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호의 내용

염불(念佛, buddhānussati)은 자기 정체성[無我法空]의 확립이자 타인 구제[化他行]의 실현이다. 궁극적으로 누군가를 구제하는 이가 자신이라는 아집(我執)까지 버리는 중도행이다. 예컨대 증일아함에는 ‘한 법[一法]’이라 하여 닦아 행하고 널리 펴야 할 덕목을 들고 있다. 모두 열 가지로 이루어진 덕목 가운데 으뜸이 바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念佛]이다. 곧 생각[念]을 매어 앞에 두고 전력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외우는 수행이자, 부처님의 모습[佛相]과 덕[功德]을 찬탄하며 마음에 새겨 정진하는 수행이다.


Ⅰ.

다른 이의 고통과 두려움에 대해 흔히 쉽사리 이야기하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일로 다가설 때, 이를 극복해 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견디기 어려운 고독에 휩싸이고 불안감의 벌판에 내동이 쳐 질 때, 우리는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되고 깊은 절망의 나락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지독한 두려움으로 온 몸의 털이 곤두설 때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부처님의 법과 승가를 생각한다면, 그 두려움은 결국 무상하며 실체가 없음을 체득하게 된다고 불가(佛家)의 어른들께서는 말씀해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불법승 3보의 도장은 해와 달과 별빛의 찬란한 광명으로 두려움의 그늘에 빛의 도장을 찍습니다. 두려움을 느낄 때 하늘의 천신들은 제석천(帝釋天)과 제석천의 덕을 생각하면서 공포를 이겨낸다고 합니다. 하물며 모든 존재를 감싸 안으시는 무량 공덕의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수행인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어른들의 말씀과 경론의 가르침을 귀담아 들으면서 오늘도 우리 불자들은 용기를 내어 봅니다.

경의 글귀를 함께 새겨 읽으시면서 시작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에게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면 그대, 나를 떠올리도록 하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여라.

“부처님께서는 여래如來·아라한至真·등정각等正覺·명행족明行成為·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眾祐라고 부르는 이로써 세상에 나오셨도다!”
< - “고당품”/ 증일아함 중에서 -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악마 파순에게 빛깔의 힘, 소리의 힘, 냄새의 힘, 맛의 힘, 닿음의 힘 등 다섯이 있다. 어리석은 이는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 그리고 닿음에 집착하여 악마 파순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성인의 제자가 방일하지 않기를 성취하면 그러한 힘 모두에 능히 이겨낼 수 있으니, 다섯 가지 향락에 끌리지 않고 생·노·병·사의 법을 잘 가려 악마의 힘을 이기고 악마의 경계에 떨어지지 않으며 온갖 두려움을 벗어나, 함이 없는 곳[無為之處]에 이르게 되니라.
< - “사취품”/ 증일아함 중에서 - >

사바세계의 주인 범천왕(梵天王, Mahābrahmādeva)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외진 숲의 자리에서 온갖 번뇌를 끊어 버리고
비고 쓸쓸한 곳 즐겨하지 않거든
대중 속에서 스스로 단속하여라.

그 마음 스스로 잘 길들여 집마다 걸식 다니며
모든 감관 거두어 단속하여
그 마음 알뜰히 잡아매어라.

그 다음에 비고 쓸쓸한 아란냐[寂靜處, arañña]의 그 자리에 앉으면
온갖 두려움 멀리 여의고
무서움 없이 안락하게 지내리라.

저 악하고 위태로운 온갖 독사들의 갖가지 해침이 있더라도
검은 구름의 큰 어두움 속에서 뇌성이 울리고 번갯불 치더라도
온갖 번뇌를 여의었기 때문에 밤낮으로 안락하게 살아가리라.

내가 들은 그 법 같다면 비록 완전히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홀로 고요히 범행 닦으면 천의 죽음 악마도 두렵지 않고
만일 그 위에 깨달음 길 닦으면 몇 만의 죽음 악마 오더라도 두려울 것 없으리.
< - “공한처경”범천왕의 게송 / 잡아함 중에서 ->


Ⅱ.

열 가지 갈래로 나뉘어 설명되는 ‘한 법’ 가운데, 으뜸가는 것은 ‘부처님을 생각함’입니다. 사실 글의 주제가 ‘염불’임을 감안할 때, 이 번호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어쩌면 생략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한 법’들이 제시하고 있는 가르침을 살펴보건대, 서로 이어지고 통하는 바가 많고 중요한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범위에서 다소 넓어지는 감이 없지 않으나,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구하며 지면에 실어보고자 합니다.

① ‘부처님을 생각함[念佛]’

부처님의 얼굴과 삼매와 몸의 모습과 그 덕의 완전하고 원만함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는 부처님의 모습과 부처님의 덕을 바르게 보고 자신을 가다듬어 전력으로 매진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난 호를 참조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② ‘법을 생각함[念法]’

품에서 이르시기를 ‘모든 탐욕을 버리면 번뇌가 없게 된다.’ 하였고 ‘번뇌가 없게 되면 욕망 역시 일지 않는다.’ 고 하였습니다. 바른 법이란, 탐욕에서 탐욕이 없는 곳에 이르고, 모든 번뇌와 장애의 병에서 떠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법은 마치 온갖 향기와 같아 티끌도 없고 어지러운 생각도 없는 것입니다.

③ ‘승가를 생각함[念僧]’

품에서 이르시되 ‘여래의 거룩한 제자들은 착한 업을 성취하여, 곧은 이치를 따르며 삿된 업이 없다. 모두가 화목하여 법을 성취하며,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성취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은 여래의 제자를 공경하고 섬기고 예배하며 순박한 마음으로 순종합니다. 세상의 복밭이며 성스러운 사문이기 때문입니다.

④ ‘계율을 생각함[念戒]’

수행은 계율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계율은 모든 악을 그치게 한다. 그렇기에 능히 도를 이루고 사람을 즐겁게 한다. 계율은 몸을 꾸며 좋은 모양을 나타내며 소원을 곧 성취시킨다.’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도품의 법은 다 계율로 말미암아 이루어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⑤ ‘보시를 생각함[念施]’

예컨대 어떤 사람이 꾸짖어도 앙갚음하지 않으며, 주먹으로 치면서 해치거나 칼ㆍ막대기를 들고 달려들거나, 혹은 기왓장ㆍ돌 등을 던지더라도 결코 성내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보시란 모든 것을 던져 분별의 극단을 벗어나는 중도행입니다. 품에서 이르시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성내지 않을 것이며 나의 보시하는 것과 보시하는 마음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⑥ ‘하늘을 생각함[念天]’

‘저 하늘 몸[天身]의 좋은 과보를 성취하고 저 하늘 몸[天身]이 되어 온갖 행을 완전히 갖추고 광명을 생각하라.’고 품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는 3업[身口意]의 덕을 갖춤에서 시작하여, 모든 행을 깨끗이 하여 정진하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염천(念天)은 곧 염천신(念天身)의 뜻이기도 합니다.

⑦ ‘휴식을 생각함[念休息]’

휴식은 마음의 잡스러운 생각을 멈춘다는 뜻입니다. 품에서는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휴식이란 생각을 쉬는 것[心意想息]이다. 뜻이 조용하고 밝으면서도, 경솔하거나 사납지 않는 것이다. 항상 마음을 안온하게 유지하면서 뜻은 한가히 있기를 즐겨한다. 늘 방편을 구해 삼매에 들고자하며 지나친 광명과 상달[勝光上達]을 탐하지 않기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⑧ ‘호흡을 생각함[念安般]’

호흡을 생각한다는 것은 수식관을 뜻합니다. 물론 앞의 여러 항과 마찬가지로 ‘몸과 뜻을 바로 틀고 가부좌하여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이 없게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들숨과 날숨에 대해 관하여 아는 것[觀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⑨ ‘몸을 생각함[念身]’

몸에 대해 품에서는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발, 손·발톱, 이빨, 피부, 근육, 힘줄, 뼈, 쓸개, 간, 허파, 심장, 비장, 콩팥, 대장, 소장 ...., 머리뼈·뇌수 등 어느 것이 나의 몸인가? 땅의 원소가 그것인가, 물의 원소가 그것인가, 불의 원소가 그것인가, 바람 원소가 그것인가? 아비 종자와 어미 종자로 된 것인가, 어디서 왔는가, 누가 만든 것인가, 눈·귀·코·혀·몸·마음은 장차 어디서 태어날 것인가?’

⑩ ‘죽음을 생각함[念死]’

6도를 윤회하는 목숨이란 끊임없이 고통을 감내하며 이 곳 저 곳으로 옮기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중생은 이 곳에서 죽고 저 곳에서 태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 감관[諸根]은 썩은 나무와 같고, 명근(命根)은 끊어지고 갈라져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모습도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죽음에 대해 생각하여 바로 아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한 법’에 대해 증일아함 「광연품」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같은 내용이 간략히 소개된 「십념품」과 그 갈래를 비교하여 아래의 <표1>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표 1>

대상

대상

십념품 1

① 부처님 [念佛]

광연품 1

① 부처님 [念佛]

십념품 2

② 법 [念法]

광연품 2

② 법 [念法]

십념품 3

③ 승가 [念眾]

광연품 3

③ 승가 [念僧]

십념품 4

④ 계율 [念戒]

광연품 4

④ 계율 [念戒]

십념품 5

⑤ 보시 [念施]

광연품 5

⑤ 보시 [念施]

십념품 6

⑥ 하늘 [念天]

광연품 6

⑥ 하늘 (몸) [念天]

십념품 7

⑦ 휴식 [念休息]

광연품 7

⑦ 휴식 [念休息]

십념품 8

⑧ 호흡 [念安般]

광연품 8

⑧ 호흡 [念安般]

십념품 9

⑨ 몸의 무상함 [念身非常]

광연품 9

⑨ 몸 (무상함) [念身]

십념품 10

⑩ 죽음 [念死]

광연품 10

⑩ 죽음 [念死]


Ⅲ.

부연 설명하면 ‘하늘 몸’에 대해 장아함의 <세기경>에 ‘다님과 비행에 한계가 없고[無限數], 피부와 뼈와 힘줄과 혈육이 없고 몸에 부정한 대소변이 없으며, 지극한 피로가 없으며 몸은 마음대로 빛을 나타내니....’라고 하였습니다. 범천(梵天)과 범천의 덕과 범천의 광명 그리고 수미산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흡을 생각함’에 대해 역시 사족을 달면,

호흡을 생각하면서, 만일 숨이 길 때는 “나는 지금 숨이 길다”라고 관[觀]하여 알고, 만일 짧으면 “나는 지금 숨이 짧다”라고 관하여 알며, 만일 숨이 매우 차가우면 “나는 지금 숨이 차갑다” 고 관하여 알고, 만일 숨이 뜨거우면 “나는 지금 숨이 뜨겁다” 고 관해 알아야 한다.

라고 「광연품」의 여덟 번째 가르침에서 이르시고 있습니다. 이어서 머리에서 발까지 온 몸을 두루 관해 알며, 숨이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면 또한 이를 관(觀)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을 쓰고 몸을 단속하여[用心持身] 숨의 길고 짧음을 모두 알며,
숨의 나고 들음을 찾아 분별해 환히 알아야 하느니라.
혹은 마음이 몸을 단속해[心持身] 숨의 길고 짧음을 아는 것도 또한 알며,
숨의 길고 짧음을 세어 분별해 환히 알아야 하느니라.

긴 설명을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읽으셨던 내용을 떠올려 보면서 아래를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고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

몸과 마음을 바르게 틀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이 없이 오롯이,

부처님을 생각하며[念佛]
법을 생각하며[念法]
승가를 생각하며[念僧]
계율을 생각하며[念戒]
보시를 생각하며[念施]
하늘 (몸)을 생각하며[念天]
휴식 즉 잡념의 멈춤을 생각하며[念休息]
호흡을 생각하며[念安般]
몸 (무상함)을 생각하며[念身]
죽음을 생각한다면[念死]

큰 과보를 이루어 온갖 선이 두루 모이며, 단 이슬 맛을 얻어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되며, 곧 신통을 이루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고 사문의 결과를 얻어 스스로 열반을 얻을 것이니.

< - “광연품” / 증일아함 중에서 - > 

- 정성우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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