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고 있는 존재 하나하나가 그대와 나의 생명을 낳고 길러주는 귀하고 고맙고 대단한 존재들인데 어찌 지극히 모시고 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견문각지에 만나는 존재 그 누구 할 것 없이 본래부처이므로 지극히 잘 모시고 섬겨야 할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자대비의 보살행입니다. 너무나 본래부처다운 행주좌와(行住坐臥)입니다. 스스로 천하에 거룩하기 그지없는 본래부처인데 어찌 무한한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본문 中)

도법스님의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는 스님이 화엄경 보현행원품을 주제로 지리산 실상사에서 1년 동안 했던 강연을 묶은 책이다. 이 강연에서 도법스님은 불자의 참된 삶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보현행을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보현행원품에 담긴 보현보살의 십대행원을 ‘부처로 사는 10가지 방법’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그 십대행원은 곧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좋은 날 만드는 10가지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화엄경>의 내용이 광대무변하여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도법스님에 따르자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스님은 “<화엄경>이야말로 이 세계와 직면한 삶의 주체인 나는 어떤 존재이고 삶의 현장인 세상은 어떤 곳인가라는 보편적 물음에 대해 ‘인드라망[重重無盡緣起]의 존재요,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그 인드라망 세계 속 존재이므로 마땅히 다르마[法]의 길인 동체대비(同體大悲)행을 통해 생명 평화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법스님이 강연을 통해 줄곧 강조하는 것은 부처가 우리 안에 있으니, 밖에서 부처를 찾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도법스님은 “바로 당신이, 지금 당신과 만나고 있는 상대방이 부처이니, 부처로 마음먹고 부처로 행동하고 부처로 모시면서 살라. 그게 행복의 길이다”라고 반복해 힘주어 말한다. 이는 철저한 본래부처론인 동시에, 불자 개개인의 역동적인 삶과 실천을 중시하는 대승불교 수행론의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스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불성이 깃들어 있으니 생명 자체를 부처로 보고 부처로 모시며 살라고 당부한다.

도법스님은 현재 실상사 회주이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장(화쟁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04년부터 5년여간 계속된 생명평화탁발순례 등의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불교개혁은 물론 생명평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저서로는 『길 그리고 길』, 『화엄의 길 생명의 길』, 『그물코 이생 그물코 사랑』 등이 있다.

도법 스님 / 불광출판사 / 13,800원

- 박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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