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회의 가족형태가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제도로 변한 것 같이 불가에서도 문중이나 사찰의 상좌 책임으로 노후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앞으로 제도적으로 종단차원의 노후주거대책이 시급히 이뤄야 하는 당면과제가 되었다. 스님의 노후문제는 이젠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승가 전체의 문제가 된 셈이다.>
스님들의 노후복지는 안정된 수행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다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삼보 중의 하나인 승가의 안정된 노후는 종단의 안정을 가져올 뿐 아니라, 재가불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앞으로 종단을 이끌어갈 새로운 주체인 미래의 출가자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며 복지사회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즉, 고령화하는 사회 속에서 노후의 보장을 통해 안심하고 수행과 포교로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승가의 위상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 노후가 불안하다
스님들의 65.4%가 노후에 대한 불안감 속에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은 것은 노후에 얻게 될 병고로 인한 의료비용과 주거지, 경제문제 등이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소장 법안)와 법보신문이 전국 교구본ㆍ말사 및 강원, 중앙종무기관 소임 스님 등 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승려노후복지에 관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다.
조사결과 응답자 가운데 23.8%는 노후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정도는 신분과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노후생활 염려’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비구니 스님들은 무려 82%가 ‘염려한다’ 또는 ‘매우 염려한다’고 답해 비구 스님 66.9%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스님들의 노후 복지에 대한 불안감 정도는 2001년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시행한 ‘조계종 승려 노후복지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49.2%가 ‘걱정된다’고 답한 이후 종단 차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승려노후복지 대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6%나 더 높아졌다.
스님들은 또 개인적인 노후불안 요소로 거처안정(25%), 생활비(23.2%), 질병치료(21.8%) 등의 순으로 꼽아 사실상 의식주 문제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대책은 국가보험(37.7%)이었다. 사설사암운영(15.2%), 사유재산 소유(12.3%)가 그 뒤를 이었다. 스님들은 또 노후대책이 없기 때문에 수행에 전념하기 어렵고(29.8%), 개인재산을 축적(26.1%)하는가 하면 사설사암이 증가(14.1%)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

특히 노후 거주처 걱정
불교미래사회연구소의 이번 조사에서 스님들은 특히 노후 거주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님들의 노후 수행생활 거처안정의 문제는 올바른 수행과 포교 및 전반활동의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부대중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인 셈이다.
<노후에 생활할 거처를 준비하였는지>에 관한 질문에서 ‘준비할 여건이 아니다 67.1%와 준비했거나 준비하는 중이다(22.9%)’라고 응답이 나왔으며, 그중 대중 스님 41.9%와, 법랍 10년 이상 38.6%과 세납 50대 이상 37.8%의 스님들이 다른 스님들 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준비했거나 준비 중으로 나타났으며, ‘준비할 여건이 아니다’라고 응답한 스님들은 연령대가 낮거나 학인 스님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후 수행생활을 위해 준비한 <거처의 종류>로는 ‘소속사찰 별채’ 33.6%, ‘사설사암’ 28.1% 순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중앙종단 및 본·말사의 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들은 사설사암을 노후 수행생활 거처로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님들은 소속사찰의 별채에서 노후에 수행생활을 하려고 준비 중으로 것으로 응답했다.
스님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원하는 노후 수행생활 거처>로는 ‘사찰 내 노스님 전용시설과 기존 거주사찰 내’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에 따라 노후 수행생활을 위한 별도의 <공동주거시설의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서도 ‘필요하다(84.1%)’라고 응답하였으며, 공동주거시설의 설립의 주체로는 ‘중앙종단과 교구본사 그리고 소속사찰이 공동으로 설립하여야 한다’라는 의견이 43.7%와 ‘중앙종단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해야 한다’의 의견이 3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스님들은 공동주거시설을 교구본사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공동주거시설 마련할 시 기능>으로는 첫째, 주거 및 수행공간으로 둘째, 치료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로 요구하고 있다.

법·제도 정립·재정 마련해야
이번 조사결과는, 불교계(특히 종단)가 스님들의 노후복지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담할 기구의 설치와 사회복지 전문 인력을 배치를 통해, 스님들의 주거시설를 비롯한 복지 요양시설의 이용자의 수요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교구본사의 차원에서 재적 스님들 가운데 복지 혜택이 필요한 스님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시설의 규모와 필요 시설이나 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승가노후복지제도 시행을 위해 ‘법·제도 정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중앙에 총무원장 직속기구로 승려노후복지위원회와 총무원 사회부 복지국, 교구에는 교구본사 직속기구인 교구승려노후복지위원회와 교구본사 사회복지국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이밖에도 △스님의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제도와 연계를 통한 무갹출 승려노후복지연금제도 실시 △종단 차원의 무료종합건강진단 서비스 2년 단위 실시 △노후승려 보건의료사업 5개년 사업계획 수립 △승려전용병원 설립 추진 △신도들로 구성된 전문의료진 조직 △고용 순회의사제도나 지정의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승가란 일미화합의 공동체로서 종교적 계율의 구현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상의 우비고뇌를 함께 나누는 도반의 연대정신이며, 공양물이 적거나 많거나 대중공양의 정신을 지키도록 가르치는 곳이 승가이다.
출가자는 무소유와 공동소유, 공평분배의 승가 운영원리에 따라, 하찮은 음식물이라도 공평하게 분배하고 공유함으로써, 공동체의식과 신분의 차별이 없는 평등 화합중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진정한 승가의 모습이며, 모든 스님들의 수행 목적달성을 위한 생활보장을 마련해야 하는 일에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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