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산 정법사가 매주 일요일 열고 있는 어린이 법회. 초등학생 40여 명이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정법사 제공)

70만원. 누군가에겐 매우 큰돈임이 분명하고, 또 누군가에겐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일 작은 액수일 것이다. 돈의 가치란 어차피 상대적인 것. 그러니 70만원이란 금액 자체보다도 그 돈을 어떻게 모았고, 어떻게 썼느냐가 관건이다. 부처님도 <장아함경>에서 “재물을 모으되 벌이 여러 꽃에서 꿀을 모으듯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이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이 1년간 빠짐없이 법당에 부처님을 뵈러 와서 모은 70만원은 어떤가. 양산 통도사 마산중앙포교당 정법사의 어린이 ‧ 학생회 법회의 친구들이 불교계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과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에 1년 동안 모은 보시금 전액을 기부했다는 미담이 눈길을 끈다.

정법사(주지 지태스님)는 경상남도 마산시 추산동에 위치한 사찰이다. 평일엔 지역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운영하는 한편, 매주 일요일 어린이 ‧ 청소년 법회를 봉행한다. 약 40명의 어린이법회 아동들과 15명의 학생회법회 친구들이 꼬박꼬박 법회에 나오고 있다. 이들이 지난 1월 31일 보시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불교계 법인들에 전달한 주인공들이다.

아이들의 보시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법사 법회 아이들에겐 이미 1998년부터 1년간의 보시금으로 김해와 마산 노인복지시설과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물품들을 사서 전달했던 ‘전통’이 있다. 아이들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장기자랑도 준비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청소를 도맡기도 했다. 재작년부터는 직접 동사무소에 가서 어려운 이웃 7분을 소개받고,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전해드렸다.

10여 년째 초 ‧ 중학생 법회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처음 보시행을 제안하기도 했던 정법사 유치원 천명숙 원장은 기자의 전화를 받고 “이런 작은 일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오히려 궁금해 했다. 천 원장은 “아이들에게 정근할 때는 빈손으로 하지 말고 100원 짜리라도 꼭 봉투에 넣어서 너희들 마음의 정성을 담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 정법사 어린이 법회 모습

“저는 처음에 그저 ‘너희가 1년간 모은 보시금을 우리 주위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뿐이지요. 아이들은 흔쾌히 승낙했고요. 그게 어느새 10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건데….” 천 원장의 말이었다.

천 원장은 이번에 아름다운동행과 승가원에 각각 35만원씩 보시금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아이들의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니깐, 작년에 모은 보시금은 우리 동네에 국한되어 있던 시선을 좀 더 넓게 돌려서 보다 전문적인 봉사단체에 기부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직접 아이들에게 우리가 기부할 만한 곳을 찾아보라고 했죠. 그러니깐 아이들이 처음 말하는 곳이 기독교계에서 운영하는 유명한 복지법인 아니겠어요? 제가 손사래를 쳤죠. (웃음)”

결국 아이들의 보시금은 아름다운동행과 승가원에 반씩 전달됐다. 아름다운동행에서는 향후 이들을 위한 감사증 전달식을 계획하고 있지만, 천 원장은 “아이들도 돈을 드렸으면 된 거지 굳이 그런 행사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부처님’과 ‘헐벗은 이웃들’ 사이의 징검다리를 알려준 천명숙 원장과 정법사 교사들, 법회에 나와 1년간 부처님에게 정근하고 모은 자신들의 마음을 아낌없이 ‘보시’한 어린 학생들, 그리고 그렇게 모여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여질 70만원이라는 작고도 큰 돈…. “태어나는 곳곳마다 좋은 세상이 되니, 모든 하늘이 칭찬함이로다.” 이는 부처님이 지혜로운 베풂을 보고 찬탄했던 말이다.

- 박성열 기자

▲ 정법사 청소년 법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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