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한국 불교전적을 집대성한 ‘한국불교전서’의 한글본 2차분 7권이 간행됐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은 지난해 1차분에 이어 올해 한국불교전서 한글본, 신라시대 ‘범망경술기’ ‘대승기신론내의약탐기’, 고려시대의 ‘자비도량참법집해’ ‘천태사교의’, 조선시대 ‘기암집’ ‘운봉선사심성론’ ‘추파집·추파수간’ 등 7권을 번역 출간했다.

한국불교전서는 고려 대각국사 의천이 ‘속장경’을 간행한 이후로는 처음으로 불교전적을 집대성한 총서다. 신라 원효에서 조선 말 1896년에 이르는 기간에 찬술된 국내 불교전적을 아우른다.

1970년 목록 분류가 시작돼 1989년 1차로 10권이 간행됐고, 2004년까지 4권의 보유편을 더해 14책의 방대한 자료가 집성됐다. 앞으로도 사기(私記), 사지(寺誌) 등을 정리 수록한 15∼20책이 만들어 진다.

그러나 한국불교전서는 한문본이어서 일반인들에겐 난해한 점이 많았다.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동국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한국불교전서에 수록된 총 323편 전체를 2020년까지 매년 한글로 완역, 출판하기로 했다.

이번에 간행된 ‘범망경술기’는 신라 출신의 유식학자 승장(勝莊)이 저술한 ‘범망경보살계본’에 대한 주석서다. ‘범망경’은 ‘유가사지론’ ‘보살지菩薩地’에서 설한 유가계瑜伽戒와 더불어 대승보살계를 설한 대표 경전으로 일컬어진다.

‘대승기신론내의약탐기’는 대승기신론의 핵심 주제들을 법장과 원효의 주석에 입각해 압축적으로 소개한 대승기신론의 입문서이다. 한국에서 나온 대승기신론에 대한 주석서 가운데 원효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등장한 문헌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자비도량참법집해’는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에 관한 현존 유일의 주석서이다. 이 책은 조선 초에 국사를 지낸 조구(祖丘)가 5종의 기존 주석서들을 면밀히 검토해 요약 정리한 것이다. 수많은 경론과 전적에 의거해 글자의 음의(音義)에서부터 법수(法數)의 해설, 문장의 해석 순서와 대의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를 면밀히 고증하고 해설한 역작이다.

‘천태사교의’는 고려 제관이 지은 천태학의 입문서이다. 이 책은 중국 천태종의 창시자인 천태 지의가  ‘법화현의’ 등에서 제시한 오시팔교五時八敎의 교판론과 ‘마하지관’에서 보여준 25방편, 십승관법 등의 수행론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기암집’은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의 제자이며 사형인 사명당 유정泗溟堂惟政(1544∼1610)이 ‘반생 동안 모신’ 기암 법견奇巖法堅(1552~1634)의 시문집이다. 이 책은 대단히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여 유학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던 조선 중기 스님의 시문을 담고 있으며, 금강산 유점사에 관한 글들이 많아 금강산의 사찰 문화를 연구하는 데 주요한 자료이다.

‘운봉선사심성론’은 조선 중후기(17~18세기)에 이루어진 유불 간, 혹은 불교 내의 사상논쟁을 다룬 책으로 한국의 불교가 조선 중후기에도 사상적으로 불교의 안팎에서 진지한 성찰과 논쟁을 계속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추파집·추파수간’에서 ‘추파집’은 조선 후기 승려 추파 홍유의 문집이며, ‘추파수간’은 문집을 엮을 때 제외했던 서간문을 모아 놓은 서간문집이다.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은 “이번에 출판된 7권은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원문을 철저히 교감(校勘)해 원문 주를 달고 표점 작업까지 마친 후, 번역문을 실어 학술적 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윤우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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