 요청한 것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면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수행과 깨달음이 하나 되는 해행일치(解行一致)의 수행자가 되어 모든 중생에게 회향되는 보리의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친절한 간화선』의 출판사 담앤북스 측은 13일 오후 6시 30분 저자인 월암스님을 초청해 교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월암스님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 제목 ‘친절한 간화선’으로 말문을 열며 “친절은 오래전 선문(禪門)에서 나온 용어로, 진정한 친절이란 내 스스로 무엇인가에 간절하게 사무치는 것을 뜻한다”면서 “간화선을 통해 안으로는 자신의 화두와 본분사에 사무치는 동시에 밖으로는 일체 중생을 부처님으로 섬겨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책을 펴낸 동기에 대해 “언젠가부터 우리 한국불교의 참선 수행풍토에 진정한 신심과 원력이 배제된 것 같은 느낌이 지워지질 않는다. 인격의 고양이 빠져버린 채 공허하고 형해(形骸)화 된 수행 방법론의 빈곤에 대해 고민이 크다”며 “이런 수행, 중생회향의 정신이 빠져버린 수행은 기실 대승불교의 종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이런 말들을 이 책 제6장 회향 부분에 구체적으로 적었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화두를 주고받고, ‘그럼 정진해봐라’ 하고 한 마디 툭 던져놓는 게 수행이 아니라는 것이 월암스님의 요지였다. 스님은 “출가한 지 2, 30년 지나면 누구나 당연하고 그럴 듯한 말만 읊어대는 관념불교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며, 이 책은 그런 차원의 자기반성의 산물이기도 하다”라고 밝히며 “종단 차원에서 도반 상호간의 탁마와 방장 ‧ 조실스님의 자상하고 치열한 점검 시스템, 수행 분위기의 대폭적인 혁신 없이는 ‘친절한’ 간화선 수행 풍토는 여전히 요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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