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무아(諸法無我)는 3법인(法印) 또는 4법인의 하나로 연기법에서 벗어난 독립된 ‘나’란 없다는 뜻으로 설명됩니다. ‘법인(法印)’은 ‘법의 징표’란 말로 불법의 ‘핵심’과 ‘특징’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은 3법인 또는 4법인으로 요약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두 번째로 소개되는 제법무아는 연기법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무아’란 ‘내가 없다’거나 ‘내가 아니다’란 말로 풀이되지만 생멸변화하지 않고 영원불변한 존재의 실체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우주의 모든 존재는 상의상관(相依相關) 속에 놓여 있다는 것과 통합니다. 상의상관의 존재이므로 남을 업신여기거나 겁주거나 협박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항상 바른 것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과 동물과 자연에 대해서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갖습니다.

말하자면 대립이 아니라 포용이며 갈등이 아니라 평등 평화를 지향합니다.

‘무아’의 개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승불교에서는 ‘무아’를 ‘대아(大我)’로 해석하여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올바른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아상(我相)’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에게 오히려 대중의 존경이 따릅니다. ‘나’를 버림으로써 ‘큰 나’를 이루어내는 것이 무아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집단 따돌림’에 대한 해결방안입니다. ‘집단 따돌림’의 무서움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인데 고립과 단절로 그 속성을 무참히 파괴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에 따른 고통과 충격은 당해보지 않고는 실제 알 수 없습니다.

상의상관의 존재 의미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병폐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합니다. 남을 업신여기고 협박하는 행태는 곧 자신을 해코지 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법무아’의 메시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와 관계된 모든 이에게 이러한 ‘제법무아’의 가르침을 전해 함께 웃는 삶을 살아가길 권합니다.

- 법진스님/ 불교저널 발행인, (재)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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