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자성과쇄신 결사 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는 종단의 결사 1주년을 맞아 1월 31일(화) 교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범위한 대중공사를 통한 종단 쇄신, 생명평화문화 확산을 위한 조계사 1000일 정진 등 2012년도 사업 추진방향을 밝혔다.

자성과쇄신 결사 추진본부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뭇 생명의 안락과 평화를 위하여”라는 결사 목적, 이어 “대승정법의 불교수행관으로 사부대중이 대승보살이 되어 종단의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결사의 기조를 다시금 강조했다.

본부장 도법스님은 “조계종은 기본적으로 수행 종단인 동시에 많은 스님들이 오랜 수행을 거쳐 종단으로 나오지만, 왜 종단과 스님에 대한 수많은 대중의 불신과 의심이 끊이지를 않는가를 반성해야 한다”면서 “결국 사부대중의 탄탄한 주인의식과 주체적 역량, 또 기득권 스님들의 과감한 양보와 포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사 추진본부는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종단 내외를 아우르는 ‘대중공사’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이는 지난 1월 17일 자승스님이 밝힌 ‘자성과 쇄신’ 청사진과도 일맥상통한다. (관련기사 “국민의 행복 ‧ 평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 자승스님은 신년연설을 통해 수행과 종단운영, 교육과 전법, 사회참여 등 불교계 전반을 아우르는 현안들에 대해 불교 전통인 대중 공의(公義)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진본부 측은 “2~3월 중 재가종무원 2차 대중공사 및 교역직 스님들의 1, 2차 대중공사, 수도권 직할 사찰 및 선원 ‧ 율원 ‧ 강원 ‧ 승가대학, 신도포교단체, 불교사회단체 등의 대중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은 대중공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무원들의 생활규범이 될 청규를 제정, 종단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개선하는 쇄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추진본부는 “이 쇄신안에는 사찰의 재정공개 문제, 선거제도의 개편 등 제도와 조직문화의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담아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본부가 <바보 셋, 문수지혜>라는 제목의 사부대중 대중공사 자료집을 발간하고, 온라인상의 토론 및 소통을 활성화 할 <대중공사 2.0> 등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의지와 맥락을 같이한다.


또 자성과쇄신 결사 추진본부는 ‘민족화해 ‧ 평화통일 ‧ 한반도 생명평화 공동체 실현을 위한 1000일 정진’을 오는 3월 말 입재할 계획이다. 1000일 정진은 ‘한국불교 1번지’ 서울 조계사에서 중앙종무기관 및 부설기관, 직영사찰, 신행단체 등이 참여하는 24시간 릴레이 기도. 경내 기도단에서 이뤄진 결사발원문 낭독, 생명평화 100배 기도, 종교평화불교인선언 낭독 등을 기본으로 한다.

도법스님은 “이번 1000일 정진은 사부대중이 대승정법 실천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동시에 조계사를 생명평화공동체 중심도량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불자들뿐만 아니라 전 시민이 참여해, 불교계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생명평화 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결사 추진본부는 불교 안팎의 주요의제에 대해 사부대중이 출/재가와 남녀노소 구분을 두지 않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사부대중 야단법석’을 2월부터 정기적으로 여는 한편, 조계사에 3개월 주기로 사회 소외계층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초청해 그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고 격려하는 ‘시민초청 무차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법스님은 “지난 1년간 과연 누가 종단의 자성과 쇄신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며, 많은 분들의 깊은 불신과 패배감을 확인하기도 했다”면서 “결국 본부는 종단의 자성 ‧ 쇄신 의지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부대중들의 역량을 형성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여러 사업들을 준비했다”고 향후 1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자성과쇄신 결사 추진본부는 31일 오후 상임위원회 및 결사위원회 연석회의 이후에 성명을 내고 “산사의 선거와 관련한 돈 봉투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는 결사가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기초적인 사실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본부 측은 유사한 사건이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대해 “근원적 처방을 내려 수술을 단행하지 못하고 환부를 축소하고, 감추고, 미봉책으로 덮어 왔다. 결국 병을 더 깊게 만든 원인이 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엄중한 종법 집행을 촉구한 뒤 “비판의 목소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성하고 쇄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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