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수행을 바탕으로 하는 ‘자력신앙(自力信仰)’ 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유교경에서 “스스로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라”라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法燈明)’을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자신은 진리에 의하여 새롭게 태어난[自淨] ‘자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공통적으로 설하신다는 칠불통계(七佛通誡),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고, 나쁜 짓을 하지 말며, 스스로 마음을 맑히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衆善奉行 諸惡莫作 自淨其意 是諸佛敎]”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깨끗하게[自淨] 맑힐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자정(自淨)’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맑히는 일입니다.

칠불통계에 얽힌 조과선사(鳥㏀禪師)와 백낙천과의 대화는 ‘자정’이란 선사의 가르침이 백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착한 일을 하며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평범한 가르침에 백낙천은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말’이라며 실망을 금치 못할 때 조과선사는 “백살 먹은 노인네도 실천하기 어렵다”며 일침을 가합니다.

요즈음 종단 안팎으로 ‘자정’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자정’이란 다름 아닙니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앞서 자신의 허물을 먼저 발견하고 성찰하는 일입니다. 인간의 속성은 ‘남의 허물은 키질을 하고, 자신의 허물은 노름꾼의 패처럼 감춘다’고 하였습니다. 자기에게 엄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의 허물에대해서는 잔인할 만큼 공격적입니다.

먼저 자신부터 살필 줄 아는 ‘조고각하(照顧脚下)’가 필요합니다. 조고각하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본분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둘째, 남의 허물을 들추지 말고, 자신의 허물부터 살펴 고쳐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조고각하(照顧脚下)합시다.

-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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