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만해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을 비롯해 7명의 인사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총재 자승스님)가 만해선생의 생명사랑 ‧ 평화사랑 ‧ 겨레사랑의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제정한 2012년 만해대상 수상자가 3월 1일 열린 심사위원회(위원장 이근배)에서 선정됐다. 만해축전 홍사성 기획홍보위원장은 5일(월)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만해평화대상에는 월주스님, 캄포디아 평화운동가 아키 라(Aki Ra) 등 2명, 만해실천대상에는 르네 뒤퐁(Renē Dupont) 천주교 주교, 오타니 몬슈 고신(Otani, Monshu Koshin) 인도 우타라칸드 주정부 불교부장관, 커트 그리블(Dr. Kurt Gribl)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등 3명, 만해문예대상에는 쿠웨이트 시인 수아드 알 사바(Souad Mohammed Al Sabah), 문학평론가 김재홍 선생 등 2명 모두 7명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상금은 각 부문 1억원이며, 공동 수상자들에게 부문별로 분할 지급된다. 시상식은 만해축전 기간인 오는 8월 만해마을에서 열릴 예정이다.

홍사성 기획홍보위원장은 선정 결과에 대해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4개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동시에 한국, 인도, 캄보디아, 쿠웨이트, 독일 등 5개 국적을 갖고 있는 등 그 다양성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 “또 39세인 아키 라와 32세인 오타니 몬슈 고신 등 예년에 비해 비교적 젊은 수상자도 많아졌다. 이는 젊은 수상자를 배출해 그들의 활동을 독려하고자 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천주교 사제로서는 천주교 안동교구 전(前) 교구장인 뒤퐁 주교가 세 번째로 실천상을 받게 됐다. 지난 1977년 1회 만해대상의 가톨릭농민회 회승우 신부, 2006년 10회 만해대상에서는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가 각각 만해대상 실천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음은 만해대상 심사위원회가 밝힌 각 부문별 수상자의 수상 이유 요약정리.


2012 만해평화대상: 월주스님(지구촌 공생회 이사장)

▲ 월주스님
월주스님은 현대한국불교계의 큰 지도자이자 대승의 보현행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종교인이다. 불가의 지도자로서 불교개혁을 주도하고 여러 종교단체 및 시민단체를 만들어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과 해외의 가난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행을 쉼 없이 실천해온 인물이다.

스님은 그동안 ‘불교인권위원회’, ‘지역감정 해소 국민운동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불교계의 시민단체운동에 앞장서왔으며,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보살도를 실현하는 자비운동이라며 포교나 사회복지만이 아니라 통일운동, 환경운동으로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특히 1996년 6월엔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여타 사회단체와 시민단체, 문화단체, 노동단체, 의약계까지 총망라한 33개 단체가 모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월주스님을 말하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스님은 1980년 10월 27일 총칼로 집권한 신군부에 맞섰으며,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서 23일간 고초를 치르고 결국 신군부의 강요로 총무원장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스님은 1988년부터 ‘10.27 법난 진상규명추진위원회’의 대표를 맡아 법난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종단의 명예를 회복하는 운동을 전개하여 정부의 사과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스님이 평생 자비와 평화를 위해 남다른 헌신의 삶을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2012 만해평화대상: 아키 라(캄보디아 평화운동가)

▲ 아키 라
아키 라는 캄보디아의 평화운동가이자 지뢰제거 전문가다. 캄보디아에서 지뢰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아키 라는 캄보디아 전국에 묻혀있는 대인지뢰를 제거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린 시절 양친이 크메르 루주(Khmer Rouge)에게 사살된 아키 라는 크메르 루주 정권의 군대에 끌려가서 소년병이 됐다. 1990년대 초반 UN평화유지군이 캄보디아에 파견되면서 비로소 그는 지뢰를 심는 데 배웠던 기술을 지뢰를 제거하는 데 쓸 수 있게 됐다. 아키 라는 지뢰박물관을 설립해 관광객들과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고통과 평화의 필요성을 전하고 있다.

한편 아키 라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독자적으로 지뢰제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재단이 제거한 지뢰의 숫자는 약 5만여 개에 이른다. 아키 라는 “과거 나는 한 달에 무려 4000~5000개의 지뢰를 심었다”며 “앞으로 캄보디아 전역의 지뢰를 모두 제거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 2010 CNN이 선정한 ‘올해의 영웅 10인’으로 선정됐다. 그해 CNN은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는 숨은 영웅 1만 명의 후보군 가운데 10명을 선정했는데 그는 지난해 만해상을 받은 네팔의 코이랄라 여사, 여성 전과자들의 자활을 돕는 미국의 수전 버튼, 인도 고아와 빈민을 지원하는 나라야난 크리슈난, 케냐 농촌에 태양광 발전을 보급하는 에번스 와동고 등과 함께 선정됐다.


2012 만해실천대상: 수상자 뒤퐁 주교

▲ 르네 뒤퐁 주교
'두봉(杜峰)'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쓰는 천주교 안동교수 전교구장인 르네 뒤퐁 주교는 가난하고 소외된 안동지역 농촌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사랑과 고통을 나누어온 사제다.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태어난 그는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전후 프랑스 오를레앙신학교와 파리의 방전교회 대신학교 신학과 로마 그레고리안 대신학교 대학원 신학과 등에서 수학했으며 1953년 사제에 서품되었다. 전쟁으로 성직자 거의가 전멸하다시피 한 한국교회가 파리의 방전교회에 지원을 요청하자 한국에서의 시무를 자원하여 1954년 11월 한국에 왔다. 이후 평생 한국에서 살아왔다.

한국에서 그의 사제 생활은 헌신과 봉사로 이루어졌다. 한국천주교 대전교구 대흥동 본당 보좌신부로 첫발을 내딛은 이래 평생 고통 받는 민중을 위해 자신을 바쳐왔다. 특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1999년 ‘오원춘 사건’ 당시 정부기관에 의한 농부 오원춘 납치 사실을 폭로한 것은 그를 일약 ‘한국 농민사목의 대부’로 추앙받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한국천주교 안동교구가 창설되기 이전인 대흥동 보좌신부 시절, 대전 선화동 다리 밑에 움집을 짓고 어렵게 사는 50여명 어린이들을 1년 이상 보살피기도 했다. 1969년에는 주교 서품을 마다하고,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적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특히 교구장 자리에 머문 동안 다미안의원(醫院)을 비롯하여 양로원과 장애인재활시설 건립과 운영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지금 르네 뒤퐁 주교는 지금은 고향과 다름없는 안동지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성화에 따라 경북 의성군 봉양면 도화리에서 혼자 산다.


2012 만해실천대상: 오타니 몬슈 고신(인도 우타라칸드 주정부 불교장관)

▲ 오타니 몬슈 고신
현대인도불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인도불교의 재건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인도불교의 구성분포는 인도출신 불교도들과, 티베트 전통을 따르지만 인도국적의 라다크 불교인들과 달라이 라마를 위시한 망명 티베트 불교도들이다. 인도 공화국 정부는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정부에 각 종교담당 장관을 두고 있는데, 불교부 장관은 소수종교의 장관이긴 하지만, 인도정부의 법령에 의하여 소정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타니 몬슈 고신(Otani, Monshu Koshin)은 인도 북부지역에 위치한 우타라칸드 주 정부의 소수종교위원회 즉 불교부 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불교사회 운동가이다. 이 지역은 인도에서 유일하게 불교도들이 소멸되지 않고 집단적으로 불교의 전통과 명맥을 유지해 온 지역. 이 지역은 인도불교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주도인 데라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칼시라는 곳에서 기원전 253년에 아쇼카 칙령이 새겨진 암각 비석이 발견되었으며, 이 칼시암각은 아쇼카 왕의 14칙령 가운데 하나이다.

오타니 장관은 이 암각비석을 보호하는데 앞장서 왔다. 7세기에는 현장삼장도 이 암각비석을 확인했으며, 중국이나 한국의 구법승들이 통과했던 길목이기도 했다. 이 암각은 인도의 부파불교 시대 역사에까지 연결된다. 오타니 장관은 2008년 장관직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불교불모지에서 불교영역확대를 위해서 교육 ‧ 포교 활동을 해왔으며, 불교의 자비정신에 입각해 인도인들과 티베트 난민들을 위한 구호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불교의 모국 인도에서 소수 종교로 몰락한 불교가 이런 청년활동가의 남다른 노력에 의해 점점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것은 불교라는 종교의 부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도문화 내지는 인류정신문화의 부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12 만해실천대상: 커트 그리블(독일 아우쿠스브르크 시장)

▲ 커트 그리블
커트 그리블 박사는 종교평화도시로 유명한 독일 연방공화국 아우크스브르크 시장이다. 그는 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이자 변호사이면서 정치가이다. 2008년 시장에 취임한 이래 아우크스부르크 평화축제, 문화축전, 2011 세계여자축구 월드컵 개최, 2011종교평화회의, 다문화와 시민사회의 평화연설과 터키인의 독일 이민 50년사 등을 주관해 오고 있다.

시장 커트 그리블 박사가 펼치고 있는 평화활동은 그가 시장으로 있는 평화축제의 도시 아우크스부르크 시의 전통과 관계가 깊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중세시대 30년간의 신구교간의 전쟁의 결과로 법적 동등권을 획득하면서 평화축제가 자리 잡게 되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종교개혁운동에 대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며, 각 종교 간의 화해와 공존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서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실천에 옮기는 종교평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종교평화활동의 중심에 커트 그리블 시장이 있다. 그는 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종교평화운동가로서 계속해서 이 도시를 종교평화의 상징으로 가꾸어가고 싶어 한다. 그런 노력에 의해 아우크스부르크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적 종교평화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2012 만해문예대상: 수아드 알 사바(쿠웨이트 시인)

▲ 수아드 알 사바
수아드 알 사바는 쿠웨이트 태생의 여성시인이다. 쿠웨이트 왕족 출신으로 1961년 첫 시집을 낸 후 지금까지 15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그의 시는 아랍민족주의, 어린이와 여성인권 및 인류평화를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수아드 알 사바는 힘에 의해 부당하게 자행되는 모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시를 여러 편 썼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 발간한 <Will you let me love my country> 시집은 걸프전쟁을 풍자하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1961년 첫 시집 <아침 섬광>를 낸 이후 모두 15권의 시집을 펴냈다. 알 사바는 왕족출신으로 쿠웨이트 최고명문가 출신 엘리트이면서도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자비를 베풀었다. 그는 아랍권의 문화운동과 문학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며 가장 널리 읽히는 중동여성으로 꼽힌다. 동시에 노벨문학상 후보에 가장 접근한 아랍 여성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인은 문학 활동을 통해 ‘튀니지 문화훈장’ ‘쿠웨이트 문학예술 대상’ ‘팔레스타인 협력기장’ 등을 수상했다. 또 ‘아랍문화센터 명예회원’ ‘베이루트 아메리카대 명예이사’ ‘이집트 문화포럼 명예이사’의 칭호와 아랍연맹이 주는 ‘카이로 문화예술 최고인’ 명칭을 받았다. 쿠웨이트대학에선 매년 하루를 정해 그를 기념하는 ‘쿠웨이트문학의 날’ 행사를 벌이고 있다.


2012 만해문예대상: 김재홍(문학평론가, 전 경희대교수)

▲ 김재홍
김재홍 교수는 한국 현대시 연구의 권위자이면서 현대시의 이론 연구와 비평적 성찰에 앞장서 온 문학평론가이다. 김 교수가 문단 생활 40년을 보내오면서 이루어낸 연구 업적과 비평 활동은 현대시의 미학적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탁월한 해석으로 그 의미를 규정할 수 있다.

김재홍 교수는 1947년 2월 4일 충남 천원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에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시를 전공하였다. 김재홍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교관, 충북대학교 교수, 인하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희대학교 문과대학장과 도서관장 등을 역임하였다. 1991년 시문학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을 발간하여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이 수집 정리한 시문학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현대시박물관>을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김재홍 교수는 대학 강단에서 한국 현대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면서 한국 현대시문학사의 체계적인 정리와 시인의 창작활동에 대한 연구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김 교수의 현대시 연구는 실증주의에 기초한 사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주의 비평의 방법을 실천한 것으로 정평을 얻고 있다. 특히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인 <한용운문학연구>(1982)는 한용운의 문학세계를 가장 심도있게 분석 평가한 저서로서 한국 근대시인 연구의 전범이 되고 있으며, 한국 현대시의 언어적 특성을 치밀하게 조사하여 분석한 <한국현대시시어사전>(1997)은 시어전문사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업적으로 주목되고 있다.

또 김재홍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시 세계를 집대성하여 정리한 󰡔한용운문학연구󰡕를 발간한 후 만해사상의 연구와 실천을 주도하면서 <만해학회> 설립에 앞장섰고,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개최하는 <만해축전>을 입안하여 오늘날과 같은 성대한 문화적 제전으로 정착시켰다. 그리고 <만해학술원>을 설립하여 만해 연구 사업을 꾸준하게 전개하고 있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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