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립 동국대학교(총장 김희옥)의 기독교인들의 과도한 교내 선교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동국대 정각원(원장 법타스님)은 지난 11월 29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모든 동국가족께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작금에 동국대 캠퍼스는 기독교 선교장이 되어 그 무례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종교간 최소한의 금도는커녕 불법 · 탈법적 선교행위를 자행하고, 이를 제지하는 스님을 사법당국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정각원은 이와 함께 교내에서의 부당한 선교행위에 대해서도 열거했다. 정각원 측이 꼽은 훼불사례로는 △팔정도 불상에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긋고 ‘오직 예수’라고 적어 놓았던 만행, △정각원 법당 안에 대소변을 배설하고 문짝을 파손한 행위, △제등행렬에 사용할 코끼리 등(燈)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일, △목사 등 기독교인들이 야간에 여러 대의 버스를 타고 들어와 팔정도 광장에서 종교집회를 하고 사라진 일 등이 있다.
정각원이 이렇듯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 9월 일부 기독교인들이 교내 선교활동 도중 이를 말리던 스님을 고소한 사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허가 없이 동국대에 들어와 교회소개 등이 담긴 유인물을 나누어 주며 이를 제지하던 동국대 교법사 제정스님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제정스님을 업무방해, 강취(강제 취득), 모욕, 폭행 등의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이런 동국대 측의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각원 측의 발표가 알려지자 기독교계 대표적 일간지인 <국민일보>는 1일 ‘정확한 근거 없이 기독교 선교행위 매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 “나열한 부당선교 행위의 예를 기독교인이 했다는 정확한 근거 없이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2000년 6월 팔정도에 십자가를 그린 범인을 잡지 못했고, 범인도 기독교인으로 단언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국민일보>는 “지난 9월 학교인사(제정스님)를 고소한 쪽은 이단세력 ‘하나님의교회’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나님의교회’는 기독교 내에서도 이단세력으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독교계 선교활동 전반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동국대 학생으로서, 무신자로서 학교측이 이해 간다. 일부러 기독교 집회를 불상 앞에서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동국대가 불교계인거 뻔히 알면서도 저런건가. 저런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모르고 배타적인 것이 종교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10년간 동국대학교 교내에서 대형 훼불사건만 10여 건이 넘게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이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훼불 사건의 진상을 차분하게 규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선교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독선적이고 불법적인 선교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각원의 이번 발표가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눈길을 끌고 있다.
※ 아래는 동국대 홈페이지 일반 공지사항에 지금도 실려 있는 정각원 발표의 원문이다. <국민일보>의 1일자 기사는 “현재 정각원 홈페이지에는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를 지적하는 글을 찾아볼 수 없다”라는 문장으로 끝마치며, 마치 글의 내용이 논란이 되자 정각원이 해당 글을 삭제한 것처럼 호도했다. 그러나 동국대 정각원 측은 애초에 이 글을 정각원 홈페이지에는 올린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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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