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정릉과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조계종 흥천사(주지 정념스님)가 훼손의 위기를 한고비 넘겼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 세계유산분과는 11일 오후 2시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정릉 인근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해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 신청을 보류했다. 이로써 정비사업조합이 추진해 온 재건축은 일단 중단됐다.

정릉 주변 지역은 문화재위원회가 설정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건축물 최대 높이 12m 이하만 현상변경 허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측은 문화재보호구역의 제한을 초과하는 12층 높이(36m)의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조합 측은 문화재청에 문화재현상변경을 지속적으로 신청해오고 있다.

이날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한 ‘보류’ 결정을 통해 당분간 정릉과 흥천사의 문화유산을 파괴할 것으로 우려됐던 아파트 재건축은 일단 무산되게 됐다. 그러나 이번 보류 결정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언제든 허가가 날수 있는 여지를 남겨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은 11일 문화재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해 흥천사와 정릉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정념스님은 “흥천사는 정릉에서 300m 거리에 있으며 정릉의 원찰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과 같은 하나의 도량”이라고 강조하며 “정릉의 훼손을 막고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구역 내 개인 가옥을 매입하고 정비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념 스님은 16일(월)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스님과 함께 김찬 문화재청장을 만나 정릉과 흥천사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정릉 정비 사업’은 정릉 제6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정릉과 흥천사 사이의 부지에 삼성건설을 시행사로 총 19개동 752세대(지하 6층, 지상 12층 규모)가 입주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것.

조성 계획에 따르면 이 아파트 단지는 정릉과 불과 10여m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유형문화재 제66호인 흥천사 극락보전, 67호인 명부전으로부터 70m 거리에 위치해 목조건축물의 균열과 붕괴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앞서 10일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과 흥천사 관계자,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등 지역주민들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불허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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