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미물 중생 하나라도 생명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은 동물을 난폭하게 다루거나 살생을 당연시한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을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탐욕과 무지를 일깨운다.

이 책에 묘사되고 있는 한 광경은 인간으로 인해 겪고 있는 동물의 참혹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메릴랜드 주의 어느 양계장. 축구장 두 개 길이의 분뇨 수거장에는 곳곳에서 분뇨 더미와 닭 시체가 뒤엉켜 썪고 있다. 방독면을 쓰지 않고는 암모니아 가스와 오물의 독성 때문에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눈이 시립다. 죽음을 기다리는 닭들의 모습도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죽음의 기계에 들어가기 직전 통로 한 줄에만 1만 마리가 넘는 닭이 위층에서 떨어진 분뇨를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 머리를 처박혀 있다가 기계 속에 들어가 죽음을 맞는다. 잔혹한 동물 학대 참상을 고발하고 동물 운동의 실질적 지침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세계적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가 동물 운동가들의 글을 엮어 일부 내용을 수정해 2006년 펴낸 것으로 한국어판은 7년여만에 나오게 됐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로는 오스트리아 공장식 축산반대연합의 마르틴 발루크 회장,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철학과 데이비드 드그라지아 교수, 옥스퍼드대 생물과학 연구원 메리언 스탬프 도킨스 등 철학자와 환경운동가, 과학자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피터 싱어는 이 책에서 종(種)차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신 능력에 따라 동물의 처우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이 인간과 다른 종이라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되며, 그 존재의 특성과 정신 능력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어린 아이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잘못이라고 판단한다면 그 정도의 정신 수준을 갖춘 개나 고양이의 생명을 빼앗는 일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잘못이라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에는 이 외에도 동물운동 전략을 단계별로 소개하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변신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하우’도 소개하고 있다.

노승영 옮김/ 시대의 창 펴냄/ 값19,800원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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