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1월 4일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했던 총무원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2일 지난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4구역 철거 현장 화재 사고(‘용산참사’)와 관련, 구속된 이충연 씨 등 총 8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별사면 청원서를 전달했다.

자승스님은 이 청원서에서 “(용산참사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아직도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름대로 마음을 내었던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참사의 원인은 세입자의 권리와 철거민에 대한 사전대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큰 이상, 그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자승스님은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관용으로부터 시작되며, 정부는 이제라도 구속된 철거민 여덟 명과 용산참사 관련자들에 대하여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조치를 내려주기 바란다”며 “정부가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사회통합, 국민통합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2009년 11월 4일 총무원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사회현장 방문지로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하여 희생자 빈소에 분향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으며, 2010년 2월 11일에는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당시 순직한 경찰관 유가족을 총무원에 초청하여 위로와 화해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자승스님은 이날 청원서 전달에 앞서 구속된 8명의 철거민들에게 위로 편지와 영치금 및 선물(책 <당신은 부처님>, 108염주)을 전달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용산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방문하여 관계자 격려 및 특별사면 지원 방안 등에 대하여 환담할 예정이다.

다음은 청원서 전문.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 특별사면 청원서


2009년 11월 총무원장에 취임한 직후 첫 방문지로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 빈소에 분향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그해 말 다행스럽게 용산참사 문제가 1차 타결돼 조계종 차원의 환영 논평을 내고, 이듬해 초 철거민 희생자 유가족과 순직한 경찰 유가족을 동시에 총무원으로 모셔 위로와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2년여 넘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근원적인 것은 몰라도 당장의 찢기고 피 흐르는 상처는 아물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아직도 용산참사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름대로 마음을 내었던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용산의 철거민은 여덟 명의 가장이 3년 넘게 구속된 상태이고 그들의 가족이 철거 지역에 남아 어린 자녀와 함께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는 시아버지가 참사로 희생된 것도 가슴 아픈 일일 텐데, 그 아들마저 3년 째 감옥에 갇혀 있는 어느 가족의 기막힌 사연도 있습니다. 두 명의 철거민은 옥상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언제 법정에서 구속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도, 철거민도 서로가 서로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고 싶을 것입니다. 정부는 그 책임을 물어 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민을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철거민은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한편으로는 생존의 불안에 시달리며, 다른 편으로는 차디찬 거리에서 절박한 상황을 목 놓아 호소할 뿐입니다.

용산참사의 원인은 세입자의 권리와 철거민에 대한 사전대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분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3년이 넘은 지금까지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남일당의 현재 모습을 봐도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용산참사 해결 기원 발원문’을 통해 “용산은 이 시대에 우리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의 상징입니다. 하루 속히 이 대립과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화와 소통으로 공동체 모두가 화합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모두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관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구속된 철거민 여덟 명과 용산참사 관련자들에 대하여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조치를 내려주기 바랍니다. 구속자 대부분은 이미 형기의 절반 이상을 살았고, 하루하루 생존이 버거운 가난한 서민들입니다.

정부가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사회통합, 국민통합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일입니다. 현 정부가 주창한 공생사회를 위해서도 이들에 대한 석방과 특별사면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임기 후반 국민화합과 사회통합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주기를 청원합니다.

2012년 2월 2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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