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님의 법문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한 마을에 노파가 살고 있었습니다. 노파는 어느 날 시주를 온 스님에게서 ‘나무아미타불’을 열심히 외우면 극락에 간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스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노파는 밤이고 낮이고 ‘나무아미타불’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파는 자신이 열심히 외던 ‘나무아미타불’을 깜빡 잊어버렸습니다. 당황한 노파가 며느리에게 내가 외던 게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시어머니가 염불 외는 소리를 시끄럽게 생각하고 별로 좋지 않게 여겼던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약올려줄 심산으로 ‘나무아미타불’ 대신 ‘앞집 김염감’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며느리의 말을 듣고 시어머니는 이제는 ‘앞집 김영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던 정성을 갖고 열심히 ’앞집 김영감‘을 외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앞집 김영감’을 찾던 할머니가 어느 날 홀연히 죽음을 맞게 됐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 집에는 방광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방광이란 둥근 반원의 빛기둥이 생기는 것으로 깨달음을 얻은 이의 징표이기도 합니다. 그런 징표가 할머니에게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결국 할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극락에 가게 됐음을 의미하는 일화지요.

이 이야기가 전하는 의도는 ‘나무아미타불’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할머니가 ‘앞집 김영감’ 이라고 얼토당토않은 표현을 썼지만 할머니에게는 극락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노력이 있었기에 목적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얘기와 마찬가지로 <도둑맞은 여름>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두 소년은 수영이나 달리기 등 10종 경기를 통해서 천국에 가려고 합니다. 앞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종교다원주의를 표현한 뛰어난 영화였습니다. 종교에서는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믿음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참으로 깜찍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습니다.

<도둑맞은 여름>은 미국 톱스타 벤 에플릭과 맷데이먼이 제작자로 참여한, 아마추어 감독 등용문인 그린라이트가 배출한 첫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맡은 감독 피트 존스도 그린 라이트를 통해 메가폰을 잡게 됐고 <도둑맞은 여름>은 그의 첫 작품입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소년은 피트라는 이름의 8살짜리 소년입니다. 정말 귀엽습니다. 피트 역을 맡은 에이디 스타인은 밝은 표정과 특유의 진지함, 그리고 자연스런 연기가 어울려 피트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창조해냅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참 재미있습니다. 시카고에 사는 아일랜드계 소년 피트는 학교에서 떠들다가 수녀 선생님으로부터 지옥에 떨어질 거라는 꾸지람을 듣습니다. 지옥에 떨어진다는 수녀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피트는 자신의 절망적인 미래를 구원할 방법으로 전도를 생각해냅니다. 성 베드로가 이교도를 전도해 구원을 얻은 것처럼 자신은 유대교인을 전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유대교 회당에 다니는 사람들을 카톨릭교로 전도하기 위해 유대교 회당 앞에서 공짜 레모네이드를 나눠줍니다. 이 부분이 좀 웃겼습니다. 종교적 지식이 부족한 어린 소년이 유대교 랍비를 상대로 전도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 황당하면서도 기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결코 이 장면이 황당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피트는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랍비도 그렇지만 카톨릭의 신부님조차도 확신은 없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소년에 비해서 깊고 넓은 지식은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중요한 믿음이 부족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친구가 천국 가는데 영성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철저하게 믿는 소년에 반해 정작 영성체를 관리하는 신부님은 영성체를 한낱 음식으로 여기는 모습이었으며, 랍비 또한 자신의 아들이 죽어 천국에 간다는 사실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이는 천국을 믿는 소년과 극적인 대조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피트는 마침내 자신의 믿음을 전수할 대상을 찾아냈습니다. 랍비의 아들이지요. 이애는 백혈병으로 죽을 날을 받아놓고 있는데, 자신이 천국에 감으로써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피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피트는 백혈병 소년에게 10가지 과제를 제시합니다. 열 가지 과제를 완수해내면 영성체를 받게 되고 마침내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고 꼬십니다. 꼬시는 게 아니고 확신에 차서 설득합니다. 피터만큼이나 순진한 어린 소년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마침내 엉뚱한 두 꼬마는 백혈병 소년의 천국가기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그 10가지란 넓이 뛰기, 달리기, 장애물 건너뛰기, 깡통 넘어뜨리기 뭐 이런 것인데, 수영이 마지막 관문입니다. 수영을 잘 못하는 백혈병 소년이 밤늦게까지 열심히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천국에 가기 위해 열심히 수영 연습하는 장면은 유머러스한 장면이지만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신앙의 본질을 보여주는 장면 같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요. 달리기나 수영을 통해서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믿음이 라는 것입니다. 믿음이 확고하다면 수영을 통해서도 천국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천국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믿음이 그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랍비의 아들이 죽고 슬픔에 빠진 랍비를 피트가 위로합니다. 랍비의 아들은 영성체를 받았으니까 지금 분명 천국에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요. 이 정도면 피트가 랍비를 전도한다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요. 신앙은 번잡한 지식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주더군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압권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야말로 부처의 경지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편견이나 가치관 이런 게 끼어들기 이전 인간의 가장 건전한 상태를 보여주는 아이들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적지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여러 수행방법인 참선이나 염불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순수한 아이들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요.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소년의 모습은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종교니 메시지니 이런 걸 떠나서 귀여운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 김은주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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