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엄마 뱃속에서 머물던 그때를 기억하나요?”

틱낫한 스님의 《엄마》의 출발점이다. 스님은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엄마 뱃속에 있던 바로 그때였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 웃었을 시간, 먹고 마시는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던 시간.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숙제와 집안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그때. 걱정거리라고는 전혀 없는, 그저 좋은 그곳이 바로 자궁(子宮), ‘자식들의 궁궐’이다. 스님은 엄마의 자궁을 극락이라고 했다. “엄마 나 여기있어요.”라는 아기의 발길질은 마음챙김의 첫 종소리였고, ‘사랑하는 아가야, 너 거기 있구나. 네가 있어 엄마는 참 행복하단다’ 라고 말했을 엄마의 말은 첫 만트라(眞言)”였다고 했다.

《엄마》는 잃어버린 자궁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제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걸 아세요?” 이말을 틱낫한 스님은 반복해서 부를 후렴구라고 했다. 엄마가 충분히 내 곁에 있음을 깨닫도록 엄마를 충분히 바라보고 말하라고 스님은 주문한다. 삼심대, 사십대, 혹은 그 이상의 나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엄마의 자식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스님은 반복해서 해 줄 것을 당부한다.

번역자 이도흠 교수는 “모든 엄마는 천사요, 관세음보살”이라며 “지치고 외롭고 좌절하고 절망할 때마다 엄마의 희생과 사랑 덕분에 우리가 다시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첫 사랑하는 이들처럼 우리는 엄마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의지하면서 일방적으로 받는 사랑만 바라기에 나쁜 씨앗이 아직 사슴에 남아 있는 것”이라며 “좋은 씨앗에만 물을 주어 그 마음 밭에 엄마를 향한 사랑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하여야 한다”고도 했다.

틱낫한 스님의 《엄마》는 우리가 버리고 산 소중한 ‘엄마’에 대한 무궁무진한 보물이야기이다. 우리가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 순간, 엄마의 탯줄이 비단 나와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삼라만상 모두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뿐만 아니라 식물과 광물과 공기와 물과 땅에 의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엄마》는 작은 책이지만 크고 깊은 지혜를 담았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만한 이야기로 엄마에게 돌아가는 법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틱낫한 지음/이도흠 옮김/아름다운인연/9,8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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